
한 17,8년 전 얘기인가봐요.
오븐이 달린 가스렌지를 처음 샀을 때 일 입니다.
당시 제 로망이었던 가스오븐을 사고,
그 가스 오븐으로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이 통닭구이였어요.
제가..예나 지금이나..베이킹에는 그리 뜻이 없는 지라...^^
마침 닭고기를 좋아한다는 시댁 조카들이 놀러온다고 해서,
큼지막한 닭 두마리를 준비하여,
정석대로, 닭의 배는 마늘 양파 셀러리 같은 향신채소로 채우고,
팬의 바닥에도 양파채를 깔고, 닭의 몸은 소금 후추로 마사지를 한 후 오븐에 넣었습니다.
그랬는데...
분명히 오븐 사용설명서에는 1시간이면 구워진다고 하던 닭이 2시간이 넘어도 구워질 생각을 하지 않는 거에요.
결국 그날 조카들 통닭구이 못 먹였습니다.
원인은 바로...예열과...굽는 온도였습니다.
예열도 안하고, 오븐 내부 온도도 낮았고..
보통 예열을 안하고 넣으면 예열하는 시간만큼만 더 시간을 주면 될 듯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조리시간이 거의 두배 걸립니다.
가끔 메이커에 따라서, 예열하지 않아도 바로 조리된다고 하는 오븐들이 있던데..
사알짝 걱정됩니다...조리가 잘 될지...
오늘, 지난번 중복때 닭을 두마리 샀었는데, 한마리 밖에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서,
한마리 냉동해뒀던 것이 있었어요.
그걸 꺼냈는데...너무 늦게 꺼내, 해동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거에요.
처음 생각했던 메뉴는,
닭을 토막내어 버터지짐을 하려 했었어요.
그런데 완전히 해동되지 않은 관계로 포기하고, 오븐을 예열해서 통닭구이로 했습니다,.
맛있으라고 일단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거죽을 한번 익혀준 다음,
220℃로 예열한 오븐에서 20분, 다시 200℃로 내려 20분..이렇게 구워줬습니다.
(제 오븐이..출력이 좋은 편이라..조리가 빨리 되는 편입니다)
향신채소는 하나도 깔거나 뱃속을 채우지 않고,
그냥 소금 후추만 몸에 뿌렸고, 220℃에서 20분 구운 후 한번 꺼내서, 닭의 온몸을 포크로 찔러줬습니다.
기름기 쫘악 빠지라구요.
다시 200℃에서 20분 구워 상에 올렸는데..결론은 향신채소 사용하지 않아도, 맛이 좋더라 입니다.
처음 버터에 지진 탓에 고소한 풍미도 살아있구요,
포크로 몸을 마구 찔러줘, 기름기도 많지 않았고..
또 이렇게 해서 또 한끼 때웠습니다.
댁에 오븐이 있으시다면 말복날 통닭구이는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