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농작물수확을 해야 할 시기에 잦은 비와 흐린 날씨가 반쪽자리 농부의 바쁜 마음에 태클을 거는 중입니다.
그래도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 는 가훈을 꾿꾿하게 지켜가는......
닭잡기가 두려운 닭치기네 집에서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중대한 행사를 치렀습니다.
키우던 닭을 잡아 백숙으로......
사먹는 닭고기와 맛이 다를거라는거~ 다들 짐작하시죠?
특히나 국물맛이 끝내줍니다.
가을이 길어서인지 냉이도 지천에 널렸습니다.
이따금 몇뿌리씩 캐다가 냉이된장국~
겨울철 닭들의 간식용으로 심은 배추와 무우는
닭들보다 우리가족이 먼저 맛을 봅니다.
배추쌈, 배추된장국, 물김치, 석박지......
좀 더 편하게 표고를 햇빛에 말리려고 표고건조대를 만들었는데
비가오거나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정작 표고버섯은 거실 한켠에서 말려야 하는......
올해는 몇가지 작물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풀밭이 되어버린 텃밭에서 수확하고 남는 오이, 방울토마토, 호박, 가지들을
그대로 내버려두어 자연상태에서도 자랄수 있는지......
요거이 제대로 되면 게으른농부 팔자 피게 됩니다.
지가 알아서 싹이나고 열매맺고
그러면 나는 따먹기만 하면 되니까요~
겨울을 나려면 부지런히 화목도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올해는 폐자재를 얻어다가 집 뒷켠으로 작은 헛간을 만들었습니다.
일단 지붕과 벽체만 세워 두었는데 세부작업은 아직도 진행중~ㅠㅠ
농장주변의 산에는 화목이 널렸습니다.
몇해전 봄의 산불로 소나무들이 거의 다 타죽었거든요.
국유림이라 제가 은퇴하고 농사일에 전념하게 되면 2-3만평정도 사서
또 다른 방식의 병농임업과 자연순환농업을 시도할 계획인데
포크레인으로 차가 드나드는 길을 내고
골짜기의 죽은 나무들을 베어서 역시 포크레인에 밧줄로 묶고 길까지 끌어 올린 후에
엔진톱으로 토막을 쳐서 집으로 가져옵니다.
나중에 이 국유림을 사서 농장을 꾸미게 되면
아내와 둘이 그간 못했던 골프대신 자치기를 실컷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골프채세트에 골프화까지 사들고와서
제발 같이 골프치러 다니자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젠 그양반들도 지쳤는지 그런 말들은 일절 없네요. ^ ^
여가시간을 즐기는 것도 중요한 일이긴 한데
한번 살다가는 인생 보다 의미있는 일에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신념이라......
시골에서 화목보일러는 아주 유용합니다.
초저녁 뜨끈하게 불을 지펴놓으면 다음날 저녁까지 온수 맘껏 쓰고......
게다가 이따금 잔불에 목살에 삼겹살 구워먹는 재미도 제법 괜찮습니다.
화목보일러 앞의 비좁은 공간에 네식구가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런저런 얘기들도 나눌수 있고......
어느날 오후에는 깜빡하고 넘어갈 뻔 했던 도라지도 캐서 무치고
풋고추나 따먹는다고 심었던 고추밭도 정리해서 고추장아찌 담그고
올해는 마지막이 될 참나물도 따다가 무쳐먹고......
저 시뻘건 좌빨찌개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즐겨 드시던 토장국인데
돼지고기에 감자, 호박 숭숭 썰어넣고 끓이면 소주안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틈나는대로 아내는 은행을 수확합니다.
지금도 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은행들을 수확할 틈이 없어
닭장앞에는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그래도 노랗게 떨어진 은행잎이 가을정취를 느끼게 해주네요.
내년에 먹을 마늘과 양파도 심고
농장한켠의 밤나무를 몇그루 베어내고 감나무도 20그루를 심었습니다.
추위에 강한 야오끼로~
요것들도 이전에 심어둔 감나무들처럼
훗날 닭들에게 훌륭한 간식거리를 제공할 것입니다.
엘니뇨덕에 게거품을 물었던 표고수확~
기껏해야 1년에 200~250키로 팔아먹는 표고장사가
따뜻안 가을날씨에 잦은 비가 이어지면서 표고가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어찌나 많이 피어났는지......
죽기살기로 1박2일간 아내와 수확한 것이 300키로가 훨씬 넘네요.
햇빛에 말려야 하는데 비는 계속이어지고
그대로 두었다가는 죄다 썩게 생겼으니
1박2일간 거실에 쭈그리고 앉아 채썰어 거실마다 방마다 선풍기틀어 말리고
뒷켠 헛간에도 말리고 하느라 전쟁을 치르고......
어느날 저녁에는 물메기를 끓이는 중에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내미는 것이 김치~
학교에서 실습하면서 만들었다는데 맛이 죽입니다.
물메기 집어 치워라~ 수육이 대세다~
아내는 저녁상차리다말고 돼지고기 사러 가고......
어떤 비오는 날에는 달구들 끼니거리만 챙겨주고는 니나노타임~
새우, 홍합, 바지락이 들어간 해물파전에 지금시즌에는 꼭 먹어줘야 하는 굴~
초간장에 찍어먹고 초고추장에 찍어먹고......
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폭탄주로 돌리자~~~
요즘 닭들에게 대세는 배추입니다.
시들기 직전의 겉잎 따다가(속잎은 겨우내 아껴 먹여야 하니) 썰어주면
멀쩡히 밖에서 풀뜯어 먹다가도 닭장으로 몰려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풀보다는 배추의 단맛에 더 끌리는 것인지......
닭밥에는 따뜻한 날씨에 훌쩍 자라버린 보리싹도 잘라다가 섞어주고......
며칠전에는 무우수확에 나섰습니다.
1,300개쯤 심었었는데 올해는 사망자 거의 없이 풍년입니다.
잦은 비에 길이 미끄럽고 무우밭도 질척거리는 통에
차를 포기하고 지게질로......
한지게 지고 농막으로 내려가면
대기하고 있던 아내가 무청과 무우를 분리해 담아놓고
아내는 무청을 널어 시래기를 말리고
당쇠는 땅속 저장고에 무우를 쌓고......
남들은 여유로운 시간속에 중년의 시간을 보내는데
당쇠의 빗자루질을 항상 응원해주고 궂은일 마다않는 아내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마님~ (가끔은 옆집 여편네이기도 하지만~)
표고가 남아돌아서가 아니라
비가 많이 오는 통에 표고버섯의 상당수가 물버섯입니다.
해가 나질 않으니 그런것들은 말리기도 어렵고 덕분에 닭들은 포식중입니다.
깍뚝썰어 달구들 청치밥지을때 같이 넣어 먹이고~
그런 와중에 저는 표고때문에 미칠지경입니다.
맨날 표고된장찌개, 표고가 들어간 버섯찌개, 표고숙회, 표고밥......
그러던중에 저녁밥상에 오른 닭찜은 어찌나 맛있던지~
이젠 표고좀 그만 먹었으면 좋겠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