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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프랑스에서 밥 해먹기 (번외편)- 한국 도착!

| 조회수 : 11,424 | 추천수 : 1
작성일 : 2011-08-20 11:53:21
한국에 온지 5일째!

긴 비행시간동안 허리가 아파 낑낑대던 것도 잠시.
입국장 자동문이 양 옆으로 문이 열리자마자그냥 입이 귀에 걸리더군요.

손 흔드는 온 가족!
뛰어오는 조카 둘을 양손에 하나씩 번쩍 안고
공항에서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나 무조건 일주일동안 잠만 잘 거야!”
프랑스에 떨어진 그날부터 단 하루도
맘 편히 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요양이라 생각하고 왔는데...
음..잘 될지...

엄마손 집밥도, 오랜만에 보는 내 방도,
변함없는 울동네 골목길과 재래시장도,
모두모두 반가웠습니다.




맘대로 뒹굴뒹굴 노래를 부르건 춤을 추건...내 방!

그런데 정말 웃긴 건
글 올리려고 보니까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 사진이 없어요.
먹느라 바빠서 카메라 생각도 못했나 봐요.
딱 한 장 있던 것도 흥분했는지 엄청 떨려서...

어마마마도 출근하시고
혼자 남아 뒹굴대는 오후에 먹은 것들...
사진 몇 장 올려봅니다.



차게 먹어도 맛났던 녹두죽.



입가심으로는 우리밀약과와 익은꿀차.



제일 그리웠던 ‘밑반찬’ 들.
달걀말이, 멸치볶음, 씀바귀나물, 오이지무침.
미역국 중 제일 좋아하는 홍합 넣은 미역국.
엄마 고마워요.



그 와중에 우리밀로 구운 버터쿠키.



우리밀 봉지 뜯은 김에 만든 식빵.
한국 와서도 빵을 먹는 나는 진정...



상추에 깔려 보이지 않지만
이 날은 아침부터 자장라면.



한국 온 목적이 ‘병원순례’이다 보니...
대기시간이다 뭐다 해서 만만치가 않네요.
도시락을 쌉니다.
우리통밀가루와 숙모가 직접 말리신 건포도로 구운 빵.



진짜 하루 한 끼는 빵으로 먹었네요.



하지만 떡도 좋아해요.
쑥가래떡에 꿀 찍어 냠냠.



평생 똑같은 밑반찬만 먹으라 해도
행복할 듯 합니다.
달걀말이, 꼬마 김치전, 양념이 다른 씀바귀나물.

이렇게 잘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지내고 있고요,

이 편안한 때를 만끽하면서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열심히 생각하려 합니다.

제가 항상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는 책의 한 부분을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바람직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면 구체적인 데서 출발하는 게 좋을 듯 하다.

여러 해 전에 나는 학생들을 데리고 기관차 공장을 견학했다.
격납고처럼 거대한 중앙 공장은 어찌나 먼지가 많고 시끄럽던지
고래고래 악을 써야 겨우 말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그곳에서 일하는 용접공들의 대다수는 자기가 하는 일에 애정이 없었고
시계만 보면서 빨리 퇴근 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일단 공장 문을 나서면 근처 술집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좀 더 적극적인 행동파들은 아예 자동차를 몰고 드라이브에 나섰다.

그런데 안 그런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는 조라는 이름의 60대 초반 남자였는데,
크레인이면 크레인, 컴퓨터 모니터면 모니터,
그 공장 안에 있는 기계 설비의 구조를 모조리 독학으로 꿰뚫은 사람이었다.
그는 못 고치는 기계가 없었다.
고장난 기계를 붙들고 말썽의 원인을 밝혀내어
기어이 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집에서도 가만히 있는 법이 없었다.
집 부근에 있는 자투리땅에다 부인과 함께 멋진 분수를 만들었다.
분수에서 뿜어나오는 뽀얀 물보라는 밤마다 장관을 연출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용접공들은 희한한 양반이라고 혀를 차면서도
모두들 조를 존경했다.
문제가 생기면 누구나 조에게 먼저 달려갔다.
직원들은 그가 없으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나는 그동안 대기업총수, 유력 정치인, 노벨상 수상자처럼
자기 분야에서 한가닥한다는 인물을 수없이 만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조다.

무엇이 평범한 한 사람의 인생을 이토록 값지게 만드는 것일까?

나는 그 답을 알아내고 싶었다.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몰입의 즐거움>중에서

제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기도 하답니다.
자자, 일단 영양보충 열심히 하고 몸 고칠 데 다 고치고,
빵부터 구워야겠지요?



생강빵이랑 차 드시고, 다음에 또 뵈어요.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모로 애국
    '11.8.20 12:02 PM

    꺅!!!
    엄마표 밥상 축하해요!!

