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댓새 왓으면 좋지..
여드래 스무 날엔...온다고 하고....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냐거던........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비마자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촉촉히 젖어서 느러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녀서 운다...
김소월님의 왕십리가 절로 읊조려지는 요즈음이었습니다. 정말 와도 와도 끝이 없이 이어졌던 장마비...
그 비도 이젠 끝을 향해 가는지 오늘 오후부턴 반짝 개인 하늘이 무척 반갑습니다.
시도 음악이다 라며 사촌 형 윤동주 시인의 시에 작곡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죠? 윤형주씨의 아버님이요...
정말 시를 가만히 읊조리다 보면 그 속에 숨겨진 가락이 스믈스물 기어나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슬프긴 해도 우리네 정서가 그대로 느껴지는 왕십리입니다.
일요일 아침.. 오랜만에 된장찌개를 끓여 먹었습니다.
사시사철 한국사람에겐 맛있는 된장이지만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된장찌개가 가장 어울리는 것은 여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철 채소인 풋고추, 양파, 애호박을 숭덩숭덩 썰어 넣고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이는 그 소리부터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잖아요.
된장찌개를 끓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계란말이부터 부치고 나서 그 팬에다 부추전도 부쳤습니다..
구멍 뻥뻥 뚫어가면서 바삭하니~

제 포스팅을 보시는 많은 분들이 네모난 사각찬기를 보면 제가 떠오른다고 하시는 분들이 아주 많아요. 종종 저 사각찬기 구입처를 문의하시는 분들도 많고 말이죠..참 고마운 일이지요... 왜냐면 그런 것 있잖아요. 그 사람이 하는 걸 고대로 따라하고 싶다는 건 분명히 제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니까..... 그런 마음이 저에게 이렇게 오늘도 글을 올리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것인지도..
저 사각찬기... 3년째 쓰고 있는데 제 밥상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그릇이지도 합니다.
양재동 코스트코를 갔다가 앞에 있는 이마트에 들러 저 그릇을 보는 순간....이거다 싶었죠.. 그리곤 딱 8장만 사왔어요.
그리곤 3년을 고이고이 잘 썼는데 현재는 저 그릇을 생산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하도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리고 저도 달랑 8개뿐이지라..더 사고 싶어서 회사에 문의를 해도 답변이 없네요. ㅠ.ㅠ
그러다 엊그제 드디어 사고를 쳤습니다.
현재 저희 집 주방 바닥이 대리석인데.. 그릇을 마른 행주질 해서 넣는 과정에서 하나가 순식간에 바닥에 탁~~~ 털어지고 만 것..
늘상 제 옆에서 쓰던 그릇이 한 순간에 없어졌을 때의 그 상실감...속상함...

옛날 조침문 아시죠?
바느질을 낙으로 살아가던 조선시대의 한 부인이 아끼던 바늘이 부러지자 애통해하면서,
바늘을 의인화하여 썼던 제문 형식의 글 말이에요.
그 심정을 정말 알 것 같아요.
어떤 분이 프리님은 반찬을 짝수로 맞추는 까닭이 있으세요? 라고 물어보신 분이 있었는데 딱히 이유는 없어요..
찬기가 8개라... 그것에 준해서 반찬을 놓다 보니 그런 오해가 생긴 듯도 한데요..
이젠 어떡하지... 4개씩 두 줄로 세워 놓으면 가지런하고 참 보기 좋았는데 이젠 짝을 잃어버렸잖아요..ㅠ.ㅠ
근데요... 세상 일이란 늘상 그렇지요... 내 맘대로 되는 일보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고...
벌써 작년 딸 아이의 일을 통해..전 깨달았어요.
이런 일은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아마도 부러 애를 쓸 것 같지도 않아요. 그냥 있는 상태로... 맞춰서 살아가는거지요.. 짝을 하나 잃었지만 8개에서 행운의 숫자 7로 맞춰진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죠.

그렇게 해서 다시 밥상에 등장한 7개의 사각 찬기엔....
애호박 새우젓볶음도... 장조림도 담겨져 있습니다.

계란 말이도 후라이팬에서 그냥 뒤집개로 꾹꾹 눌러 잘랐더니 모양새는 투박하지만 그런대로 질박한 맛이 느껴집니다.

된장찌개..전 된장찌개에 고춧가루를 조금 넣고 끓이는데요.
그러면... 훨씬 칼칼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아들 아이가... 늘상 이렇게 먹던 습관으로 세상의 된장찌개는 다 이런 줄 알았던가 봐요..
하루는 엄마 밖에서 먹는 된장찌개 색깔이 우리집과 다르던데요? 하더라구요..
그런 것이지요.
세상은 너무나 다양한데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처럼..내 방식, 내 잣대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것은 아닐런지...

