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유난히 단골을 좋아합니다.
다녔다 하면 별 일이 없는 한 십여년씩 다닙니다.
단골집이 아닌 곳에 가면, 왠지 미덥지않고 마음이 놓이질 않아요.
가구점 역시 단골로 다니는 집이 있습니다.
가구살 때 다른 집에는 아예 가보지도 않는다는...그 집에 있는 카달로그를 보고 그냥 주문하곤 하죠.
이번에 그릇장을 들일 때도, 실물은 보지않고 사장님의 말씀만 믿고 카달로그 보고 샀다는..
그릇장 배달받으면서 십여년 이상 쓴 원목옷걸이를 리폼해달라고 보냈어요.
원래는 아랫부분에만 칸이 있고 중간에는 선반없이 옷만 걸도록 되어있는 것인데,
옷걸이로 쓰기 적당치 않아서 S고리를 이용해 핸드백 주렁주렁 걸고,
윗쪽에는 모자 상자 등을 아무렇게나 쌓아 거의 천장에 닿은 지경으로, 어수선하게 해놓고 쓰던 것이었어요.
여기에 선반 2개만 지르면 수납력이 짱짱해져 얼마나 좋을까 싶어..
이번에 아무 나무 조각이나,MDF도 좋고 거친 나무 판자라도 좋으니 그저 선반만 질러서 보내달라고 부탁했었어요.
역시 단골이 좋긴 좋습니다..^^
맘씨 좋은 사장님, 원목을 사다가 선반을 지르고, 아예 전체적으로 칠도 다시 하고 샌드페퍼질까지 해서,
새 물건으로 만들어 보내셨어요...
아무렇게나 해서 보내달라고 하니까.."아무렇게나 하면 맘에 드시겠어요?"하시더니..어찌나 멋지게 해서 보내주셨는지..
그것도 공짜로....단골이라..그냥 해주신대요..아이 좋아...
그동안 자리는 차지하면서..자리 차지하는 만큼 쓸모가 없고...서재방을 더욱 지저분해보이게 하는 주범이라 아주 미워했었는데..
오늘부로 제 귀염둥이가 됐답니다...
가방도 얹고, 모자상자도 정리하고, 핸드백도 보관하고...
앞으로 이십년은 너끈히 쓸 수 있을 것 같죠?!

사진으로 보니까 너무 지저분해보이는데..실제로는 깔끔해보인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