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겐 꿈이 있다 .
나이 들수록 근사해지자는
조금씩 하루하루 더 .
늘어가는 숫자만큼 여유로워지고
화보다
웃음이 늘었으면 좋겠다 .
하지만 이건 욕심이다 .
구라다 .
정작 바랄 건 어제다 .
무엇과 비교해서가 아닌
그냥 근사한 기억이었으면 한다 .
그 어제를 위한 꿈을
나는 오늘 꾼다 .
바로 여기서 .
오늘 아파하고
알아채고
집중하자고
지금 흘려버리자고 .
아침에 눈을 뜨면 중얼 거린다
‘ 사소한 것에 열과 성을 다하기 ’
그리고 살짝 웃는다 .
개꿈이라 겸연쩍어선지
기억이 부끄러워선지
맨날 그저 웃고 만다 .
2.
늦은 점심을 먹었다 .
역시 냉동 칸에 자투리로 있는 또르띠아 .
또르띠아치곤 두꺼워 보통 피자용으로 쓰는데 ,
잘게 썬 양파와 절인고추 다져넣고 토마토소스를 만들고
K 가 있었으면 고기를 넣었겠지만 K 가 없으니 그냥 두장의 또르띠아 후라이팬에
올리고 치즈 얹고 소스 얹고 약불로 구워 치즈가 녹을 때쯤 반으로 접어 .
이걸 뭐라 불러야할지 모르겠지만
이맘때 텃밭서 넘쳐나는 상추와 곰보배추 적당히 찢어 요구르트를 뿌려 한접시 냈다 .
맥주가 아쉬운 간단 점심을 먹고 한 잠 잤다 .
잠결이지만 좀 더운 듯해 깨어보니 6 시가 넘었다 .
H 씨 “ 일어났어요 . 나가서 좀 걸을래요 ? 운동 !” 라는 말에 ,
“ 더워서 싫은데 , 땀나고 귀찮아요 .” 대답하고 TV 를 보는데 화면에 잡채가 나온다 .
‘ 잡채밥 먹고 싶다 !’ 는 나갈 채비하던 H 씨의 탄성 비슷한 게 있고
H 씨 “ 안 나갈 거 면 , 잡채밥 어때 ?” 한다 .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만 대충 넣고 만든 잡채다 .
시금치도 없고 당근은 넣어야지 하며 잊어버리고 .
결국 양파 , 버섯 , 어묵 정도에 시금치 대신 파를 좀 썰어 넣은 잡채다 .
부랴부랴 만든 잡채밥 , 정작 H 씨는 맛만 봤다 .
‘ 좀 움직였더니 식욕이 사라졌다 ’ 나 뭐라나 !
덕분에 또 나만 과한 저녁을 먹었다 .
요즘 주말은 사육당하는 기분이다 . 자투리 음식과 변덕스런 입맛들 때문에 .
뱃살을 보며 지금 슬퍼하고 있다 .
3.
“ 아빠 핸드폰요금 계좌를 다시 아빠계좌로 할 수 없을까 ? 요즘 과외나 알바도 못하고 맨날 밥도 사먹어서 , 돈 부족하면 엄마나 아빠한테 말해야 하는데 . 아껴 쓰려 해도 월말에 핸드폰 요금 나가면 부족할 수밖에 없어서 말이야 ㅠㅠ 어떻게 생각해 ?”
K 에게 장문의 문자가 왔다 .
알바를 시작하며 휴대폰 요금은 네가 내라며 끊었던 걸 다시 내달란다 .
나름의 이유와 고민을 담아 보냈다 . 내 의견까지 구하며 .
K 의 문자에 ‘ 별로 좋은 생각 아님 ’ 이란 답문을 보냈다 .
하지만 조용히 자동이체 신청했다 . 용돈을 10 만원 올려서 .
세상 참 많은 것들이 많이도 오르는데 , 내 임금은 …… . 왜 ?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