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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이 세상에서 두번째로 사랑하는 그녀

| 조회수 : 10,951 | 추천수 : 83
작성일 : 2006-06-07 21:24:41

오늘 귀한 사진을 한장 손에 넣었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제가...이 세상에서...
두번째로 사랑하는 여인입니다.
첫번째로 사랑한다고는 말 할 수 없는...
두번째로 사랑하는 그녀입니다.

세살 무렵...
한복 곱게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 선 그녀,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복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치마를 겹쳐입은 건지 아니면 레이어드된 건지..
암튼 종처럼 부푼 치마에,
저고리도 소매는 배색을 댄 듯...요즘 저고리와는 좀 달라보입니다.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은 그녀, 손에는 애지중지하던 인형을 들고있네요.
아, 적은 머리숱을 커버하느라 그랬나 봅니다.
머리에는 모자도 썼습니다.

이렇게 예쁘고 어린 그녀가 자라서...처녀가 되고,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됩니다.


그녀는...
네...저희 친정어머니 입니다.

지난번부터..."엄마, 엄마 결혼식 사진 한장만 주세요"하고 조르고 있던 참에,
오늘 참 오랜만에 친정엘 갔었습니다.

친정집 마루에는 아버지께서 정리해놓으신 가족앨범이 잔뜩 쌓여있었습니다.
맨위의 앨범을 펼치니..바로 엄마 아버지의 결혼식 사진이 정리되어있었습니다.
그중 한장을 뜯어오려고 하는데..
바로 낯익은 사진...거의 유일한 엄마의 유년 사진이 있었습니다.

"엄마 저 이거 가져가요! 잘 간직할게요...그리구 이 옛날 사진들, 이담에 다 저 주세요..."  

아무리 세월은 화살처럼 흘러간다지만..이 사진의 주인공이 어느새 칠십을 훌쩍 넘은 할머니라니...
칠십여년전 사진을 손에 쥐고..참 많은 생각을 봅니다.
나도 참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아, 나도 우리 엄마처럼 예쁘게 늙어야지....늙으신 우리 엄마한테 잘 해드려야지....
살다보면 가끔씩, 아니 자주 잊게되는 어머니의 은혜를 잊지않기 위해서....이 사진 한장을 꼭 품고 있으렵니다.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짱가
    '06.6.7 9:27 PM

    일등

  • 2. 짱가
    '06.6.7 9:28 PM

    저도 친정엄마...초등학교때 사진 있는데...
    그걸보면서......아 울엄마도 이리 여리여리하던 시절이 있었네....싶더라구요..
    엄마얼굴 쳐다보고 사진함보고.......맘이 찡........해요

  • 3. 블랙커피
    '06.6.7 9:32 PM

    정말 고운 사진입니다. 옷차림새, 특이한 인형 그리고 시선..... 뒷배경과 적당한 명암과 색조-고색창연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군요. 예쁩니다.... 그런데 일등 사랑은 누구일까요? 그녀로서 두 번째인지 아님 누군가로서 두 번째인지...... 고민, 상상에 빠져 볼래요....

  • 4. 결비맘
    '06.6.7 9:36 PM

    첫번째로 사랑하는 여인은 누구신지 궁금한걸요...

  • 5. 뚱쪽파
    '06.6.7 9:45 PM

    아!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사진이네요.
    덕분에 요즘 짜증을 좀 냈던 울엄마와의 관계도 반성해 봅니다.

  • 6. 김혜경
    '06.6.7 9:55 PM

    제가 첫번째로 사랑하는 여인은 바로 이 여인입니다.



    제가 두번째로 사랑하는 여인의 첫번째 사랑도 아마 이 이 여인일 것입니다.
    저도 그녀의 두번째 사랑일듯...

  • 7. 그린
    '06.6.7 9:57 PM

    제가 82를 너무나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
    요리, 살림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펄펄 끓어 넘치기 때문이랍니다.^^
    빛 바랜 흑백사진 한 장이 잔잔한 가슴에 파문을 일으킵니다...

  • 8. 그린
    '06.6.7 9:58 PM

    ㅎㅎ
    그리고 샘이 첫번 째 사랑하는 여인 저 알아요~~
    하려 했는데 그새 샘이 답을 달아주셨네요.
    엄마보다 더 미인....^^

  • 9. 이은정
    '06.6.7 9:59 PM

    친정어머님이셨군요...
    언뜻 보기에 저는 샘인줄 알았어요...샘이 어렸을 적에 이렇게 생겼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글을 읽었는데...... 친정어머님 얼굴에 샘의 얼굴이 있어요....닮으셨네요..
    정말 엄마는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찡하네요...엄마한테 잘할래요....

  • 10. 샬롯
    '06.6.7 9:59 PM

    사진만 보고도 딱 김원옥여사님께서 떠오르네요

    너무 귀여우세요(?)ㅎㅎ

    선생님 저도 천번째쯤으로 사랑해주실거죠?

  • 11. emile
    '06.6.8 12:06 AM

    음..내리사랑이죠. 사랑의 흐름은...

  • 12. 보라돌이맘
    '06.6.8 12:38 AM

    아름다운 사랑의 대물림... 참으로 보기좋은 모녀지간이세요.
    선생님은 지금 너무 행복하시지요?
    사랑하는 여인이 둘 다 곁에 있어서요...^^
    가장 행복한때 그 행복의 가치를 몰랐던 너무라 어리석었던 저이기에...
    오늘의 이야기가 더 가슴깊이 울리네요.

    사랑의 순위 매기기가 여간 용기로 쉽지않은데...
    딸로서 어머니로서 지혜와 사랑이 넘치는 그 모습 그대로 늘 간직하시길....^^

  • 13. 왕돌선생
    '06.6.8 9:08 AM

    너무 아름답습니다...
    따님도 정말 미인이세요!
    저도 친정가서 엄마사진 얻어올래요...

