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니 마다 할 이유는 없다.
사실 요즘 세상엔 만들기도 요리하기도 무척 간편한 음식이다.



뽕잎나물볶음, 묵무침, 돗나물 물김치

역시 빠지지 않는 양념간장에 버무린 도토리묵
탄수화물 종결 식단.
부추전, 깻잎전, 웨지감자

‘봄이 봄 같지 않고 춥네, 어쩌네.’ 해도 봄은 오고 싹도 트고 자랄 건 자라더라.
지난 해 고구마 거두고 뿌려두었던 시금치는 모두 수확했고 요즘은 상추가 한창이다.
쌈채 뜯는 재미로 열 평 텃밭에 간다.
부추는 누군가 몽땅 캐가 버렸지만 그래도 돗나물은 한 무더기 남겨둬 한 끼 먹을 만큼은 뜯을 수 있다.
이맘때 상차림 별 고민 없이 만들 수 있어 좋다.
무치면 나물이고 드레싱 뿌리면 샐러드고 생으로 내면 쌈이다.
쌈 접시와 데친 나물 앞에서 두부와 감자, 버섯 넣고 끓인 고추장찌개는 더 이상 메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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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거나 혹은 부치지 못한 편지> -- 성찰을 부르는 즐거운 습관
K에게
습관이란 무엇일까?
의식하지 않아도 되풀이 되는 행동이나 정서반응을 우리는 습관이라고 해.
사람들은 새로운 습관을 갖기도 하고 바꾸기도 하지. 때론 의식적으로 반복해서 습관을 들이거나 고치고
때론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습관이 없어지거나 들기도 한다.
밥 먹는 습관, 잠자는 습관, 공부하는 습관 또는 일하는 습관
하다못해 걸음걸이라고 부르는 걷는 습관 등등 다양한 정서 반응을 빼고도 몸에 익히고 있는
많은 습관을 사람들은 가지고 있어. 이런 습관들은 나름 이유가 있고 필요에 따라 생겼어.
인간의 삶은 습관의 연속이라고 해도 지나칠 것 같지 않아.
그렇다면 이런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습관은 없을까?
아니 삶을 관통하는, 의식적으로라도 갖춰야 할 습관은 없을까? 있다면 뭘까?
아마도 삶을 성찰하는, 스스로 삶을 돌아보고 사유하는 습관이 아닐까 해.
참 힘든 일이긴 한데, 그래도 잊지 말고, 항상 노력해, 의식하지 않고도
때때로 자신을 돌아보고 사유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우리 삶과 사회가 훨씬 평화롭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K야!
삶을 성찰하는데 정해진 방식이나 절대적 옮음이 있진 않아.
성찰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이 올바른 거겠지.
그래도 성찰을 부르는 즐거운 습관을 몇 가지 꼽아 보라고 하면 산책과 명상과 글쓰기를 추천한다.
걷기는 걷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즐겁다.
하지만 산책의 즐거움은 단순히 걷는데 있지 않다.
오감을 활짝 열고 바람 한 점 없는 날, 사사삭 움직이는 나뭇잎 소리를 들어보렴.
아침 안개 사이로 알싸하게 퍼지는 오월의 아카시아 향을 맡아보렴.
아카시아 향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 보렴.
발끝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도 보고 그러다 불쑥 떠오르는 것들을 한 없이 따라가 보기도 하고.
‘어 꽃이 피었네, 비 그치더니 잎에 물이 올랐네.’하며 감탄하기도 하고
때론 “안녕하세요.” 오가는 사람들에게 눈인사도 하며.
산책의 즐거움은 소통과 발견에 대한 감응에 있지 않을까 해.
다른 이, 비단 사람뿐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알아차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고 공간이 산책이야.
산책하는 습관을 들여 봐. 하루에 단 10분 만이라도 오감을 활짝 열고.
기숙사에서 학교 가는 등굣길도 좋고 점심 먹고 운동장 한 바퀴 도는 것도 좋고
가능하면 정해진 시간에 걷는 게 습관을 들이는데 더 도움이 되겠지?
명상은 자신을 내려놓고 자신을 살펴보는 거야.
쉽게는 들숨~ 날숨~ 하며 심호흡을 크게 몇 번하는 것으로도 끝낼 수 있고
눈을 감고 무심히 자신을 오랜 동안 바라볼 수도 있어.
꼭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해야 하는 건 아니야.
그냥 의자에 앉아서도 심지어 누워서도 할 수 있고 눈을 감지 않아도 돼.
지하철을 기다리며 또는 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면서도 할 수 있어
멍하니 있지 말고 가만히 네 숨을 살펴보는 거야.
처음엔 들 숨하며 마시고 날 숨 하며 내 뱉으며 점점 집중해 보는 거야.
마지막으로 글쓰기인데. 글쓰기의 최고는 일기야.
글을 쓴다는 건 기록으로서 의미보다 생각을 드러내는 행동을 통해 정리한다는 의미가 더 커.
글쓰기 전엔 헝클어지고 이유도 없이 결론만 있던 생각들이 글로 드러나면
논리가 만들어지고 글의 결과도 예상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관계된 사람과 사물에 대한 배려도 묻어나게 되지.
풍부해지는 어휘와 표현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글쓰기의 이득일 거야.
삶을 관통하는 습관, 성찰을 부르는 즐거운 습관으로 산책과 명상, 글쓰기를 얘기했는데
이 모두 몸에 익혀두면 좋겠지만 힘들다면 우선 한 가지라도 익혀두렴.
나머진 살면서 천천히 기회 있을 때 하고.
또 하나 명심할 것은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성이야. 늘 삶을 성찰하겠다는 진정성 말이야.
딸! 사람은 본래 행복하고 자유로운 존재야. 오늘도 네 본성대로 행복하렴.
이번 주는 귀가일이라 집에서 자겠구나. 먹고 싶은 거 없어?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도 다가오는데 외식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