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한여름밤의 꿈

| 조회수 : 7,682 | 추천수 : 3
작성일 : 2024-08-11 12:08:13

6월말에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30일 예정으로 캘거리에서 콜로라도까지 자전거 여행을 떠났던 아들놈이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피골상접에, 서부의 강렬한 햇빛으로 거의 인종이 바뀌어서 돌아왔다지요. 

아이들이라면 죽고 못사는 남편이 손수 물감을 사다가 붓으로 이렇게 플랭카드까지 써서 벽에 붙이고 아들의 귀환을 환영해 줍니다. 누가보면 독립운동하다가 살아 돌아온줄 알겁니다ㅎㅎ


자전거 여행중, 피넛버터, 통조림콩, 프로틴바, 오트밀등으로 연명해온 아들을 위해서 오랫만에 한식당에 가서 푸짐하게 한상 먹여 주었습니다.


한달동안 어찌나 못먹고 살았는지 전같으면 한국음식은 다 좋은데 냄새가 심하다는둥 품평을 했을텐데 군말없이 마지막 음식 한점까지 싸아악 먹어치우는것이 짠하더군요. 

아들 녀석 돌아오고 이틀후에, 또다시 짐을 싸서 이번에는 온가족이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떠났습니다. 딸아이도 축구 방학이고, 남편도 2주 휴가라 가능한 여행이었습니다.

8년전에 아이들 어렸을때 왔었던곳인데 음식도 그저 그렇고 리조트도 살짝 낡긴했는데 바닷가 풍광이 좋아서 다시 이곳으로 왔습니다.


2층방 발코니에서 바라본 수영장의 모습입니다. 수영장물이 딱 저의 목까지 올라오는 깊이라 수영 연습하고 놀기 딱 좋았는데 8월햇살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썬크림 바르고도 화상 입겠더군요 ㅠㅠ


수영하고 배고프면 바닷가 부페식당으로 가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식사를 합니다. 집에서와 달리 음식준비와 서빙으로 분주할 필요가 없으니 다 같이 앉아서 음식도 음미할수있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수 있어서 좋더군요.






매운맛이 매우 부족한 식사였지만 부페다보니 골라먹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크고 맛도 훨씬 더 좋은 도미니칸 아보카도 샐러드가 자주 나와서 거의 매끼니마다 엄청먹었는데 나중에 아보카도 칼로리 찾아보고 기절 초풍 ㅠㅠ  코비드후에 7킬로찐살을 어찌 빼야하나 고민중인데 이런 낭패가 ㅎㅎ


리조트에 한 3일 있으니 수영하고 먹고 노는것도 하루 이틀이지 좀이 쑤셔서 이틀동안 차를 렌트했습니다. 도미니카 공화국 운전이 길도 좁고 차들도 많고 오토바이도 많아서 한국 저리가라하게 복잡한데 한운전 하는데다 간이 부은 웬수 남편은 한손에 포도맛 팝시클꺼정 들고 유유히 운전을 합니다.


리조트에서 차를 한 40분 달려서 Mount Isabel De Torres 왔습니다.

산꼭대기에 이렇게 거대한 예수님 상이 있는데 종교가 없는데도 '무거운 짐진자들아 내게로 오라' 이말이 떠오르면서 가끔은 이국에서의 삶이 고단하고 버겁다 느끼는 이중년 아줌마 마음에 아주 잠깐이지만 평화가 깃듭니다.

이렇게 산꼭대기에서 바라보니 바다를 품은 푸에르토 플라타의 모습이 장관입니다.

오늘은 남편과 딸아이가 해보고 싶다는 서핑을 하러 갑니다. 처음 해보는거라 한시간 강습을 받고 했는데도 아이들이 서핑보드에서 자꾸만 떨어지네요.

지리를 잘 모르니 그냥 마구잡이로 차를 몰고 여기 저기 다니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유람선중의 하나라는 배가 보입니다. 배위에 놀이 동산까지 있는게 보이네요. 뭔 생각을 하는지 도시 알수 없는 웬수 아자씨 배를 한참을 바라보네요.

어느날 리조트를 나가서 수퍼 마켓을 다녀오는데 이렇게 도시를 그려놓은 멋진 벽화가 있네요. 


저녁 식사후에는 소화도 시킬겸 산책을 합니다. 뜻밖에 거의 모기가 없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제 밥을 안해도 되는 한여름밤의 꿈같은 7일간의 리조트 생활이 끝나고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합니다.