지난 주에 만들어 둔 반찬 덕에 열흘째 날로 밥상을 먹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여름에는 특히 반찬 관리를 잘 해주어야 해요.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끝이 아니라.... 좀 오래 두고 먹는 반찬들은 가끔 불에 올려 끓어 식혀 주어야만 합니다.
애써 만든 반찬이 음식물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각별하게 신경을 써주어야 하는 계절이 여름입니다.


토요일 냉장고 청소를 하다 마른 오징어채도 꺼내.... 뜨거운 물을 부어 말랑말랑하게도 해주고 식품첨가물도 좀 빼주고...해서 무쳤습니다.

수박 피클... 아이들은 양배추깻잎초절임보다 못하다고 하지만...
어머니 입맛엔 딱 맞으신 모양입니다..참 잘 드십니다.

여름엔 오이지만큼 만만한 반찬도 없지요.
예전에는 오이지 항아리에 넣어두고 몇번씩 국물을 끓여 부어주고 먹었는데... 요즘의 우리는 편하게 사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그런 것들이 참 귀찮은 일로만 여겨집니다. 그래서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고 먹기도 하는데.... 이 때 부피감을 좀 줄여주기 위해서 오이만 건져 물기 대충 짜주고 그 위에 물엿을 채워 저장해두면... 무쳐 먹을 때 별도로 짜지 않고 바로 무쳐 먹을 수 있어서 편한다고 합니다.

구멍 내어서 부치는 부추전... 기름 많이 두르지 않고 바삭하게 부쳐 먹을 수 있어 좋아요.

요즘은 맛이 있네 없네... 찬이 있네 없네.... 입맛이 모두 한까달하기도 하지만....
지구상에는 끼니가 없어 굶는 사람들도 참 많다고 하고, 우리도 5,60년 전만 해도 그저 하루 세끼 하얀 쌀밥이라도 먹어봤으면 하던 나라였지요.
그러니... 이렇게 먹을 수 있음을 당연하게 여기기 보다는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오늘 아침엔... 은수저를 치약에 깨끗하게 닦아 상에 내니.. 왠지 마음마저 정갈해지는 그런 기분이 드네요.


된장찌개를 바글바글 끓이다 보면... 아무래도 끓어 넘쳐 뚝배기.. 냄비 주변이 지저분해질 때가 많아요.
이럴 때 그냥 상에 내기 보다는 키친 타올을 조금 뜯어내... 물을 조금 묻힌 다음에 주변을 닦아 상에 내는 센스도 좋아요.
왜나면.... 가족끼리 먹는 상일지라도..아니 내 가족에게 주는 밥상이기에..사소한 것일지라도 정성을 다했다는 느낌을 받게 하고 싶으니까요.

제 포스팅에 이런 댓글도 많이 달리는데.... 그 반찬 다 드시나요?
물론 다 먹을 때도 있고 조금 남을 때도 있고 대중 없습니다만..... 오늘 아침같이 이렇게 먹는 날 제일 기분이 좋습니다...

내가 정성껏 만들어준 음식 싹싹 먹어줄 때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는 참 흡족하고... 또 뭘 해주면 잘 먹을까 의욕이 불끈 샘솟습니다.

된장찌개도 좀 넘치고... 설거지 하면서 렌지 청소도 합니다...
온기가 남아 있을 때 하면 더욱 더 좋고요... 소다세제와 솔을 준비해서.... 가장자리 홈까지도 닦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솔로 닦아 낸 다음엔 렌지 청소용 부드러운 천 수세미로 일단 닦아내고...

그 다음에 전용 천행주를 하나 마련해 놓고 닦아 내면 좋습니다...

어제 담다 깻잎이 모자라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깻잎김치 마저 담았어요...
아직 맛은 모릅니다..저도... ㅎㅎ

아침 먹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이들 괜히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네요...
입에서 뭔가가 먹고 싶다는 신호겠지요.. 주말엔 아무래도.... 뭘 더 먹고 싶은가봐요... 끊임없이~
그래서 역시 냉동실 청소하다 꺼내 놓은 식빵 먹다 남은 것들... 잘라 러스크 만들어 주었습니다..
버터와 설탕, 우유를 넣은 소스에 잘라낸 식빵을 묻혀 굽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얀 식빵, 잡곡 식빵... 모두 적당한 크기로 잘라내서...소스에 묻혀서

180도 예열 오븐에서 구웠습니다..
아이들 먹기 바빠서 완성샷은 없습니다...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점심엔 남은 된장찌개에 대충 있는 반찬으로 밥을 먹고...
저녁엔.. 또 밥하기 뭐해서.... 좋아하는 국수 삶아 비벼 먹었습니다.

물김치 국물 조금 넣고.. 간장, 설탕, 고추장으로 국물을 만들어 주고..
김치 쫑쫑 썬 것과 같이 버무려서 만든 비빔국수... 사과채 얹은 다음에 계란은 덤입니다....
이제 장마로 계속되던 한 주가 끝이 나고.....
반짝 개인 날로 다음 한 주가 열리겠지요?
무척 기대가 되는 그런 7월 4째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