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밥상 이야기를 안 올렸더니..... 자꾸만 사진찍고 밥상 이야기올리는 것도 참.... 공력이 많이 드는 일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네요.
그냥 습관처럼 올릴 때는 이렇게 힘이 안 들었던 것도 같은데.... ㅎㅎ
여하튼..밀린 밥상 이야기 풀어놓을게요.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셔서....
요즘.... 되도럭이면 간편하게 그러면서도....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밥상을 꾸미고 있습니다.
식재료 사는데 너무 돈을 많이 들일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 밥상 차리는데 들이는 시간을 아껴서 다른데 써보자는 생각....
뭐 이런 저런 생각들이 모여서 그런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정말 간단하게 후다닥 먹자 싶어서.......
이렇게도 볶아 먹기도 하고...
스크램블 에그 만들다가..... 잔멸치랑 잔 새우를 같이 넣어 약간 바삭하게 볶은 다음에....
불을 끄고...

식은 밥 넣고... 그 위에 양조간장,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서 살살 비벼 주면 끝~
진간장은..... 열을 가해주는 조림같은데 쓰는 간장이고, 날로 먹는 느낌으로 먹을 땐 양조간장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이걸 구분 못하시는 분들도 가끔 계시던데...간장 병 앞에 커다랗게 표기되어 있습니다.. 양조간장, 진간장...

맛살이 있길래..맛살도 한 가닥 넣어준 것 같네요...
음식이란게... 집에 있는 재료중에서 일루 절루.... 취향껏 해 먹을 수 있다는 것....참 매력적이지 않나 종종 생각해봅니다.

이 날은 냉동실에....... 돼지고기 주물럭 양념해서 넣어 둔 것을 해동해서 구은 날이네요.

옛날....저 어릴 적에는 냉장고 있는 집이 흔하지 않아서.....가끔 어릴 적에 수박을 차가운 수돗물 펌프질해서 담궈 놓았다가......
노란 푸대자루의 설탕을 위에 흩뿌려서 먹었던 기억이 나곤 합니다.
정말 우리 할머니 때는 냉장고 없이 어떻게.... 밥상을 차리고 했을지.. 먹을거리도 부족한 시절에 부엌에서 내내 종종거렸을테지요?
요즘은... 이런 저런 먹거리를 냉장실에..냉동실에 갈무리해 두었다가 이리 요긴하게 먹는데 말이죠.
지금의 풍요로움이 당연한 것 같고... 아직도 여전히 욕심이 하늘 찌르고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너무나 감사할 일이 많은 것이 아닐까........ 반성해보곤 합니다.

혼불이나 한강, 토지를 읽다보면 민초들의 궁핍했던 삶에서 벗어난 것이 그리 오래 된 일도 아니잖아요.
오이 하나 얇게 저며 소금간을 했다 물기 짜고 불린 미역이랑 무친 반찬도... 요즘 우리네 입맛에 그리 귀하게 여겨지지 않지만...
그 옛날엔 이것 또한 산해진미가 아니었을까요?


제주산 애플망고 향이 참 좋더군요..
되도록이면 아침 밥상에 과일도 함께 올려줍니다.
밥 먹자마자 후다닥 나가고 저녁에도 늦게 들어오면 바깥에서 활동하는 가족들은 과일 먹이기도 쉽지 않잖아요.


전 사람이 촌스러워 그런지 바깥에서 사람들 만날 때도... 밥을 잘 싸들고 다는 편입니다...
얼마 전 동네 지인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날...
빈대떡 맛있는 집에 가자고 했는데...... 거기는 술안주와 막걸리 이런 것을 파는 곳인지라.. 아무래도.... 밥이 조금 있으면 좋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간편하게 주먹밥을 뭉쳐 가지고 갔어요.
계획된 약속이 아니더라도 그냥 집에 있는 몇가지 재료를 이용해서 만들면 되니까요.
연근이 조금 있길래... 잘게 다지듯 썰어서..... 단촛물에 살짝 졸여서.... 찹쌀밥을 넣고 고루 섞은 다음에 뭉쳤습니다.

전 주먹밥을 간할 때 홈메이드 맛소금을 이용하는데... 맛도 좋고 간편합니다.
이건 파세리 집에서 말려서 입자가 조금 굵도록...부숴 둔 것을 이용한 파세리 주먹밥이고요.

김도 바삭하니 구워서 비닐에 넣어서 부숴 준 다음에..... 비닐 안에 밥을 넣고 대충.. 섞은 다음에 뭉쳤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손에도 안 묻고.... 김도 그릇에 더덕 붙어서 낭비되지 않고 좋거든요?

역시 비닐에 홈메이드 맛소금, 깨소금, 참기름 넣고 버무리시면 됩니다.

봐요..... 비닐에도 하나도 묻지 않게 이렇게 주먹밥 만드실 수 있어요..
몇 번 해보시면 요령이 생기실 거에요.

연근주먹밥, 맛살 주먹밥, 파세리 주먹밥, 김주먹밥..사색 주먹밥이 후다닥 완성되었어요.
이 날.... 빈대떡과 막걸리도 맛이 좋았지만... 단연...주먹밥 인기 좋았습니다.
전... 제가 정성껏 만들어 간 주먹밥 맛있게 먹어주니까......물론 행복했고요.

4가지 주먹밥 모두 좋았지만... 전 연근초주먹밥이 젤로 좋았어요.

