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참 너무 더웠습니다.
매일매일 허구헌날 땀으로 목욕하는 날들의 연속~
너무 힘들어 않되겠다~ 고기좀 먹어보자~ 라고 외쳐대봐야
기껏 밥상에 올라온 것이 주꾸미볶음~
내년에 새로 닭장을 지으면 방목장으로 사용하려고 풀을 키우는 곳에
정신 낫자루빠진 어떤 여편네가 이것저것 심어 두었는데
ㅎ~ 거참 신통방통입니다.
그 풀숲에서 자란 방울토마토를 따먹었더만 무쟈게 맛있네요.
윗사진의 노각무침도 이 텃밭인지 풀밭에서 나온거라는 거~
8월초에는 3천평정도 예초기로 풀을 베느라 혼났었는데
그 정신낫자루빠진 여편네의 발상이 하도 기특하기에
지친 몸을 이끌고 재롱한번 피웠습니다.
예술혼을 담아 호박넝쿨주변의 풀을 싹~ 깎아서 호박찾기 좋으라고~
사람은 더위에 개고생중이었는데
다행히 닭들은 올여름 비교적 시원하게 보냈습니다.
닭장 두곳 모두 뒷벽의 절반쯤을 흙으로 채웠더니 한결 시원한데다가
한옥의 마당처럼 앞마당의 덥혀진 공기가 상승하는 사이에
뒷편의 시원한 공기가 닭장안으로 스쳐지나다보니
한낮에도 시원함을 유지하더라는......
달구들도 더우니까 닭장안에서 개기며
방사장으로 나올 생각들도 않더라구요.
폭염에 과로에 지친 어느날~
드디어 올것이 왔습니다. 머리가 띵~ 해지더니 지구의 자전을 느끼고......
고기타령을 아무리해도 물고기만 드립다 올리는 그 집념을 향해 외쳤습니다.
'생선회~ 랑 따뜻한 족발~'
그렇게 간신히 얻어먹는 족발은 왜그리 맛있던지~
봄에 담갔던 개복숭아주 항아리를 개봉하야 물컵으로 몇잔 마시고......
족발 大자에 생선회 한접시를 비우고 잠시 앉아 있는데
또 뭔가 허전한 느낌~
'치킨추가~'
마지못해 읍내에 나가 치킨을 사오는 어떤 여편네의 눈가에 어리는 살기~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일꾼이 쓰러졌는데......
내가 없으면 뭐 네가 다 할거야?
그렇게 무지막지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곯아 떨어졌는데
다음날 아침에는 정말 몸이 너무 가뿐하더라구요.
체력보충에는 역시 고기가 최곱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철 닭먹이로 배추와 무우를 심었습니다.
배추 500개 무우가 대략 1,300개정도~
3일간에 걸쳐 느긋하게 김장을 다 심고나니
그날의 그 따뜻한 족발이 또 그리워집니다.
족발~ 이라는 외침에 이번에는 흔쾌히~
그걸 먹고나서도 웬지 또 허전한 느낌~
에라이~ 생명줄 담보로 걸고
혼자 몰래 동네 치킨집에가서 치킨 한마리에 맥주한잔하는데
집나간 남편 찾아 애들 앞세우고 등장하는 어떤 여편네......ㅠㅠ
간이 콩알만 해졌다가 다시 부활했던 시간~
이제 조금씩 알밤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몇개 주워다가 삶아서 먹어보는데 아직 제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먹을만 합니다.
삶은 밤에 맥주한잔하다가 외쳐보는 '족발~'
그리고는 뒤통수에 무언가가 느껴지며 눈앞이 환해지는 현상~ㅠ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족발을 또 얻어먹고......
취나물꽃을 보니 진짜 가을이 왔습니다.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족발 얻어먹기는 어려워지고
9월한달 밤수확하느라 개고생할 날들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