소도시라 공항이 아주 작고 아담합니다.

4시간의 비행끝에 밤 9시넘어서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 도착했는데 지난주에 콜로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집에온지라 공항이 익숙한 아들이 자동화된 입국 수속도 빛의 속도로 하고 짐도 척척 찾아서 번쩍들어 카트에싣고해서 정신 혼미한 중년 아줌마 아자씨 혼잡한 공항을 편하게 빠져 나오면서 이노무 시키 키우느라 dog고생한 기억들은 잠시 잊고 흐뭇함이 밀려옵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에서 찍은 몇몇 영상 대충 간추려서 제 유투부 계정에 올려두었으니 궁금하신분들은 보시구요 무더운 여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Alison (alison)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요리와 캠핑카 여행을 즐기는 50대 초반 직장 여성입니다. 사추기로 몹시 까칠해진 캐나다인 남편과, 십대 아이들 둘과 살아가고..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hoshidsh
    '24.8.11 3:20 PM

    정말 축하드려요!! 이제 마음 푹 놓이시죠?
    저도 함께 기다린 것 같아요. 아드님이 언제 돌아오나, 어떤 경험을 들려줄까 하고..
    남편분 정말 최고시네요 환영 플래카드를 손수 만드시다니!!
    좋은 유전자 물려받아 탐험심과 창의력 가득한 아드님의
    앞날에 늘 행운과 건강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 Alison
    '24.8.13 11:04 AM

    감사합니다! 자전거 타다 흑곰을 만난것, 어느 노부부에게 저녁 대접받은것, 일주일간 샤워 못한것, 북미 곳곳에서온 같은 사이클리스트들과의 만남등 이야기거리를 한보따리 가지고 왔더라구요. 30일을 야외에서 쪽잠자면서 자전거 하나로 로키산맥을 넘은 아이니 이제 왠만하면 걱정 붙들어맬려고 합니다.

  • 2. 예쁜솔
    '24.8.11 5:43 PM

    진짜 아드님 대견하게 잘 키우셨네요.
    훌쩍 커서 돌아왔군요.
    앨리슨님께는 웬수 남편인지 몰라도
    가족 사랑이 깊으신 아자씨께서는 유람선을 바라보며 음~다음은 저거닷! 하고 계셨을겁니다.
    도미니카 공화국 여행...부럽습니다.

  • Alison
    '24.8.13 11:07 AM

    아들놈이 어떤때는 대견하기도하고 또 그럴듯하기도 한데 어떤때는 팔푼이 스럽고 그렇습니다 ㅎㅎ

  • 3. 미니유니
    '24.8.11 7:15 PM

    항상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같은 50대로서 아이들 키우면서 공감하는 내용도 많고 덕분에 깨닫을 때도 있어서 좋아요.

  • Alison
    '24.8.13 11:13 AM

    같은 50대라니 반갑습니다. 다른 50대분들은 아이들을 다 대학까지 보내놓고 여유로우신것 같은데 저는 아이들을 늦게 낳아서 아직도 종종 걸음입니다.

  • 4. carpe diem
    '24.8.12 2:26 AM

    어쩜 이렇게 재미있게 맛깔나게
    글을 쓰실까요?
    아드님 잘 키우셨고
    남편분 정말 멋지십니다!
    화목한 가정의 롤모델이 바로 여기 있었네요

  • Alison
    '24.8.13 11:17 AM

    '화목한 가정'이라는 말씀에 살짝 찔립니다 ㅎㅎ 남편이 좋은 아빠인건 맞지만 저와는 성격차이로 늘 아웅다웅하는 사이라 '화목'은 아닙니다 ㅠㅠ

  • 5. 동고비
    '24.8.12 5:54 PM

    밥안해도 되는 휴가가 찐이죠.아드님 뒷태만 봐도 넘 멋진 청년이네요.얼마나 흐믓하고 좋으실지~~

  • Alison
    '24.8.13 11:19 AM

    밥안해도 되는게 가장 좋았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다시 삼시세끼 밥 지옥에 빠져있습니다 ㅠㅠ

  • 6. ijis
    '24.8.12 8:14 PM - 삭제된댓글

    도미니카공화국 위치가 생각이 안 나서 지도에서 찾아봤어요. 카리브해연안국가군요, 쿠바처럼..

