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최근에 먹은 사진을 들고 왔습니다.
오늘 너가 먹은 것이 너라고 한다더만, 뭘 먹고 놀고 댕겼나 봅니다.
동네 레스또랑이라기는 뭐하고 피자와 파스타, 스테이크는 한 종류 하는 집입니다.
와인 콜키지도 없다고 하여, 한 병 들고 가서 비오는 창 밖 쳐다보며 나름
우아를 떨고 왔습니다.
전생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안 태어났을 겁니다.ㅎ
냉장고에 김치는 없어도 버터는 있는.
와인을 곁들일 수 있는 식사가 좋습니다.
물론 소주 반주는 자주 환영이구요.^^
평소 집에서 육식을 못하기 때문에 아마도 사진 보니 밖에서는 주로 육식이군요.
혼자 참 잘 먹고 다니네요. ㅎ
이렇게 몇 번 혼자가 미안해서 엄니 모시고 외식하러 갑니다.
이번엔 LA갈비네요.^^
엄마와 가까이 산 지 6개월이 넘어 갑니다.
슬슬 일상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자주 안 가도 그려러니 하는 정도가 되어
제가 편합니다. 반찬과 간식, 병원 모시고 가는 일들은 당연히 제가 하는 거고
같이 한 공간에 안 사는 것만으로도 서로 평화롭습니다.
40대 여자분 혼자하는 돈까스와 치킨집입니다.
치킨집 매장에서 혼자 닭다리 뜯는 일은 혼술 베테랑도 살짝 불편한 게
양도 많고 조명도 훤하고 무엇보다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바로 뜯어 먹는 그림이 조금 민망합니다.
근데 동네 이 집은 테이블 3개, 그것도 일요일 늦은 밤에 가면
혼자 입니다. 제가 보고 싶은 프로 틀어놓고, 다 못 먹더라도
매상은 올려줘야지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 속 시려 커피대신 앙파껍질과 말린 무우차입니다.
티백으로 만들어진 것을 사 먹습니다.^^
속이 좀 편해집니다. 그러면 다시 커피를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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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봄이 오면 꽃다발을 들고 꼭 찾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올해 10년째 입니다.
해마다 제가 어떻게 변했는지 나아졌는지 더 이기적으로 괴팍하게 늙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거기에다 지난 시절을 되씹으며 눈물 뚝뚝 흘리다가 통곡으로 가는
그런 곳입니다. 저라고 왜 후회되고 울 일이 없겠습니까!
미안하고 서운한 사람들이 번갈아 교차되면서 울고불고 하다보면
절로 정화되는 그 곳이,
오래 전 많은 보살핌을 주신 분의 산소입니다.
가끔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과의 대화가 편할 때가 있습니다.
그게 무슨 대화인가 싶기도 한데 그냥 하염없이 감정과 말을 쏟아 부을 수 있어
확실하게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그 곳에 있습니다.
그 분 살았을 적 느낌이 여즉 이어지고 있어 그렇습니다.
죽으면 다 끝이 나는 게 아닌 것같습니다.
남은 이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지 가끔 궁금합니다.
그게 척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어렷을 적부터 무덤가에서 잘 놀았습니다.
지금 부산 남천동 매립지 말고 기존 아파트 있던 곳이 공동묘지였어요.
중학교 때는 버스타고 용호동 천주교 공동묘지가서 뭔 생각을 그리 했는지
제가 무슨 철학계의 박세리도 아니고^^
서울에서 마지막 살았던 곳도 벽제 화장터 안쪽으로 들어간 조용한 아파트 단지에서
살면서 꽤 평화롭게 살았습니다.
역시 죽은 자들이 조용하군 하면서^^
자기 만의 공간 하나쯤 갖고 있는 것도 좋습니다.
공간이 주는 힘도 크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기도 하고
저는 이렇게 봄날 그 곳에 다녀오면 나머지 일년 살 힘을 얻고 옵니다.
제가 캣맘이 됐습니다. 길냥이 밥 준지 한달차 입니다.
집구석에는 이 녀석들이 저렇고 있으니 고양이를 들일 형편이 안됩니다.
제 일터에 밥을 주고 있어요. 까만 야옹이가 쓰레기를 뒤지는 걸보고
아차 내가 왜 진작에!
밥 준 첫 날 마주친 야옹이 눈을 잊지 못합니다.
1미터 거리에서 한참 저를 쳐다 봅니다.
제 해석으로는 "음, 좀 착하게 보이군. 안심하고 밥을 먹을 수 있겠군
고맙네"하는 표정이였습니다.
저 황홀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ㅎ
이름을 고고라고 지었습니다. 근데 못 알아묵습니다.ㅎㅎ
새로 생긴 맛집이라고 서로 공유했는지 제법 밥을 먹고들 갑니다.
집에 들어와 쟤들한데 "오늘은 야옹이 세 마리가 와서 밥을 먹고 갔어
너무너무 좋아아하하" 생뚱맞은 표정으로 지들끼리 살짝 맛이 갔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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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야기를 주로 듣는 입장이라 상대방이 쓰는 단어를 집중해서
잘 듣습니다.
어제 만난 50대 여성은 너무너무 싫다와 좋다를 자주 사용합니다.
양극단을 오고 가지요.
그래서 살짝 우리가 어렷을 적에 주로 한 표현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머쓱해 합니다.
나이와 생각과 지혜가 언밸런스되어 있는.
나이가 허수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특히, 50대를 만나면 사고가 트인 것같다가도
기존 사회에 깊숙히 들어간 그 논리를 반복하는 소릴 들으면
50대가 참 어중간하구나
50대에 노후 준비(돈, 아파트말고)해야하는데 청춘도 아닌데
방황하면 어쩔 것이여......
뭐 그런 생각이 요즘 듭니다.
아고 야옹이들 밥주러 가야겠습니다.^^
후다닥~~~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