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저녁 아이들 저녁을 챙겨주고 집을 나섭니다 . 솔로 캠핑을 떠나기 위해섭니다 . 일하러 안가고 왠 캠핑인가 하실겁니다 . 결론만 말하면 너무나 어려운 학생과 학부모님을 만나서 제가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휴직을 했습니다 . 스토리가 길고 우울하지만 몸과 마음을 재정비해서 9 월에 새롭게 다시 시작하려합니다 .
이번에 이 솔로 캠핑도 저의 힐링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 아이들도 남편도 다 떠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 아이들이 아직 고등학생이라 오래 자리를 비우기는 어려워 3 박 4 일로 정했습니다 . 아직 집채 만한 캠핑카를 운전할 엄두가 안나서 궁시렁거리는 남편의 말은 못들은척 하고 도움을 받기로 합니다 . 토론토에서 가장 가까운 캠핑장을 예약하니 고속도로로 50 분이 걸린다길레 궁여 지책으로 제가 제 작은차를 몰고 캠핑장으로 가면 남편이 캠핑카를 운전해서 캠핑장에 와서 제차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저는 캠핑카를 가지고 캠핑을 하기로 했습니다 . 고속 도로를 타본적이 평생 몇손가락에 꼽는지라 50 분 운전에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지요 . 특히 토론토의 401 고속도로는 왠종일 교통량이 많은 캐나다에서도 복잡스럽기로 소문난 도로입니다 . 사시나무 떨듯이 떨면서 고속도로를 운전한끝에 겨우 Darlington Provincial Park 캠핑장 도착 …
잠시후 남편도 도착하고 후딱 차를 교환하고 다음날 출근을 해야하니 슈웅 ~~ 하고 떠납니다 . 벌써 아홉시라 밖이 어두워져서 후다닥 차의 블라인드를 다 내리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합니다 .
혼자서 캠핑카의 침대에 눕습니다 . 갑자기 혼자라 마음이 이상한듯하다가 점점 말할수없는 자유와 평화가 밀려옵니다 . 한가지 흠이라면 캠핑장이 고속도로 바로 근처에 있어서 창문을 닫았어도 소리가 좀 들리더군요 . 혼자서 생각도 하고 넷플릭스도 보고 오디오북도 듣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 중간에 한번 깨서 슬쩍 창문의 블라인드를 들추어보니 별이 많이 떠있어서 또 한번의 작은 평화와 안식을 느꼈습니다 .
다음날 일어나니 캠핑카안이 참으로 정갈하고 고요합니다 . 가족들과 캠핑할때는 좁은 캠핑카안에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가지들과 물건들로 발디딜틈도 없고 앉을곳도 마땅치 않을때가 많은데 공간이 참 널널하더군요 . 신세계입니다 .
냉장고를 열어 아침을 준비합니다 . 혼자 먹기위한 아침 준비는 너무나 평화롭고 한가롭습니다 . 공간과 시간이 널널하니 아침부터 밥이 없는 키토 김밥을 말아봅니다 . 양배추 채쳐서 전자렌지에 슬쩍 익혀서 소금간하고 계란흰자만 넣어서 직사각형으로 부처줍니다 . 보통 통 계란으로 하시는데 전 콜레스테롤이 조금 높은 편이라 흰자만 팩에 담아서 파는걸 구입해서 사용합니다 . 어묵과 게맛살도 아보카도 오일 두르고 익혀주고 싱싱한 상추도 넣어서 김에 두르르 말아주면 밥없는 키도 김밥 완성입니다 .
김밥 표면에 참기름도 듬뿍 발라주고 썰어서 맛있게 먹어 줍니다 .
아침 식사후 커피를 마시면서 영어 숙제를 합니다 . 캐나다에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영어쓰는게 편치 않아서 더 늙기전에 공부해보고 싶어서 여러 영어공부 카톡그룹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 숙제만 하는데도 두어시간이 소비가 됩니다 . 참 제가 마시고 있는 커피는 유감스럽게도 저의 사랑 모카골드가 아닙니다 . 몸무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설탕을 끊으면서 자연스럽게 모카골드도 못마시게 되어서 디캐프 인스턴트 커피에 우유와 크림을 넣고 Monk Fruit Sugar 라고 스티비아처럼 칼로리가 없는 설탕을 넣어서 커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 맛이 모카골드와 싱크로율 80 퍼센트는 되니 과히 나쁘지 않습니다 .
공부가 끝나고 자전거를 타고 캠핑장을 한바퀴 돌아봅니다 .
봄이 이제 막 시작되서 여기저기 참 파릇마릇 싱그럽습니다 .
