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명왕성의 12월은 김장 김치가 익어가는 곳...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중간생략...
마지막도 생략...
ㅎㅎㅎ
김치가 맛있게 익어가니 자꾸만 김치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요리를 하게 되네요.
만둣국을 끓여서 먹었어요.
비비고 왕만두...
처럼 보이지도 않지만 만든 사람의 마음만은 비비고를 지향했던...
명왕성 만두를 넣고 끓인 만둣국입니다.
저희 가족들의 초딩 입맛 때문에 튀김 만두를 자주 만드는데, 요즘은 초딩 입맛을 졸업했는지 찐만두가 더 맛있다고 하네요.
찐만두를 빚을 때는 이런 동그란 모양이 편리했어요.
왜냐하면 찜솥에 넣을 때 서로 달라붙지 않으면서 한꺼번에 많이 넣을 수 있거든요.
김치를 먹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음식이 있어요.
바로 가자미 식해!
동해안 지역에서 가자미, 명태, 오징어 등 동해안에서 나는 생선으로 만들어 먹는다고 해요.
저희 아버지의 고향이 포항이라서 친할머니께서 가끔 담으셨던 가자미 식해...
하지만 귀한 식재료와 까다로운 요리 공정 때문에 우리 할머니 기준으로 귀한 손님이 오실 때만 만드셨어요.
할머니의 귀한 손님은 맏사위 또는 맏아들...
우리 아버지는 둘째 아들, 저는 할머니의 손주 중에서 출생 순으로는 넘버 에잇 (에잇!), 아들손주 혹은 맏아들/맏사위에게서 태어난 손주 등으로 가산점을 고려한 중요도 순위로는 아마도 넘버 써틴이나 포틴쯤 되었을 거에요 :-)
그러니 제가 할머니의 가자미 식해를 먹어본 것은 고모부 상에서 남아서 내려온 것 한 입, 간이 어떤지 보라고 먹어본 한 입, 등등 토탈 한 종지가 못될 겁니다.
초딩이었던 제 입맛에 그렇게 달가운 맛과 비주얼도 아니었고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이제는 외식도 쵸큼 비싼 것을 사먹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친구들과 한정식집에 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거기서 반찬으로 가자미 식해가 나왔더군요.
한 입 먹어보니 어릴 때 맛봤던 바로 그 맛!
폭 삭힌 김치와 해물의 맛이 참 좋았어요.
하지만 그 이후로 유학을 오고 명왕성에 살면서 가자미 식해는 저와 더욱더 멀어졌죠...
바로 그걸 만들었습니다!
식해는 가자미로만 만드는 줄 알았는데 오징어로도 만들고 심지어 오징어 진미채로도 만든대요.
저희집 냉동실에는 저와 인생을 함께 해온 반려 오징어 다리가 있어요.
몸통은 남편이 맥주 안주로 먹고 질긴 다리는 오래오래 반려해왔죠 ㅎㅎㅎ
그걸 물에 넣고 24시간 불렸어요.
무는 채썰어서 소금에 절여서 이것도 24시간...
무말랭이로 만들어도 된다고 하는데 명왕성에서 무말랭이는 너무나 사치품...
불린 오징어 다리와 절인 무채, 그 옆에 있는 것은 김장하고 남은 김치 양념, 그리고 밥 한 그릇과 엿기름 가루가 들어갑니다.
김장 양념을 모든 재료를 갈아서 만드니 이렇게 장기보관 해놓고 필요할 때 사용하기 참 편하고 좋아요.
오징어와 무를 김장 양념으로 무치니 벌써부터 맛있어 보입니다.
사실, 이렇게해서 반찬으로 먹어도 충분히 맛있긴 하겠더군요.
다음은 밥에 엿기름 가루를 넣고 잘 섞어줍니다.
엿기름 가루는 우주선 타고 지구궤도 한인마트에 가면 서너봉지씩 사다 놓습니다.
마시는 식혜를 온가족이 좋아해서 자주 만들어 먹거든요.
그러면 이제 이 두 가지를 잘 섞어서 발효시키면 완성입니다.
상온에 두고 하루가 지나니 밥알이 엿기름 가루에 삭아서 아주 단 맛이 나요.
김장양념이 슴슴해서 반찬으로가 아닌, 그냥 이것만 한 그릇 떠서 밥처럼 먹었어요 ㅎㅎㅎ
할머니에게는 넘버 써틴 포틴이었는지 몰라도, 제게는 제가 넘버원, 베리 임포턴트 펄슨, 즉 브이아이피 입니다.
오징어 식해를 밥그릇으로 가득 담아 먹을 자격이 있다는 말이죠 :-)
저희 남편과 아이들은 아직 이 곰삭은 발효 맛을 알지 못해서 남은 식해도 전부 제 차지입니다 ㅎㅎㅎ
김치나 식해, 또는 다른 매운 음식을 먹고나면 입안도 얼얼하고 뱃속도 훈훈해지면서 단 것을 달라! 외치게 되지요.
오늘의 달다구리는 초코렛 폭탄입니다.
도시락 폭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이런 원리로 폭발합니다.
따끈하게 데운 우유에 넣으면 폭탄의 표면이 녹고...
안에 있던 화약, 아니 코코아 가루와 머쉬멜로우가 터져나오게 됩니다.
흰 우유가 달콤한 초코우유로 변하죠.
사제폭탄을 제조중인 위험한 10대 청소년 코난군... ㅎㅎㅎ
요즘 저희집 부엌은 아이들이 접수했습니다.
곧 이웃간의 쿠키 나누기 이벤트가 있는데 그 준비로 이런저런 크리스마스 쿠키와 캔디를 만드는 연습을 하느라 그런 거죠.
다음에 완성품이 그럴싸해지면 사진 찍어서 들고 오겠습니다 :-)
오늘의 미술작품은 크리스마스 카드입니다.
미술 선생님은 확실히 미적감각이 뛰어나서 크리스마스 트리도 멋져요!
(확인사살: 위의 멋진 거실 풍경은 저희집이 아닙니다. 미술 선생님 댁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