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호박파이 만들기
지난 번에 주신 늙은 호박 2개도 아직 처리를 못하고 있는데 말이죠.
사실 늙은 호박은 그냥 베란다에 놔두어도 겨우내 썩지 않을 것이고, 또 좀 한가할때 깍아서 널어 말리면 내년에 떡 해 먹을수도 있고, 하간 걱정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주신 호박들은 좀 걱정이 되더이다.
소위 청둥호박이라 하는 얘네들은, 말하자면 늙은 호박은 아직 못되고 '청년 호박'과 '장년 호박'쯤 되는 애들인데, 크기는 늙은 호박과 같은데, 늙은 호박처럼 달지도 않은 것이 반찬 해먹긴 또 좀 단듯 하고, 씨는 이미 자랄대로 자라 먹긴 좀 뭣한데, 그렇다고 속을 파내자니 쉬이 파내지지도 않더군요.
이런 애물단지를 7개나 던져주셨으니 저의 호박 처치 작전이 시작되지 않을수가 없더군요.
일단 어제 한개를 잘라, 겉껍질을 감자칼로 벗겨낸후 절반을 삶아 호박죽을 쑤었어요.
단맛이 부족하여 꿀을 조금 더 넣고, 찹쌀물을 넣을까 하다가 좀 귀찮은 기분에 손쉬운데로 우유를 조금 풀어 완성했지요.
낮에 아이 조금 먹이고 밤에 신랑 야참으로 주었더니 깨끗이 없어지더군요. 꽤 맛있었어요.
그런 다음 남은 절반을 가는 채칼로 최대한 얇게 채썰어 소금에 살짝 절인다음 전을 부쳤지요.
저녁 반찬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렇게 일단 한개를 맛있게 먹은 다음, 다시 한개를 같은 방법으로 껍질과 씨를 제거한후 앏게 썰어 물을 아주 조금만 붓고 다시 삶듯, 찌듯 익혔어요.
이것을 믹서에 넣어 완전히 갈아 퓨레를 만들었는데, 처음엔 이것도 먼저것처럼 호박죽이나 스프를 만들 참이었죠. 그랬는데,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서 이것을 필링의 베이스로 하여 파이를 두판 구웠습니다.
마침 선물할 곳이 있어서 조금 얌전하게 된 놈을 보냈습니다. 홈메이드가 늘 그렇듯 모양새가 거칠지만 맛은 그럴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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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파이 만들기>
-레시피는 지난번 쿠키 만들때 보았던 "light & easy baking" 이라는 책에서 참조하였지만, 실제로는 거의 제 마음대로 만들었어요. 일단 호박의 물기가 통조림 퓨레보다 많아서 액체의 분량을 조절하지 않을수가 없었고, 그리고 당도도 결국 제 입맛에 맞는대로 넣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재료 : (20-24센티 파이 2개 분량)/계량은 240미리 컵으로
밀가루 2컵, 녹말가루 2큰술, 카놀라 오일(또는 식용유) 150미리, 찬물 60미리, 소금 1작은술
호박 퓨레(찌거나 삶아서 으깬것) 4컵, 우유 1컵, 연유 1/3컵, 꿀 1/4컵, 계란 4개, 녹말가루 1/4컵, 바닐라 1작은술, 계피가루 2작은술, 생강가루 2작은술
1. 파이 시트를 만든다. 먼저 가루를 모두 섞어 채에 내려 섞고, 오일+물을 조금씩 부으면서 포크로 잘 섞는다. 한덩어리로 뭉치면 파이틀에 올려 손으로 얇게 펴가며 바닥과 벽을 만든다. -> 랩을 이 반죽에 밀착하여 전체적으로 씌운후 냉장고에 넣어둔다.
2. 호박 퓨레에 계란을 먼저 조금씩 잘 섞은 다음, 나머지 재료를 모두 잘 섞으면 끝.
3. 틀에 부은 다음 먼저 210도에서 15분 정도 굽고, 다시 온도를 170-180도로 낮춘다음 40분 정도 더 굽는다.(오븐 상태에 따라 가감합니다.)
여기까지 하면 끝이고, 틀째 완전히 식혀서 분리한다음 잘라 먹으면 아주 맛있습니다.......만,
모양이 좀 거시기하여 선물로 할것만 조금 모양을 첨가해봤습니다.(사진 뒤에 보이는 원초적인 아이가 우리 집에서 먹을 것이고 앞에 비닐 포장된것이 선물로 나갈 것이죠.)
생크림을 올릴것이냐, 크림치즈를 올릴것이냐, 이도저도 아니면 화이트 초코렛을 올려 볼것이냐를 놓고 고민을 했었는데, 운반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것 같아 냉장 보관해야 하는 애들을 쓰기가 좀 뭣하더군요.