  • 2. 라플란드
    '11.8.20 1:05 PM

    오셨군요...^^ 역시 내집이 젤이죠???
    사진에 음식은 안보이고...제눈엔 저 소반이 딱 들어오네요..
    색감도 이쁘고 꽤 오랜것같은데....좋아보여요

  • 3. 예쁜꽃님
    '11.8.20 1:07 PM

    축하드려요
    몸조리 잘하시고 좋은시간 많이 보네세요

  • 4. 해리
    '11.8.20 1:13 PM

    깔끔한 방과 나뭇결 살아있는 식탁, 고풍스런 매력이 있는 소반에
    그릇과 소품도 예사롭지 않네요.

    몸조리 잘 하세요~~~~

  • 5. 허밍
    '11.8.20 1:22 PM

    스콘님 한국 오셨군요~
    저도 유학시절 한국행 주 목적이 병원다니는 거였어요.
    ㅋㅋㅋ한국와서도 전 피자 같은거 잘 먹었거든요.그럼 사람들이 본고장 이태리피자 지겹게 먹었으면서 한국와서 까지 먹냐고 그러면 한국스탈피자는 이거대로 맛나는데 하고 잘 먹었던게 기억나네요^^
    그리고...이번 사진에서 확신한 건데 스콘님 무지 마르셨을 것같아요.
    저만큼만 드시다니....ㅠㅠ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 6. 무명씨는밴여사
    '11.8.20 1:42 PM

    지금 이 순간 많이 행복해 보이십니다.

  • 7. 아침
    '11.8.20 4:21 PM

    저리 깔끔해서 묵습니꺼,,난 걍 아무그릇에 담아서 묵는데 배우고 감니더

  • 8. 시간여행
    '11.8.20 5:35 PM

    1시간에 1.2식 오르고 있어요.

    7시면 23.3
    8시면 24.5겠죠.

    하지만 7시 반 이후에는 거의 투표가 없을테니 25 안넘을꺼라 생각되네요.

  • 9. 크리스탄티움
    '11.8.20 6:36 PM

    귀국 축하드려요..정갈한 상차림 모양에 기죽고 갑니다. 엄마밥 많이 드시고 재미있게 보내세요.

  • 10. 루루
    '11.8.20 8:11 PM

    푸~~~~욱 쉬시다가 몸도 회복하고 프랑스가셔서 열심히 공부 하세요 ~~~^^

  • 11. 백김치
    '11.8.20 8:39 PM

    27살의 해외파를 한 사람 아는데요~
    글의 느낌이 스콘님과 그 해외파 넘 비슷해요~
    수욜 그네를 포함한 네명의 작은 모임이 있는데
    읽어보라 추천해야겠어요^^
    동생이 대학병원 재활의학과라 스콘님 글 읽으며 생각나더만요~
    혹 물어볼 것 있음 쪽지주셔요^^

  • 12. 콜린
    '11.8.20 9:01 PM

    스콘님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시지요?
    빵도 여전히 열심히 구우시고요~
    쑥가래떡 넘 신기해요.
    사진 세팅들이 다 와방 깔끔합니당.
    좋은 시간 되시고~ 검사 잘 하셔요!

  • 13. jasmine
    '11.8.20 9:13 PM

    아파트 관리실에서 방금 방송 하네요.
    투표 하라고.
    오늘 이러는거 위법 아닌가요?

  • 14. 스콘
    '11.8.20 10:12 PM

    미모로 애국님, 고맙습니다. 축하할 일 맞지요?

    라플란드님, 네, 우리집이 최고입니다. 저 소반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있었답니다. 그래도 꽤 튼튼해요.

    예쁜꽃님, 고맙습니다. 좋은 시간 많이 많이 보내다 가겠습니다!

    해리님, 앗 그렇게 보이셨나요? 아마 저 나무탁자 만들어주신 울동네 목수아저씨가 들으시면 기뻐하실 거예요. 고맙습니다.

    허밍님, 세상 일이 그리 간단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흑흑. 저 마르지 않았답니다. 요리하는 사람들은 마르면 복 없어서 안되어요~~~(라고 우겨봅니다.)

    무명씨는밴여사님, 네! 많이 많이 행복합니다.

    아침님, 호홍...저리 차려 먹는 게 좀 취미랍니다. 그러면 조금 더 배가 불러요 정말로. (심리적 만족감?)

    시간여행님, 귀국 축하 고맙습니다. 벌써부터 건강해지는 느낌이네요.

    크리스탄티움님, 아앗 기가 죽으시다니요. 그냥 몇 없는 취미생활 중 하나일 뿐이랍니다. 댓글 감사드려요.