    카리스해는 멕시코만 가봤는데, 다음에는 도미니카공화국에 가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이 글을 읽고서요.

  • 7. ijis
    '24.8.12 8:15 PM

    도미니카공화국 위치가 생각이 안 나서 지도에서 찾아봤어요. 카리브해연안국가군요, 쿠바처럼..

    카리브해는 멕시코 칸쿤으로만 가봤는데, 다음에는 도미니카공화국에 가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이 글을 읽고서요.

  • Alison
    '24.8.13 11:21 AM

    풍경은 멕시코랑 비슷할것 같고 음식은 멕시코가 매운맛이 있어서 더 맛있을 것 같아요. 리조트의 음식들이 어쩜 그렇게 매운게 하나도 없던지 좀 실망스러웠어요.

  • 8. 소년공원
    '24.8.13 6:32 AM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인가봐요!
    바닷가에서 편안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오셨네요.

    저희 가족은 2년 후에 코난군이 대입 결과가 나오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때가 옵니다.
    그 때 디즈니 크루즈 또 타려 가려구요 :-)
    남편분이 바라보던 것은 카니발 크루즈 입니다 - 알아두면 쓸모없는 잡학 정보 ㅋㅋㅋ

  • Alison
    '24.8.13 11:31 AM

    코난군이 저의 딸아이보다 한살 많은줄 알았는데 동갑이었나봅니다. 저희딸도 2년후가 대학가는 해거든요. 그때 맞춰서 저도 안식년을 신청해놓아서 너무 기대가 됩니다. 저희딸은 아직 특별한 관심 분야가 없어서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있어서 걱정 스럽습니다. 다재다능한 코난군은 어느 분야로 갈지 궁금하네요.

  • 9. 행복나눔미소
    '24.8.13 9:45 PM

    아드님이 여행을 통해서 더욱 멋진 어른으로 성장해서 돌아왔군요.
    가족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참 좋아요.^^

  • Alison
    '24.8.16 4:05 AM

    가사일을 전혀 안하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니 좋았습니다. 남이 차려주는 밥먹고 놀기만하니 다툴일도 별로 없더군요 ㅎㅎ

  • 10. juju
    '24.8.15 10:05 AM

    아드님 무사 귀환 축하드려요. 아이에 대한 아버님의 무한 사랑이 감동적이에요. 아빠들이 아이를 사랑해도 저렇게 표현하는 분이 드물쟎아요. 아드님의 입학도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도미니카공화국 도로 상황이 예전에 갔던 중국 하이난과 비슷한가봐요. 차들이 차선도 안지키고 중앙선도 맘대로 넘나드는데 택시 기사님은 일상인 듯 전혀 동요하지 않으셨던 기억이 나네요. 남편과 아이는 그런갑다 하는 표정인데 저만 내릴 때까지 긴장했었다지요.
    여긴 너무너무너무 더워요. 제가 원래 에어컨을 여름에 거의 안켜고 사는데 올해는 퇴근하면 자동으로 틀게 되네요. 얼른 좀 시원해지면 좋겠습니다.

  • Alison
    '24.8.16 4:15 AM

    중국 하이난이라는곳도 도로사정이 그렇군요. 저는 뒷좌석에 앉아서 안전벨트 부여잡고 떨고 있는데 간이 부은 아빠와 아들은 팝시클 먹으면서 논스탑 토킹까지 하면서 오토바이들틈에서도 드라이브를 제대로 즐기더군요. 간떨려서 그 두사람하고는 같이 다니기 부담스러워요 ㅠㅠ 등산을 가도 이미 나있는길로 안가고 수풀헤치면서 새로운길을 내면서 가고...무단횡단도 수시로 하고...제가 제명에 못살면 다 그 두사람 탓입니다 ㅠㅠ

  • 11. Alison
    '24.8.16 4:14 AM - 삭제된댓글

    중국 하이난이라는곳도 도로사정이 그렇군요. 저는 뒷좌석에 앉아서 안전벨트 부여잡고 떨고 있는데 간이 부은 아빠와 아들은 팝시클 먹으면서 논스탑 토킹까지 하면서 오토바이들틈에서도 드라이브를 제대로 즐기더군요. 간떨려서 그 두사람하고는 같이 다니기 부담스러워요 ㅠㅠ 등산을 가도 이미 나있는길로 안가고 수풀헤치면서 새로운길을 내면서 가고...무단횡단도 수시로 하고...제가 제명에 못살면 다 그 두사람 탓입니다 ㅠㅠ

