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하고 사세요?
저는 이렇게 와인 따서 영화보고
책도 보다가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어제부터 살짝 무력감에 빠집니다.
이렇게 집에 오랫 동안 있었던 적이 없어요.^^
혼자 잘 놉니다.
식당가서 반주도 곁들이면서 맛있는 거 먹는 재미도 솔솔하고
오래된 영화 찾아 두세번 반복해서 보는 것도 좋구요,
근데 이 모든 게 시시해지는 오늘입니다.
듣기좋은 꽃노래도 하루이틀이지~끙
어젯밤에는 갑갑해서 동네 치킨집에 갔습니다.
야외에서 마실 거라 두툼하게 챙겨입고 갔지요.
고양이 한 녀석이 배가 고픈지 막 웁니다.
그 집 주인장이 길냥이 밥을 잘 챙겨줘요. 밥 얻어 줬습니다.
치킨이 나왔습니다. 살짝 간이 심심해서 살만 뜯어 야옹이도 먹고
나도 먹고 동무 삼아 즐겁게 소주 마시며 놀았지요.
이 야옹이 배가 너무 부릅니다. 아고 임신했구나, 만약 이 녀석이 날 따라온다면
거둬야 하나, 새끼까지 낳을건데 우째야하나
고양이 생태계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해가면서
그랬습니다.
주인장이 저 노는 모습을 보면서 지나가는 말로
"많이 주지 마소, 저 배를 보이소"
"아무래도 임신한 것 같아요"
"뭐 하하하 숫놈이요"
으하하, 갑자기 저 녀석 뚱띠 배가 원망스러웠습니다. ㅎㅎ
아주 비싼 김밥
한 줄에 1만 2천원, 대방어 김밥입니다.
할마시와의 평화는 오락가락합니다.
김밥 먹을 때는 평화이고, 지금은 또 싸움판입니다.
어찌 늘 좋으라는 법이 있겠습니다.
한 달 전인가? 원탁 좌식테이블을 제가 재활용장에 갖다 낸 적이 있습니다.
멀쩡하긴 했어요. 누군가 잘 쓰겠지하고.
작은방 문을 여니 저기 구석에 그 원탁이 있는 겁니다.
"이기 뭐꼬? 내가 이라지 말라꼬 했제?"
아들이 산 거라 못 버리겠다고 합니다.
(아들은 저거 집에 쓸 일이 없어 엄마집에 갖다 논 것^^)
그리고는 "촌에 경로당에 보내줄끼다"
"촌이 무슨 쓰레기장이가? 이걸 누가 어떻게 촌에 보낸다는 말이고?"
뭐 이렇게 한 바탕
옷 좀 정리하라고 헌옷 돈주고 사가는 사람 있다, 1키로에 100원이라는 말은
안했습니다.^^ 옷 좀 우째 해봐라
뭐 혼자 떠드는 거지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짐들이 저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맨날 그 놈의 묵은 짐하고 싸우는 이유가 뭘까?
저한데는 엄마 = 살림 못하고 맨날 냉장고니 집구석이니 쌓아두고 사는 사람
이게 공식이 되어 있는 거여요.
엄마 말대로 내 살림이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해요.
제 눈에는 그것만 보이니 도는 거지요.
4~50년 그랬던 것같아요.
엄마 가출하거나 계모임 가면 아버지와 언니들은 게릴라식으로
버리는 걸 아주 어렷을 적부터 보고 자랐어요.
이제 삶의 막바지에 더는 그렇게 안 살았으면 좋겠는데
옷도 무지 좋은 게 많아요. 그거 다 나눠주면 잘 입을 건데
언제고 나들이 갈 꿈에 못 버리는 건지, 옷이 아까워 못 버리는 건지
뭐 하여간 다 품에 안고 싶은가봐요.
오후에 엄마 치매약 타러 갑니다.
엄마가 치매래서 저런 거 알아요. 그게 더 씁쓸하지요.
그나마 저하고 이래 싸우면서 투쟁심으로 정신줄을 안 놓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다행이지요. ㅎㅎ
형제들에게 가끔 톡으로 엄마소식 전합니다.
사진과 곁들여 "아무도 엄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라는 협박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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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읽고 있습니다.
문학동네 번역본
쉬엄쉬엄 봅니다. 러시아는 꼭 가고 싶습니다.
최근 본 영화 중
좋았던 영화는 왓차에 있는 "12인의 성난 사람들" 입니다.
설득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우리모두 뼈 속 깊이 있는 편견에 대해
재밋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1957년 흑백영화)
넷플에서 왓차로 갈아 탔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영화제목만 보다 빠져 나오는 날이
더 많습니다.
날은 차가워도 햇살은 따뜻합니다.
코로나로 이 녀석들은 복이 터졌지요.
하루 종일 같이 있어주니 ㅎㅎㅎ
조금 떠들고 나니 가벼워졌습니다.
맛있는 점심 드시고 남은 시간 재밋게 보낼 수 있도록 같이 고민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