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에 가서 뭘 살게 좀 있는데..좀처럼 외출 준비를 할 수 없었었습니다.
불에 탄, 우리의 국보 1호 숭례문을...도저히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나갈까 말까 몇번을 망설이다가, 집에서 입던 채로, 위에 코트만 하나 걸치고, 갔었습니다.
아...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상상했던 것보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실제로 보니 더 처참했습니다.
저절로 눈물이 나왔습니다.
나가지 말 걸 그랬어요. 사러나간 것, 품절되서, 사지도 못하고 왔는데...
차라리 보지 말 걸 그랬나봐요..너무 가슴이 아파요...
예전에 신문사에 다닐때..제가 다니던 신문사 건물의 스카이라운지 프레스 클럽에서 숭례문이 내려다 보였더랬습니다.
오후에..햇빛이 좋을 때 향기 좋은 커피 한잔 마시면서,
숭례문과 그를 끼고 질서 정연하게 도는 자동차들의 행렬을 보면서, 자그마한 행복을 느끼기도 했었는데...
그후, 숭례문 부근의 차도를 막고 공원화 한 후 근처에 지날때마다, 이렇게 개방해도 되나 하며 조마조마했었는데...
복원이야 하겠죠..그렇지만...크고작은 전쟁을 겪으면서도 무사했던 숭례문이 이렇게 스러진 걸보니..
기운이..빠집니다...

차례 지낸 후 남은 음식들을 형제들에게 고루 싸주기는 했어도,
식구들 밥상에서 내려온 반찬들 모아뒀던 것들 때문에 몇날며칠은 있는대로 먹었습니다.
드디어..오늘 저녁에 이르러서야, 새 반찬을 했습니다. 허긴 그 나마도 재료가 설 때 쓰던 것이었다는..
설날 저녁상에 올린 잡채에 넣으려고 채썰어 뒀던 당근과 양파가 남았길래,
도토리묵 말랭이 불려서 묵잡채 했습니다.
묵잡채 만드는 법은 희망수첩 검색하시면 여기저기에 나올거에요.
잡채 하듯, 채소와 고기 밑간해서 볶고, 도토리묵 말랭이는 물에 불렸다가 삶아내 밑간한 다음,
재료를 모두 섞고 파 마늘 갖은 양념해서 무치면 됩니다.
쫄깃쫄깃한 것이 제법 먹을 만 합니다.

차례상에 올라갔다 내려온 생선이 아직도 한토막 남았는데,
너무 먹기 싫어서..잠시 후 먹기로 하고, 갈치 두토막 구웠습니다.
우리집의 갈치 귀신 모모씨...증말 엄청 너무너무 무진장 완전 잘 먹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