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오후에 잠깐 후배네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전, 뇌수막염, 하면 어린아이들만 걸리는 병인줄만 알았습니다.
어른들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걸리는 병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이 친구, 오한이 나고 두통에 열까지 나서 병원 응급실로 갔다가 바로 입원했어요. 뇌수막염으로요.
퇴원을 하기는 했는데 영 컨디션이 시원치 않네요.
뭐 먹고 싶냐고 전화하니까, 먹고 싶은 것도 없다고 하더니,
겨우 오렌지 주스와 피자 얘기를 하길래,
제가 집에 쑨 늙은 호박죽 딱 한그릇과 먹고싶다는 것 사가지고 가서 얼굴 보고 왔어요.
그저...건강이 제일입니다. 우리 몸은 우리 스스로가 돌봐야 합니다.
내 몸 아픈데, 남편이 다 무슨 소용이고, 자식 걱정은 다 뭐랍니다.
일단 내 몸이 건강해야, 남편과 자식들 잘 거둘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면역력이 떨어질대로 떨어질 때까지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지 말고,
적당히 몸도 사리고, 꾀도 부리면서, 우리 컨디션은 우리가 조절해야합니다.
남편이나 자식들, 아내나 엄마의 체력은 무한대인줄 압니다.
우린 마징가제트가 아니라는 걸, 가족들에게 꼭 알려줘야해요.
후배를 보고 나오려고 하는데, 이 친구 걱정이 냉장고에서 시들어가는 반찬거리 걱정이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 날 바로 장을 보았는데, 병원에 입원하느라 먹지 못한데다가,
지금도 몸이 너무 안좋아서 반찬을 못하겠다는 거에요.
냉장고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채소들 다 버리게 생겼다고 걱정하길래, 근심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그럼 싸줘, 내가 해먹지 뭐"했는데,
가지고와보니, 온갖 채소가 다있는 거에요.

우선 호박.
호박의 선도는 괜찮았는데,그래도 그냥 새우젓에 절였다가 볶았습니다.

가지 세개들이 한팩.
이것도 선도는 괜찮았어요.
찜통에 쪄서 젓가락으로 찢은 후 꼭 짜서 간장에 무쳤습니다.

시금치는 이삼일만 더 뒀더라면, 거의 못먹게 될뻔 했어요.
그래도 오늘쯤은 아직 괜찮아서, 거죽에 물러가는 잎 정리해주고,
끓는 물에 데쳐서 꼭 짜서 무쳤어요.

콩나물, 이것이 문제였습니다.
봉투를 보니 국산콩으로 키운 콩나물,
그러나 상태는...음, 우리 집 냉장고에서 이 지경이 됐다면 남들이 볼쎄라, 남들 눈을 피해서 얼른 버렸을 거에요.
그런데 말이죠, 대신 잘 먹어주겠다고 가져온지라..차마 버릴 수 없는 거에요.
그래서 씻어서 삶았습니다. 그리곤 누런 색을 좀 커버해보겠다가 양파채 조금 썰어넣고 무쳤는데, 핫..맛은 괜찮은거에요.
사실 무칠 때는...'이거 괜히 아까운 참기름만 없애는 거 아냐' 했거든요.
사람 마음이 참 그래요, 가지나 호박은 두고 먹어도 될 정도의 선도였는데,
제가 빨리 해먹어줘야, 후배의 마음도 편할 것 같아서..나물 종류를 한꺼번에 네가지나 하느라, 엄청 바빴습니다.
후배네 집에서 가져온 건 이것뿐이 아닙니다.
실파도 가져왔는데, 정말 실파는 거의다 물러서 다듬어서 송송 썰어서 오늘 반찬에 넣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뒀어요.
다듬는데 거의 반쯤 버려서 어찌나 아까운지.
이밖에도, 꽈리고추도 한봉지, 맛타리버섯 한팩, 오징어도 한봉지...
꽈리고추, 멸치 넣고 볶고,
오징어에 맛타리까지 넣어 오징어볶음까지 하려고 했는데..그러려면 식사시간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못했어요.
내일 먹어야죠.^^
이와중에, 달걀장조림도 해먹었습니다.

며칠전 어떤 식당에서 반찬으로 달걀장조림을 주는데, 너무 맛있는 거에요.
더 먹고 싶었지만 더 달라기도 미안하고 해서,
오늘, 나물을 네가지나 하면서 달걀을 삶고 졸이고 했어요.
예쁘게 썰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맛은 좋았다는...^^

제가 호박나물을 올리면,
'내가 하면 그런 초록색이 안나오는데 어떻게 하면 그런 초록색 호박나물이 되냐?' 물으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왤까, 생각해보니까..제가 완전히 안볶은 것 같아요.
호박을 볶다보면 안익었을 때는 불투명상태이다가 익으면서 투명해져가잖아요, 이때, 전 80% 정도만 익힌 후 불을 꺼요.
나머지 20%는 팬의 잔열로 익히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기때문에 초록색이 유지되는 게 아닌지..
그런게 아닌가 싶은데...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