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비행시간동안 허리가 아파 낑낑대던 것도 잠시.
입국장 자동문이 양 옆으로 문이 열리자마자그냥 입이 귀에 걸리더군요.
손 흔드는 온 가족!
뛰어오는 조카 둘을 양손에 하나씩 번쩍 안고
공항에서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나 무조건 일주일동안 잠만 잘 거야!”
프랑스에 떨어진 그날부터 단 하루도
맘 편히 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요양이라 생각하고 왔는데...
음..잘 될지...
엄마손 집밥도, 오랜만에 보는 내 방도,
변함없는 울동네 골목길과 재래시장도,
모두모두 반가웠습니다.

맘대로 뒹굴뒹굴 노래를 부르건 춤을 추건...내 방!
그런데 정말 웃긴 건
글 올리려고 보니까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 사진이 없어요.
먹느라 바빠서 카메라 생각도 못했나 봐요.
딱 한 장 있던 것도 흥분했는지 엄청 떨려서...
어마마마도 출근하시고
혼자 남아 뒹굴대는 오후에 먹은 것들...
사진 몇 장 올려봅니다.

차게 먹어도 맛났던 녹두죽.

입가심으로는 우리밀약과와 익은꿀차.

제일 그리웠던 ‘밑반찬’ 들.
달걀말이, 멸치볶음, 씀바귀나물, 오이지무침.
미역국 중 제일 좋아하는 홍합 넣은 미역국.
엄마 고마워요.

그 와중에 우리밀로 구운 버터쿠키.

우리밀 봉지 뜯은 김에 만든 식빵.
한국 와서도 빵을 먹는 나는 진정...

상추에 깔려 보이지 않지만
이 날은 아침부터 자장라면.

한국 온 목적이 ‘병원순례’이다 보니...
대기시간이다 뭐다 해서 만만치가 않네요.
도시락을 쌉니다.
우리통밀가루와 숙모가 직접 말리신 건포도로 구운 빵.

진짜 하루 한 끼는 빵으로 먹었네요.

하지만 떡도 좋아해요.
쑥가래떡에 꿀 찍어 냠냠.

평생 똑같은 밑반찬만 먹으라 해도
행복할 듯 합니다.
달걀말이, 꼬마 김치전, 양념이 다른 씀바귀나물.
이렇게 잘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지내고 있고요,
이 편안한 때를 만끽하면서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열심히 생각하려 합니다.
제가 항상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는 책의 한 부분을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바람직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면 구체적인 데서 출발하는 게 좋을 듯 하다.
여러 해 전에 나는 학생들을 데리고 기관차 공장을 견학했다.
격납고처럼 거대한 중앙 공장은 어찌나 먼지가 많고 시끄럽던지
고래고래 악을 써야 겨우 말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그곳에서 일하는 용접공들의 대다수는 자기가 하는 일에 애정이 없었고
시계만 보면서 빨리 퇴근 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일단 공장 문을 나서면 근처 술집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좀 더 적극적인 행동파들은 아예 자동차를 몰고 드라이브에 나섰다.
그런데 안 그런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는 조라는 이름의 60대 초반 남자였는데,
크레인이면 크레인, 컴퓨터 모니터면 모니터,
그 공장 안에 있는 기계 설비의 구조를 모조리 독학으로 꿰뚫은 사람이었다.
그는 못 고치는 기계가 없었다.
고장난 기계를 붙들고 말썽의 원인을 밝혀내어
기어이 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집에서도 가만히 있는 법이 없었다.
집 부근에 있는 자투리땅에다 부인과 함께 멋진 분수를 만들었다.
분수에서 뿜어나오는 뽀얀 물보라는 밤마다 장관을 연출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용접공들은 희한한 양반이라고 혀를 차면서도
모두들 조를 존경했다.
문제가 생기면 누구나 조에게 먼저 달려갔다.
직원들은 그가 없으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나는 그동안 대기업총수, 유력 정치인, 노벨상 수상자처럼
자기 분야에서 한가닥한다는 인물을 수없이 만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조다.
무엇이 평범한 한 사람의 인생을 이토록 값지게 만드는 것일까?
나는 그 답을 알아내고 싶었다.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몰입의 즐거움>중에서
제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기도 하답니다.
자자, 일단 영양보충 열심히 하고 몸 고칠 데 다 고치고,
빵부터 구워야겠지요?

생강빵이랑 차 드시고, 다음에 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