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입맛이 없거나
밥이 한 숟갈 정도 남았는데 그만 먹고 싶을 때
따듯한 보리차를 부어 말아 먹고는 합니다 .
물 말은 밥을 먹자면
어린 시절 , 아버지가 해주셨던 옛날이야기가 생각나서 빙그레 웃음이 나요 .
옛날 옛날에
어느 가난한 집에 손님이 오셨대요 .
늘 시커먼 보리밥을 먹는 형편이었지만 차마 손님에게까지 보리밥을 내줄 수는 없으니
이웃집에서 쌀을 빌려왔대요 .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을 본 그 집 아들이 엄마에게
나도 쌀밥 먹고 싶다며 칭얼대기 시작했지요 .
엄마는 조금만 기다려 보라며 , 설마 손님이 이 밥을 다 드시겠니 ?
남기면 그 때 네가 쌀밥을 먹도록 해라 ,
이렇게 다독거렸대요 .
손님은 밥을 먹으며 생각했대요 .
만약 내가 이 밥을 남기면 저 안주인은 반찬이 변변치 않아서 남겼나 보다 생각하겠지 ?
비록 손 가는 반찬은 없지만 ,
이 밥이라도 다 먹어야 밥상을 차려준 성의에 대한 보답이 될 거야 .
그리고는 옆에 있던 숭늉을 들어 조금 남은 밥에 물을 말았대요 .
그 때 방문 밖에서 자지러지는 울음과 함께 이런 말이 들려왔대요 .
물 말았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