  • 14. esther
    '06.6.8 11:46 AM

    너무 부럽습니다. 저는 제 딸한테...그런 엄마가 되고 싶어요.
    저는 제 엄마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여러가지 이유로....
    그래서, " 내가 부모를 선택할수 있는 기회는 없었으나, 내가 선택하고 싶었던 부모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있다." 라고 생각하면서...살아요... 그래서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엄마를 사랑한다...고 크게 말할 수 있는 분...너무 부럽습니다.

  • 15. SilverFoot
    '06.6.8 12:59 PM

    어머어머, 한복 입힌 인형이 서 있는 것 같네요.
    그림 같아요!

  • 16. 깡따구 정이
    '06.6.8 3:57 PM

    진짜.. 다들 닮으신거 같아요.
    혜경샘도 혜경샘 어머니도 그리고 첫번째로
    사랑하는 따님도....... ㅋㅋ

  • 17. 평강공쥬
    '06.6.8 5:10 PM

    어머니는 사랑의 순서에서 밀린다는것도 받아들이는 넉넉한 사랑이겠지요
    저도 제목숨보다 자식을 사랑하게되는 참다운 외사랑이 자식사랑이겠지요
    사랑의 가장 마지막이 제자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식은 첫사랑처럼 무모하게 주기만 하는 사랑이면서도 계산이 없기에 상처또한 많네요..
    그러면서도 자식의 인생이 내인생인냥..제자신이 사라져 버리지요..ㅎㅎㅎ

    세상의 아빠들은 참으로 가련합니다
    사랑순위에 이름조차 거론 안됩니다..그게 늘 안스럽구 안타까워요
    울아빠,,그리고 울낭군,,낭중엔 울아들..엄마들로 인해 흔적도 안남는 자리..그게 아빠죠^^;;

  • 18. 쥐쥐
    '06.6.8 5:54 PM

    아무생각없이 컴앞에 앉아있다가 문득 눈물이 쏟아집니다
    사랑하는 4개월짜리 딸래미를 사랑하는 친정엄마께 맡기고 직장을 다니는 지금..
    매일 매일 사랑하는 두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일인지 새삼 느끼게 되네요^^

  • 19. 이쁜아이맘
    '06.6.8 8:32 PM

    우리남편은 간혹 제게 묻습니다.
    너는 너가 더좋니? 너의 딸이 더 좋니?
    여러분은 어떨까요.

  • 20. 산군
    '06.6.9 6:06 PM

    공자가 이르기를 아래로 향하는것은 본능이요, 위로 향하는 것은 인격을 닦는것이라 해서 효를 근본삼으라 했는데 샘님은 솔직하시군요!!

  • 21. 삐삐롱스타킹
    '06.6.9 7:53 PM

    선생님땜에 오늘따라 한국에 계신 엄마가 넘 보고싶네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ㅠ.ㅠ

    전 아들만 있는데...셋씩이나..;;
    정말 딸이 있어야겠단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 22. 초록별
    '06.6.10 4:02 PM

    엄마 ~~~ 너무 보고싶어 돌아가신지 십년이 넘었는데.....
    나이 마흔을 넘긴지 오래건만 샘 글 읽으며 엄마가 보고싶어 가슴이 메입니다...

  • 23. 똥그리
    '06.6.10 7:00 PM

    읽으면서 눈물이...
    두번째 사랑하는 여인이라 하셔서 친정 어머니신가보다 했어요.
    첫번째는 따님이실꺼라고 직감! ^^ 내리사랑이니까~ ^^
    전 아직 아이가 없어서 제 첫번째 사랑하는 여인은 아직도 울 친정 엄마에요...
    그런데 울 엄마가 이 사실을 아실까요? ㅜ.ㅜ
    전화해서 이야기 하면 눈물부터 왈칵 쏟을 게 분명하니까,,,
    편지 한장 보내드려야 겠습니다..
    선생님 좋은 글 감사드려요...

  • 24. 김미영
    '06.6.11 2:40 PM

    주변에 사랑을 베풀려면 나자신을 가장 먼저 사랑해야 한다더군요.
    아마도 선생님은 자기사랑이 가득하신 분이실 거라 믿어요.
    언제나 열심히 사시는 모습, 늘 부럽고 많이 배우고있답니다.

  • 25. 소금별
    '06.6.13 9:13 AM

    저는
    세상에서 젤로 사랑하는 여인이 바로 저희어머니신데,
    샘~~ 너무하시는거 아녀요??? ㅋㅋ
    어머니가 첫번째 그녀여야죠~~~ ㅋㅋ
    제 첫번째 여인이 어머니인 까닭... 은 바로 제가 아들만 둔 엄마라서...
    제 어머니의 결혼사진도 있는데 함 올려볼까요??
    한복입고 결혼식하시고, 3년후엔가 웨딩드레스가 대히트를 치면서 두분이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 찍었다는데, 그 사진보면 엄마를 향한 아버지의 큰 사랑이 보인답니다. ..

  • 26. 소금
    '06.6.14 6:13 PM

    저 이런글 시러요.^^
    저 친정엄마 않계시거든요.
    글고 이런글 눈물나요.
    마음이 짜안해지면서 슬퍼지거든요. 울엄마 보고시퍼요.

  • 27. 수선행
    '06.6.18 6:12 PM

    아~ 저 어린 소녀가 어느새 할머니가 되다니.....목이 울컥합니다.
    넘 소중한 사진이네요.
    나중에라도 제아들래미가 엄마의 유년시절을 기억해줄만한
    사진이 있어야할 것 같은디 저는 한장도 없어 넘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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