정말 우리네 일상이 생각하니 나름이 아닐까 싶어요.
힘들다 싶으면 힘든 일도..행복하다 생각하면 하나도 안 힘들어지는 것..뭐 그런 거 있잖아요~

얼마전... 모임에서 저에게 질문을 하신 분이 계세요....
실컷 이렇게 만들어 오는데 다른 이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그러면 속상하지 않던가요?
글쎄요..그 질문이 좀 생소했어요... 제 주변엔 당연하게 여긴 분들이 없었던 것인지..아님.... 저에게 그런 생각자체가 없었던 것인지...모를 만큼.... 모르겠더군요. ㅎㅎ

제비 아빠랴는 별명을 지닌 남편... 바깥에서 뭐든 잘 물어옵니다...
특이 모이^^ (먹을 것 ㅎㅎㅎ)
가끔 가는 사당동 훈제 오리집이 있는데 그 집에 갔던 모양입니다.
귀가길에... 별도 포장된 훈제오리 쇼핑백이 남편의 손에 들려... 흔들흔들 들어오더군요^^


그걸 이용해서 차린 그 다음날 아침 밥상...

요즘 일주일에 몇 번씩이 콩국을 갈아서 죽처럼, 스프처럼 밥상에 올려줍니다.
가끔은 백태로.. 또 가끔은 서리태로..
아마도 이날은 서리태로 한 콩국 같네요.. 색이 좀 그렇잖아요...


콩나물하고 양파, 홍고추 하나 정도만 넣어서 버무린 잡채....
사실 음식이라는게 재료가 좀 부실해도 간만 잘 맞으면 .....맛있게 먹는 것 같아요.
부재료가 부실한 잡채였는데도... 아주 잘 먹었거든요.

콩국은...
충분히 불린 다음에 살짝만 삶아서 식힌 다음에 곱게 갈아주는 것이 포인트...
삶는 요령 :: 팔팔 물을 끓이다가 불린 콩을 넣고...... 뚜껑이 덜썩거린 다음.... 1~2분 후에 불을 끄는 정도면 딱 좋아요.
그리고..그냥 콩만 하지 마시고... 땅콩이나 아몬드, 잣, 호두 같은 견과류를 넣어주면 더욱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여름철..자주 해 드시면 몸에도 좋을 거에요^^

취나물도..... 물에 잘 불린 다음에 충분히 부드럽게 삶아내서... 양념에 버무려서 맛을 들인 다음에 볶으시는 것이 좋고요.

조갯살도 한 팩 사오면....... 파전 부쳐 먹거나 된장찌개에 먹기도 하지만 남을 땐... 살짝 익혀서 갖은 양념에 버무려서 조개무침으로 드셔도 좋습니다.


지난 번 알이 밴 꽃게를 한 상자 사다 먹을 때 몇 마리는 랩포장해서 냉동실에 갈무리 해 두었거든요.
가끔 찌개거리가 마땅치 않은 날 꺼내서 먹을려고요...

얼갈이 포기김치도 꺼내서 썰고...

마트에서 싱싱한 양송이가 보이면 꼭 사옵니다.
정말 피지 않은 양송이를 보면 무슨 일이 없더라도 꼭 사게 되는 이 심리는 뭘까요?

4토막을 내서.... 간장 양념이 짜지 않게 삼삼하게 양송이장조림을 할 겁니다.

청경채가 굵은 것을 날로 먹기 좀 그런 것 같아서 살짝 데쳐서 쌈 싸 먹도록 준비해 놓고..
쌈장을 만들 때...작년에 담근 양파 엑기스 건더기도 잘게 다져 넣어줄 거에요.

그렇게 해서 차린 밥상....

찰토마토랑 파프리카, 자그만한 청경채는 날로 먹도록 준비~


맨날 콩국 먹을 순 없으니깐...비지도 끓여 먹고..

돼지 삼겹살도 오븐에 구웠는데..너무 구웠더니 가장자리는 바삭 과자가 되어 버렸네요... ㅠ.ㅠ

며칠전에 담근.... 얼갈이 가닥 물김치... 요즘... 이것 꺼내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정말 맛있거든요~~



청경채 데쳐서 쌈 싸 먹도록 준비한 것~

여름 식중독 예방에도 좋다하는 매실도 자주 꺼내 먹었고요..

아까 양파 엑기스 건더기를 잘게 다져서 만든 쌈장~

양송이 장조림.. 그닥 짜지 않고 집어 먹기에 좋도록 그렇게 조렸어요.


토마토 그냥 썰어서 먹도록 해주기도 하지만 아무래도...많이 먹일려면 이렇게 강판에 갈아서 토마토 쥬스로 먹으라고.... 밥상 한켠에 놓아주기도 합니다.

어제 저녁.... 남편... 저녁 집에 와서 먹겠다고 들어오면서 전화를 했어요.
별 반찬 안 하고 그냥 있는 걸로.... 다른 식구들은 다 밥을 먹은 뒤인데....
따로 준비할 시간도 없고...그렇다고 대충 차려주자니..좀 미안하고.... 그래서 꾀를 냈습니다.
그냥 있는대로 차리되.... 신경 쓴 티는 내자.. 뭐 이런 전략???
잘 안 쓰는 놋그릇을 일단 꺼냈습니다.
저거 친정 어머니 혼수로 해 오신 거라 하니......60년이 다 되어가는 듯 하네요.

청경채만 살짝 데쳐서 나물처럼 무치고...


생선구이도 남은 것...

나물 종류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무나물은 후다닥.... 만들었습니다.

멸치도..그냥 살짝 볶기만 하고 양념간은 하지 않았어요. 워낙 싱겁게 먹는 사람인지라..



이것도 후다닥 만든 청경채 무침...

다 차리고 나서 보니... 아 우리 남편...김 구운 것도 좋아하지 싶어서....딱 한 장만 구워 잘라 놓았습니다.
무슨 소꼽장난 하는 것 같네요.


남편과 산 세월..벌써 30년....
신선함은 사라진지 오래지만..그래도 가끔은 아직도 설레이는 그런 느낌...여전히 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