  • 12. 챌시
    '24.8.16 11:13 AM

    바빠서, 잠깐 82를 못들어왔는데, 무려 몇개나 새글이 올라와서 너무 기뻐요.
    어젯밤 보고,,댓글은 오늘 틈틈히 다는 중이네요. 좋은 소식 들고 와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나저나 아이들에게 너무너무 스윗 하신 남편분이세요..자전거 여행은 진짜,,저같아도,
    너무너무 맘이 아슬아슬 했을것 같아요..아드님 용감한데다, 체력도 짱인듯,,멋지세요.

  • Alison
    '24.8.16 7:41 PM

    남편은 아이들에게만 스윗합니다. 저와는 늘 아웅다웅이지요 ㅎㅎ 아들이 덜렁덜렁한 면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잘 다녀와서 저도 다시 봤어요. 몸은 말랐는데 자전거 타고 로키산맥을 넘어간거보면 체력이 나쁘지는 않았나봐요.

  • 13. 솔이엄마
    '24.9.1 9:40 PM

    아드님도 대단하고, 귀환 축하 플랭카드를 만드신 아버님도 대단하고~^^
    대단하신 가족구성원분들이네요.
    리조트 여행, 부럽고 좋아보입니다.
    앞으로 쭈욱 행복하고 다복하시길 바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41 쟈스민님을 기억하며, 먹고 살았던 이야기 6 코코몽 2024.09.11 1,174 1
41040 어른이 된다는 것... (82쿡 언니들에게 도움 요청) 20 발상의 전환 2024.09.05 8,893 1
41039 이태리 베니스 여행 중 먹은 것들 16 고독은 나의 힘 2024.09.03 7,564 7
41038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초심이 :-) 22 소년공원 2024.09.02 8,024 7
41037 이것이 다이어트식일까? 아닐까? 37 솔이엄마 2024.08.31 8,478 7
41036 총각김치 담궜어요 17 로로 2024.08.30 6,334 4
41035 여름아 잘가~~ 26 메이그린 2024.08.30 4,628 4
41034 크로아상 생지가있다면 4 ··· 2024.08.23 8,806 2
41033 보리고추장 담기 22 선아맘 2024.08.21 7,166 2
41032 독일 유학생 밥해먹고 살기 10 andyqueen 2024.08.18 10,445 3
41031 9kg 감량했지만 아직 갈길이 먼 솔이엄마 다이어트식단 36 솔이엄마 2024.08.12 15,282 3
41030 라갸시를 떠나기 -1일 14 주디 2024.08.12 8,212 3
41029 혼밥 챙겨먹기. 15 플레인7 2024.08.12 7,373 2
41028 한여름밤의 꿈 21 Alison 2024.08.11 7,682 3
41027 입추지나고 말복이고 이제 여름도 5 ··· 2024.08.10 6,024 4
41026 174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7월 골뱅이비빔국수, 치.. 6 행복나눔미소 2024.08.09 4,826 5
41025 어쩌다 프랑스에서 밥하는 22 주디 2024.08.03 12,453 4
41024 꿈같은 방학이 지나갔어요 36 소년공원 2024.07.30 12,749 7
41023 프랑스 유학생 밥 잘해먹고 살기입니다 7 andyqueen 2024.07.27 10,751 2
41022 감자철이라 감자가 넘 많아서 5 ··· 2024.07.19 16,028 3
41021 혼밥러 왔어요~ 19 옐로우 2024.07.18 11,490 2
41020 여름 휴가 미리 다녀왔어요~ 39 시간여행 2024.07.16 12,940 4
41019 솔이엄마 다이어트와 큰아들의 동참기 32 솔이엄마 2024.07.16 10,489 5
41018 뒤죽박죽 사진들과 드디어 냥~~ 8 고독은 나의 힘 2024.07.13 8,463 5
41017 173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6월 메밀국수, 새우튀김.. 10 행복나눔미소 2024.07.12 5,088 4
41016 다시 가스를 쓰며 12 코댁 2024.07.11 8,023 3
41015 대전 성심당~정보 외 10 지윤마미.. 2024.07.11 7,924 3
41014 간장 찔까? 14 해파랑 2024.07.10 5,181 4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