그래서 흰자 두개를 설탕 한수저 넣고 휘핑해서 단단한 거품을 만든 다음 수저로 대충 올려서 230도에서 약 5분정도 약간 갈색으로 토치한 분위기가 날만큼 살짝 구웠습니다.
저는 이런 머랭 장식을 즐겨 합니다. 시간여유가 있을때면 조금 넉넉하게 준비해서 짜내기 봉투로 모양내서 짜내면 훨씬 멋있습니다. ^^
...근데 전에는 자주 했었는데, 요샌 아들놈 핑계로 뭐든지 속전속결인지라, 그런 여유가 없답니다. 아쉽게도...ㅡ.ㅡ
아참, 파이시트에 버터 대신 식용유를 쓰는 레시피는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하면 칼로리가 많이 다운될까요? 저는 그 뭐냐, 요새 칼로리가 일반 식용유보다 낮다는 하프 뭐시기 라는 브랜드를 사용했는데요...
맛이요? 버터 향이 나지 않아서 약간 섭섭했지만, 바삭함이랄까, 나머지 질감에 대해서는 거의 같다고 할수 있어요. (하루 지나니 필링때문에 눅눅해졌지만...버터로 만든것은 좀 덜 눅눅해지던가...뭐 잘 기억이 안납니다요.)
두번째 사진은 저의 아들 입니다. 바가지? 양동이? 뭐 그런것을 뒤집어 쓰고 놉니다. 외출할때 모자는 죽어라 안쓰더만 왜 저런것을 머리에 쓰고 좋아하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저의 새 카메라의 첫 작품 이죠.
신형 카메라 쥑이더군요. 반응 속도, 화질 모두 역시 신형입니다. 이 멋진 카메라를 보여드리고 싶으나 카메라로 카메라를 찍을수 없는 아쉬움에 아들 사진을 대신 올려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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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정혜
'05.10.27 4:10 PM진짜 이뽀요!!!!!! 히야~~~ 지금 노란빛이 눈에 퍽퍽 박히는 +_+
2. 올챙이
'05.10.27 4:37 PM오렌지피코님! 오랜만이네요.
애기도 많이 컸네요.
언제 저희집(정읍)에 한번 놀러오세요.
그냥오심 안되고 호박파이랑 맛있는것 많이 가지구요^.^ (목적은 딴데 있음)
농담이구요.모두 보고싶어요.
조만간에 한번 만나보심이 어떨지3. 내맘대로 뚝딱~
'05.10.27 5:46 PM동생 낳아주시면 딸일 가능성이....^^
울 아들이 꼭 저렇게 뒤집어 쓰고 놀더니...
이쁜 여동생을 봤어요...^~^
호박파이 한 번 도전해 봐야겠어요...
선물 받으신 분이 좋아라하셨을것 같아요...^^4. orange
'05.10.27 5:57 PM와!!! 맛있겠당!!!
집에 단호박이 한통 남았는데 저도 한번 해보고 싶네요5. 지윤마미..
'05.10.28 12:13 AM많이 컸네요..엄마품에 안겨있던거 봤는데..
no more 껌딱지?ㅎㅎ6. 밀크티
'05.10.28 1:21 AM피코님의 유자청 머랭 파이 생각나요. 진짜 오랜만이네요.
전 12개월 껌딱지가 달라붙어 있어서 옴짝달싹을 할 수가 없답니다.
아기가 단단해보여요, 요즘도 낮잠을 잘 자는지.
늙은 호박 가지고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데 생각만 불끈하면서 몇 달간 오븐 못 돌리고 있어요.7. 똥강아지
'05.10.28 8:10 AM너무 맛나 보여요..
그리고 저도 왠지 할수 있을것 같은 강한 충동이..ㅎㅎ
받으시는 분은 너무 너무 기분 좋겠는걸요~8. 헤스티아
'05.10.28 11:51 AM어머 벌써 저리 자랐나요? 실감이 안나네요..@.@;;
멋진 아들입니닷!
저도 호박 한덩이 누가 주면 꼭 만들어볼께요..9. 캐시
'05.10.28 12:07 PM이런 선물 받음 너무 좋겠어요
10. 행복한 우리집
'05.10.28 2:44 PM호박껍질은 몇토막 낸뒤에 살짝 삶은뒤 벗기면 아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답니다.
11. 창조
'05.10.28 6:07 PM이야.. 정말 부지런하시군요. 좀 닮아봐야겠습니다. 화이팅.
12. 기쁨이맘
'05.10.28 6:09 PM세상에나
이렇게 어린 아가를 두고도 우째 저런 파이까정. 정말 대단하시네요. 전 아가키우기에도 쩔쩔매며
아무것도 못하는데. 박수!13. 레아맘
'05.10.29 7:09 AM많이 컸네요~인물이 훤한데요^^
레아도 저렇게 뒤집어 쓰고 놀더니..여동생 봤다지요..ㅎㅎㅎ
그나저나 정말 젋으신 분이 참 부지런도 하시고 솜씨도 넘 좋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