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캠핑을 다녀온지 일주일만에 Victoria Day 연휴를 맞이해서 이번에는 가족캠핑을 떠납니다 . 벌써 두달전에 예약 해놓은 캠핑이지요 . 늘 비 협조적이었던 웬수 남편이 이번에는 어쩐일인지 금요일에 캠핑 준비를 위해서 휴가까지 냈다해서 웬일인가 싶었습니다 . 이번에는 오래전에 예약해놓은 많큼 아이들과 남편이 막판에 태클걸일은 없을것 같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를 시작합니다 . 전 캠핑카 ( 사실 영어로는 모터홈이나 RV 라고 불러야 되는데 전 한국식으로 캠핑카라는 이름이 웬지 친숙합니다 ).
전 캠핑카 내부준비 담당이니 먼저 냉장고를 채우기 시작합니다 . 겨우 3 박 4 일 가면서 음식에 진심인 저는 전쟁이라도 대비하는것처럼 바리바리 챙겨 갑니다 .
떠나기로한 금요일이 됐습니다 . 남편은 소파와 한몸이 되서 웬종일 유투브만 들여다보고 있네요 . 왠지 오늘 꼼짝도 하기 싫답니다 . 예전 같으면 한마디 했겠지만 웬수남편을 속속들이 아는 지금이라 아무말도 않하고 점심도 자알 차려주고 그옛날 가사시간에 배운 토끼모양과 나무잎모양으로 깎은 사과로 후식까지 잘 챙겨주었습니다 . 저혼자 아주 열심히 들락날락하면서 캠핑카를 채워 나갑니다 . 냉장고 로딩이 끝나고 이번에는 침구와 옷가지들 , 빵이나 김같은 건조 식품 , 전자기기 ( 랩탑 , 아이패드 , 파워뱅크등등 ) 등도 챙겨야되고 자잘하게 할일이 많습니다.
오후 3 시쯤되니 남편이 등에 욕창이 생길려 하는지 어슬렁 어슬렁 일어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를 전혀 내지 않는 저는 점점 보살이 되어 가고 있는가 봅니다 . 아직도 왠지 몸이 찌부등하다고 하면서 이번엔 차를 마시면서 빈둥빈둥하더니 4 시반쯤에야 정신을 수습하고 폭풍 준비를 시작합니다 .
카누하고 카약을 캠핑카 지붕에 올리고 끈으로 고정 시켜주고 , 자전거 네대 싣고 , 뱃놀이에 필요한 구명조끼와 노도 싣고 , 가지고갈 업소용 생수통도 나르고 , 급 상남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
아이들은 떠나기 전까지도 싫다는데 왜 캠핑에 우릴 끌고 가느야 가기싫다 아주 노래를 불러서 어찌나 밉던지 … 속으로는 옆에있는 파리채로 등짝 스매싱을 하고 싶었는데 현실은 못들은척하고 조용히 내할일 했습니다 . 막상 도착하면 잘 지내면서 꼭 떠나기전에 이렇게 심술을 부립니다 .
그와중에 웬수 남편이 캠핑장 식사 메뉴를 물어보길래 떡국 , 스파게티 , 샌드위치 , 된장찌게 , 사골 우거지국 , 바베큐 치킨등 메뉴를 읊어 주었더니 푸른잎 채소가 부족하다고 잔소리를 하길래 열받아서 급하게 가게가서 베게만한 거대한 시금치 두단 사와서 데처서 가져갈려고 준비해 두었습니다 . 어디 한번 푸른잎 채소의 지옥에 빠져봐라하는 저의 소심한 복수입니다 .
저녁 8 시가 넘은 시간 토론토를 떠납니다 .
다행이 이곳은 여름에는 이때까지도 해가 훤합니다 . 캠핑장이 멀어서 중간에 분독킹을하고 내일 아침에 캠핑장에 도착하는걸로 계획을 세우고 라마라는 카지노를 향해 달립니다 .
Casino Rama 는 토론토에서 한시간 반쯤 북쪽에 있는데 캠핑카의 밤샘 주차를 허용해주는곳입니다 . 인디안 보호구역에 위치해있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기로 했습니다 .
가는날은 장날 ,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
내일도 비가온다는 예보가 있어 캠핑 망칠까봐 어째 불안하네요 . 전 비가오나 눈이오나 캠핑카로하는 캠핑은 다 좋은데 아이들과 남편은 날씨가 안좋으면 불만이 많거든요 .
카지노 라마에 거의 11 가까이 되서 도착해서 잘자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드넓은 파킹장에 차가 별로 없네요 . 벌써 많이들 떠났나봅니다 .
가다보니 인디언 보호구역이라 간판들이 영어로 표기돼있지만 인디언 원주민들의 말이더라구요 .
빗속에 마구 달려서 드디어 Mikisew Provincial Park 에 도착합니다 .
흐미 ~ 숲이 정말 예술이네요 . 이렇게 곧게 뻗은 키큰소나무들이 가득차있는 숲을보니 보는것만으로도 힐링되고 너무 좋습니다 .
예약해놓은 캠프사이트에 주차를 하고 비가 잠깐 그친 틈을 타서 캠핑장 산책을 합니다 .
