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악령"을 다 끝내고 들어오니 오래된 쪽지들에게 미안한 밤입니다.
뭐에 하나 빠지면 며칠을 들고 앉습니다.
영화도 책도, 젊은 날 연애도 그랬습니다.
밀린 이야기가 많은데 뭐부터 시작해야하나
먼저 키톡이니 먹는 것부터^^
제가 몇 년전부터 아버지 제사를 없애자고 남동생에게 말했습니다.
올해 들어서야 명절제사를 없애고 기제사만 그것도 절에다 모시는 걸로
결정을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동생 왈, 누나야 음식 좀 해주라, 갈비찜 먹고 싶다.
집사람이 뭐 한다는데 영 맛이 없어서, 내 돈 부치주께
이런 썩을 놈을~^^
10여년 동안 갈비찜 서너 번 했습니다.
제게 갈비찜 법을 가르켜 준 분은 방배동에서 손만두로 날린 언니입니다.
음식 진짜 잘합니다.
그녀의 명언 "질긴 갈비는 없다, 질겨진 갈비만 있을 뿐"
진짜 재밋는 언니인데 집에 함 가보고 제가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어제 이사온 집? 내일 이사갈 집
사람은 두 개 이상 잘하기 어렵습니다.ㅎㅎㅎ
레시피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갈비 피 빼고(3키로 기준 5~6시간 전후)
물에다 대파 풍풍 길게 잘라넣고 양파도 풍풍, 통후추도 날려주시고
그 물이 끓으면 갈비 때려붓고 팔팔 끼립니다.
위에 뭐가 올라오면 거둬내고 오래 안 끼리고 갈비를 꺼냅니다.
그 물 절반 보다 적게 남겨두고 되도록 간단하게 기본 양념을 합니다.
갈비를 붓고 그 위에 양념물을 붓고
여기서 팁이 뚜껑을 열고!
온 집에 냄새가 진동하더라도
부드러운 갈비를 먹고싶다는 욕망으로 참아야 합니다.
강약약으로 자작해질 때까지 끼립니다.
저는 깎은 밤과 버섯 정도만 넣습니다.
저렇게 식구들한데 해주면 제가 입을 안 여는 이상
다 한우인줄 압니다.
10년 동안 비밀입니다.ㅎ
(찜갈비는 호주산보다 미국산이 맛있습니다.
저는 홈플 미국산 곡물믹인 거 삽니다.)
나름 코스요리를 기획했습니다.
에피타이저로 저 새우구이와 삶은 새우로 간단 샐러드
메인으로 갈비찜과 안동소주?
그 뒤 떡국(봉하마을에 만두까지 주문하고, 다시팩 통영에 주문하고 아으~)
김치도 주문해야 합니다.
엄마는 요즘 봄동겉절이가 너무 맛있다고 합니다.(동네반찬집에서 공수)
내일 러시아의 역사 상하(까치글방)가 도착합니다.
딱 여기까지만 보자고 다짐합니다.
"악령" 3권이 띠지가 너덜합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말
<인간의 생애 후반은 보통 전반기에 쌓아 온 습관에 의해 구성된다고 합니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당신이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심은 오래된 간병인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른 환자들과 비교해서 유독 한 환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나, 아니면
좀 더 그럴듯한 비유로 장례식장을 돌아다니는 신앙심 깊은 노파가 다른 시체들보다
더 아름다운 시체를 선호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소>
남자를 사랑하는 여인에게 하는 말입니다.
이 남자는 나중에 나의 간병인이 되어달라고 합니다.
미친놈!
문제는 이런 식의 연민과 동정이 윤색되고 과장되어 기형적인 연애가 아직까지도
이어진다는 현실입니다.
뭐 여하간 죄다 적는 거는 무리고, 다 아는 이야기지만 머리를 치는 말이
인생은 행복과 불행이 적절히 섞여 있다는 겁니다.
제 식으로 말하면 행과 불행의 비빔밥입니다.
악령은 읽기 수월하지는 않아 권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인간에 대해 로쟈는 도스또 영감이 창자까지 보여준다고 비유했습니다.
철학적 해부학을 즐기는 저같은 취향은 딱입니다.
넷플에 있는 다큐입니다. "도시인처럼"
우리나라에는 안 알려진 작가 프랜 레보비츠 이야기입니다.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이 직접 대화를 이끌어 가고, 내내 그녀의 이야기에
시원하게 웃습니다.
지적인 대화가 그리운 분들 보심 재밋습니다.
7가지 주제에 어찌나 일관된 시선을 갖고 있는지 보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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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서 메일, 그리고 톡 또는 문자로 이어지는 일상의 표현방식으로
점점 목소리를 잃고 삽니다.
해가 바뀌었다고 날아오는 톡이나 문자에 감동없는 답장이 싫었습니다.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난 해는 코로나에 안 걸리고 밥 먹고 살았으면
잘 산 거 아이가!
그 말밖에 별로 할 말은 없었지만 목소리 너머 들려오는 온기가 있어
되도록 전화를 하자고 다짐합니다.
대박이라는 단어때문에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형용사들이 사라졌는지
여기도 대박 저기도 대박
대가리 깨지게 많이도 듣습니다.
제가 올해 59세입니다.
60대 70대 잘 사는 사람들이 멀리 있어 보이질 않습니다.
위의 프랜 레보비츠는 1950년생, 저 마이클 더글러스는 1944년생입니다.
가까이에는 배철수 형님이 있고, 윤여정 배우가 있지요.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좋아하는 것과 일이 일치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코민스키 메소드는 늙은 남자들의 수다도 즐겁고, 무엇보다 70대인 마이클 영감님이 여전히
섹시하다는 겁니다. 게다가 연극 수업중 이 사람의 연기에 대한 철학을 볼 수 있습니다.
즐거운 꼰대들입니다.
단절과 고독, 이어질 질병까지 안고 가야할 이후의 시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밤입니다.^^
쉽게 말해 "뭐하고 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