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 복효근
괜찮겠어요
물으니
오월이잖아요
그가 짧고 아프게 웃었다.
....................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맘이 번잡스러워 집니다.
아무도 오지마라
이 동네 코로나 심하다.
인구 10만도 안되는 동네에 여태 잠잠하다
여기저기 확진자가 나와 식당이 지난 주말에 문을 닫는 곳도 있었습니다.
엄마집에 있는 사진,
엄마가 낳아놓고 얼마나 흐믓했을까싶은 순간일 겁니다.
지금은 다 각자 삶으로 빠져나가 그리워하는 자식들이지요.
왔다갔다하면서 엄마집 베란다를 쳐다 봅니다.
할마시 뭐하노?
봄이 오니 짝이 안맞는 커텐이 안방과 거실에 달려 있습니다.
어딘 가에 짝이 있을 건데 못 찾는 거지요.
안방에는 제가 좀 아끼는 하얀색 커텐 싸들고 가 달았습니다.
거실은 이케아 가서 녹색식물이 찬란한 무늬 커텐을 사 달고,
이 참에 침대 매트리스 커버도 핑크빛도는 신혼침대로 만들었습니다.
울엄니 "니는 참 이런 것도 잘하고 우째 내 입맛에 딱 맞는 색깔을 골라오고"
감탄사 쏟아나오는 중에 얼른 내뺐습니다.
엄마의 늘어진 살림을 보면 열이 확 올라오기 때문에^^
-----
새벽 날 샐무렵까지 "더 파더" 영화 봤습니다.
멍하니 잠이 안 왔어요. 나도 그러할 거고 무엇보다 엄마와 비슷한 모습이 그대로
나옵니다. 엄마 병원진단명은 알츠하이머병입니다.
백신 1차 2차 접종을 주민센터 버스를 이용했는데
두 번 다 길에서 헤매어 주민센터 직원들까지 나서 엄마를 찾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도착해서 전화하면 내가 갈거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렇게 한바탕 하면 진이 빠집니다.
엄마는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꼭 어디다 숨깁니다.
제가 구석구석 뒤지면 돈이 마구 쏟아져 나올 거라고.
매일 돈과 숨박꼭질합니다.
엄마 통장은 제가 생활비 관리를 하는데 저더러 돈 다 갖고 갔다고
속 뒤집는 소릴 합니다. ㅎㅎ
지금은 혼자 밥도 챙겨드시고 길냥이 밥 주는 일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고 TV와 더불어 건강하게 잘 계십니다.
그 이후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 폰에는 엄마와 강아지들 사진이 젤 많습니다.
밉다밉다해도 애정이 있으니 그리 손이 가겠지요.
밤에는 내일 낮에 엄마랑 뭐 먹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다
날 새면 아이고 할마시 또 치장하는 거 기다려야 하고
으아아 맨날 포기합니다.ㅎ
아주 오래 전 사진입니다.
고고를 찾아 보셔요.^^
엄마한데는 돈도 이제 필요없고 자식들 얼굴 보는 낙이 제일입니다.
근데 자식들은 이 핑계 저 핑계대고 통장으로 돈만 보내왔지요.
저도 한 때 그랬구요.
코로나로 얼굴 보기 더 힘든 시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엄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