한국에 살때 들은말 삼림욕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납니다 . 이런 숲에서 이렇게 산책하며 조용히 평화롭게 사는것을 꿈꾸어 왔는데 이런 숲에 실제 와서 걷고 있으니 너무 행복합니다 .
호숫가쪽으로 걸어오니 나무들이 이제 활엽수림으로 바뀌네요 .
온타리오의 웬만한 캠핑장은 이렇게 반드시 호수를 끼고 있어서 숲과 물이 어우러져 참 멋집니다 . 물안개가 끼어있고 멀리 작은 섬들이 보이는 호수가 운치가 있습니다 .
산책하고 와보니 아빠와 딸이 배구를 하고 있네요 . 딸아이는 한참 배구를 취미로 하다가 요즘은 청소년 축구단에에 입단해서 축구를 아주 열심히 하고 있는 만능 스포츠걸입니다 .
배구가 끝나고 이제 아이들이 조깅을 하겠다면서 아빠를 대동하고 나갑니다 . 아들아이는 10 킬로를 달릴 예정이고 딸아이는 5 킬로 , 그리고 웬수 남편은 오늘 기운이 딸려서 자전거를 타고 그 둘의 뒤를 따른다고 합니다 . 딸아이는 5 킬로 달리고 나머지 5 킬로는 자전거를 타고 가야하니 남편이 자기 자전거를 타면서 딸아이 자전거를 몰고가는 신공을 발휘할 예정이라합니다 .
하루 일과가 끝나고 비가 아주 살짝 왓다리갔다리 하는 와중에도 캠프 파이어를 시작합니다 . 인도친구네도 같이 건너건너 사이트로 캠핑을 온터라 같이 모여서 캠프파이어를 시작합니다 .
한창 마시멜로를 꼬챙이에 꿰어서 굽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해서 이날은 급 강제 해산당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
잘자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행이 비가 그쳤네요 .
아이들이 일어나기전에 살금살금 일어나서 다시 산책에 나섭니다 .
아침을 준비하는지 이곳 저곳에서 불을 피워서 장작 타는 냄새도 나고 연기도 올라오네요 .
캠핑장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어느 평화롭고 아름다운 시골 마을을 연상 시킵니다 . 나이가 드니 리조트같은 휴가도 좋지만 이런 숲속의 소박한곳에서 맑은공기 마시면서 산책하는것에서 더 안정감과 평화를 느낍니다 .
호수를 다시보고 싶어 호숫가쪽으로 걸어 나가는데 아니 저 아자씨가 왜 거기서 나와 ? 조깅하러 나온 웬수 남편과 딱 마추쳤습니다 .
쿨하게 하이 ! 한번 외쳐주고 미소한번 지어주고 마치 남인양 스쳐 지나서 가던길 갑니다 . 신혼때같았으면 당장 조깅 멈추고 같이 산책을 했었겠으나 50 줄의 우리는 쿨내 진동하면서 너는 조깅 , 나는 산책 각자 좋아하는걸 택합니다 .
호숫가를 비롯 , 온 캠핑장을 누비고 다니다가 캠핑카로 돌아오니 웬수 남편도 어느새 돌아와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네요.
아침은 계란과 베이컨으로 먹고 호숫가 근처의 캠프사이트로 이사를 갔습니다 .
바닥도 축축하고 경치도 별로인 자리지만 호숫가에서 50 미터 전방에 있고 전기도 들어오는 사이트라 배를 띄우기가 편해서 선택한곳입니다 . 친구네도 카누를 가지고 우리 캠프사이트로와서 같이 갑니다.
언제나 그렇듯 늦장부리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제가 가장 먼저 출발 완료하고 떠납니다 .
날씨도 좋고 뱃놀이하기 딱 좋습니다 .
이렇게 물위에서 육지를 바라보면 걸어서 구경할때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
여기저기 신나게 뱃놀이를 하다 점심때가 되서 해변에 잠시 멈춰서 가져간 샌드위치도 먹고 쉬었다 갑니다 .
뱃놀이 후에는 캠핑카로 돌아가서 간식도 먹고 잠시 쉬다가 자전거를 타고 캠핑장 안과 밖을 투어를 합니다 . 오르막이이 몇군데 있어 힘은 들었지만 숲길을 쌩쌩 달리는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
저녁에는 인도 친구네로 간이 의자까지 들고 출장 캠프파이어를 갑니다 .
가보니 이렇게 저녁 준비가 한창이네요 . 저 큰 남비에는 제가 들고간 석관동 떡볶이가 끓고 있습니다 .
친구가족과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어두워질때까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희 사이트로 돌아왔습니다 .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마지막으로 아쉬운 마음 가득안고 소나무숲을 걸어봅니다 .
오늘은 아침부터 날이 맑아서 더 멋집니다 .
산책후 사골 우거지탕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이런곳에서 한 열흘쯤 솔로 캠핑을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안고 다시 토론토로 향합니다 .
제가 그동안 방치해온 제 유투부 계정에 미키수 공원 영상을 아주 짧게 올려놨으니 캠핑 좋아하시는분들 한번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