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소리를 내며 주룩 주룩 가을비오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종일 주방앞에서 동동거렸습니다
우선 아침대신으로 해물파전 한장을 부쳐 먹고 시작했지요

메츄리알 삶은것을 한참 걸려 깠습니다
일하고 있다는거 참 좋습니다
마음이 차분해지거든요

오징어채도 대용량한봉지 산거 자르고 다듬었습니다

미리 사두었던 마늘쫑도 잘라서 뜨거운 물샤워를 시켜
마른새우 볶아서 같이 섞어 쟈스민님 매운양념장 만들어 졸였습니다

가스불에는 큰 들통 올려서 소다 서너국자 풀어 얼룩져 지저분한 스텐들을 넣고 끓여봅니다
스텐냄비며 수저며 그릇들을 반딱거리게 닦은다음
유기도 넣어 삶았습니다
가끔씩 이렇게 소다로 삶아주면
흐트려지고 엉크러진 마음이 점점 깨끗해짐을 느낍니다

내손이 내딸이라지요
주방이 여기저기 깨끗해졌습니다
대신 어깨와 팔은 콕콕 쑤시기 시작합니다

세가지 반찬이 생겼습니다
마음을 전할곳에도 따로 담아봅니다

뭔가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데 내가 할수있는것이 너무 없기에
바쁜일상 밑반찬이 가장 좋은 선물이 되지않을까싶었습니다

정리를 다마치고 나니 열시가 가까워집니다
하루를 꼬박 돌아서면 뭔가에 부딪히는 작은 주방에서 이러고 보냈습니다
살림을 깨끗하니 닦고나니 마음이 좀 편해집니다
9개월동안 내마음을 지독하게도 어지럽히던 이집에서
이제 몇일안으로 이사를 가게됩니다
그동안 나쁜일들 다잊고 가라고 저리도 가을비가 줄기차게 내리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