평지에서와 달리 오르막길이 많으니 허벅지가 불타 오르고 숨이 가빠서 한바퀴 돌고 나니 초죽음이 됐습니다 .
배도 고프고 손이 떨려서 점심으로 큰 돼지 목살 스테이크를 꺼내서 굽습니다 . 빨간색 고기는 혈관을 막히게 한다는둥 기름이 너무 많다는둥 잔소리를 하는 웬수 남편이 없으니 참으로 좋았습니다 .
구워진 고기에 후추하고 소금넣은 참기름장에 푸욱 찍어서 상추에 쌈장 올리고 매운고추 하나 얹어서 먹으니 크아 ~~ 너무 맛있습니다 . 어디 유명 스테이크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습니다 . 집에 있는 두명의 십대들과 웬수남편 전혀 생각 않납니다 .
잘먹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신문도 읽고 컴퓨터하고 놀다가 이번에는 걸어서 캠핑장 구석구석을 탐방하기로 합니다 . 평일날이라 사람이 별로 없어서 혼자 걸을려니 좀 무서웠습니다 . 이럴때는 또 웬수 남편이 사알짝 아쉽습니다 .
곧게 뻗은 소나무들이 너무 멋집니다 . 걷고 걷고 또 걷습니다 . 스페인에 있다는 그 유명한 순례길 Camino de Santiago 를 걷는다 상상하면서 제맘데로 Camino de Darlington 이라고 이름붙이고 오후 내내 계속 걸어봅니다 .
누군가와 같이 하면 같이 하는 즐거움이 있지만 가끔은 이렇게 그 누군가와도 의견 조율없이 내맘 내키는데로 이리가고 저리가고 할수 있는게 너무 편하고 좋습니다 . 봄햇살 흠뻑 받으면서 신나게 빨간 머리 앤 오디오북 들으면서 걸어 다녔더니 어느덧 듣고 있던 오디오북이 끝났네요 .
캠핑카로 돌아오니 다리가 무척 아픕니다 . 커피한잔을 다시 타서 안락의자에 앉아 멍을 때리기 시작합니다 .
이리 행복할수가 없습니다 . 몸은 적당히 피곤하고 오롯이 이렇게 혼자 앉아서 따뜻한 커피한잔 마시는 이 시간이 너무 좋습니다 . 찾아 올사람도 없고 내가 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않할수 있는 이 자유 . 먹고 싶을때 먹고 쉬고 싶을때 그냥 마냥 앉아서 멍때려도 되는 이 여유 . 이렇게 혼자 자유로웠던 시간이 거의 20 년은 된듯합니다 .
맘껏 멍을 때리다순두부 찌게와 대패 삼겹살로 나만의 소박한 저녁을 준비합니다 . 고추가루를 고추기름에 볶다가 물 조금 부어주고 김치 아주 조금 넣고 끓이다 시판 순두부 양념 넣고 순두부도 넣고 끓여주다 계란 하나 넣어 주었습니다 . 대패 삽겹살은 구워서 상추하고 쌈장에 먹었구요 .
잘먹고 나서 여러 인종의 친구들에게 캠핑 사진 몇장 보냈더니 인종불문 자기들도 솔로 캠핑하고 싶다고 집에서 단 며칠이라도 벗어나고 싶다고 아주 카톡에 불이 납니다 . 제가 성실한 아줌마 친구들의 잔잔한 가슴에 자유의 불꽃을 화악 ~~ 댕겨준듯합니다 .
어느덧 밤이 깊어지고 문단속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
몇몇 친구들이 밤에는 무서워서 어쩌냐고 걱정스런 카톡을 보내옵니다 . 음화화 ~~~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 . 느무 아늑하고 안락하고 평화롭고 고요하고 그저 좋기만 합니다 . 전혀 심심하지도 않습니다 . 이 좋은것을 왜 그동안 안하고 캠핑가기 싫다는 가족들에게 목맨나 후회가 됩니다 .
이렇게 3 박 4 일을 Darlington 주립공원에서 보냈는데 4 일째 되는날 저녁 어느 늙수그래한 아저씨가 노크를 똑똑해서 화들짝 놀라서 보니 처음보는 제비같은 셔츠를 입고 나타난 남편입니다 . 거의 못알아 볼뻔했네요 . 다시 남편에게 캠핑카를 넘겨주고 전 쪼끄만 제차로 바꿔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이렇게 3박 4일의 일탈이 막을 내렸습니다 . 마치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기분입니다 . 이 좋은 솔로 캠핑의 맛을 알고나니 이제 수시로 홀로 떠나고 싶어질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