    루루님, 고맙습니다. 푹 쉬고 물리치료도 열심히 받고, 즐겁게 놀다가 가겠습니다.

    백김치님, 앗 그런 분이 계시다니, 저도 궁금한데요? 그리고 전 지금 손목과 고관절(이건 제 추측.)이 문제인데 고관절은 MRI찍어야 한다고 해서 겁먹고 있답니다. 흑흑...그나저나 파라핀치료 참 좋더군요!

    콜린님, 쑥가래떡 저도 이번에 처음 봤어요. 쑥개떡에 대한 욕망을 상당히 잠재워주는 맛이더군요!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답니다. (주로 먹을 때) 검사도 잘 받을게요!

    꿈꾸는 냐옹님, 유윈! 이제 주변 사람들도 다 포기해서 ‘밥 좀 먹어’란 소리를 않네요...

    jasmine님, 네 정말 그리웠어요. 저희 어마마마가 jasmine님처럼 요리대가이셨다면 아마 유학 접고 도중에 와버렸을 듯 합니다!

  • 15. 프리
    '11.8.20 11:51 PM

    식구들과 포근한 나날들을 보내시며...맛있는 것도 많이 드실 스콘님~~~
    병원까지 다니시느라 힘드실 것 같네요..

    어머님 마음이 얼마나 안쓰러실까요? 얼릉 치료 잘 받으시고 완쾌하셨으면 좋겠네요. 힘내시구요^^

  • 16. skyy
    '11.8.21 1:24 AM

    간결한하고 깔끔한 상차림이 님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는것 같아요.
    그릇들도 예쁘구요.^^*
    어디 아프신가요?.... 치료 잘 받으시고 건강해지시길 바래요.^^

  • 17. 스콘
    '11.8.21 11:33 AM

    프리님,고맙습니다. 엄마가 역시 걱정 제일 많이 하셨더라구요. 얼른 나을게요!

    skyy님,타향(?)에서 좀 무리했더니 여기저기 쑤신답니다. 한국왔더니 엄살도 좀 있고요.호홍. 칭찬도 고맙습니다.

  • 18. 노란전구
    '11.8.25 6:37 AM

    스콘님 한국에서 밑반찬으로 몸보신하시는군요 ㅎㅎ
    몰입의 즐거움 정말 가슴에 남네요. 한 번 더 천천히 읽어봐야겠어요.

    근데..닉네임이 스콘인걸 보니 스콘을 젤 좋아하시나?? ^^

  • 스콘
    '11.8.25 8:27 AM

    노란전구님,정말 좋은 책이었어요 저에게는. 추천드립니다.
    스콘을 상당히 좋아한답니다. 제일 좋아하는 건...곰보빵?

  • 19. 스콜
    '11.8.25 7:09 AM

    환영해요~ 건강은 좀 나아지셨어요?

  • 스콘
    '11.8.25 8:27 AM

    스콜님 환영 고맙습니다. 네,건강은 와서 나아진 거 같은데 검사결과들이 좀...
    그래도 많이 나아져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20. 열무김치
    '11.8.25 7:54 AM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치료 잘 하고 가세요 ~~~
    저는 이제 밑반찬 없는 세계로 돌아왔는데,....제 대신 많이 드세요 ㅜ..ㅜ

  • 스콘
    '11.8.25 8:28 AM

    아...저런저런 울지마세요 열무김치님...
    우리,해외에서도 밑반찬 잘해드시는 분들에게 특강이라도 받아야겠습니다.
    많이 먹고 갈게요!

  • 21. 청어람
    '11.8.25 11:09 PM

    엄마표 밥상 많이 드시고 또 열공 하러 가셔야 하나보네요

    많이 많이 드세요 외국 가셔 생각 덜 나시게요 ^^

  • 스콘
    '11.8.26 8:46 AM

    청어람님 고맙습니다. 질리도록 먹어서 생각나지 않도록 해야할 텐데! 그래도 먹고 싶어질 듯 해요.

  • 22. 호호아줌마
    '11.8.26 12:47 PM

    오늘도 엄마밥 드시고 푹 쉬고 계신가요?
    저도 짧은 휴가중입니다. 뒹굴뒹굴~ 집에서 너무 조아요 ^^
    메일도 에라 모르겠다 여칠만에 확인하고 82 개편도 오늘 첨 봤네요
    스콘님 글 부터 답글 시작합니다.
    몸 건강 마음 건강하게 휴가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 스콘
    '11.8.26 5:29 PM

    네 오늘도 뒹굴뒹굴 쉬고 있어요..병원순례도 장난이 아니라서,오늘이 거의 첫 '100%휴일'인듯합니다. (라고 써놓고 보니 지금 오븐이 돌아가고 있네요) 호호아줌마님도 만끽하시고 좋은 하루 되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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