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연말연시라고 들뜨거나 별스러운 마음다짐 같은 건 잊은 지 오래다.
아무튼 새해란다. 이런 핑계로라도 좀 꼼지락거려야겠다.

새해 첫 날 아침은 떡국이다.
12월 중순쯤 가래떡을 했었다.
떡볶이랑 떡국도 해먹고 아이 간식으로 구워도 먹고 삶아도 먹을 요량으로 떡을 했다.
밤새 불린 쌀을 떡집에 들고 가래떡을 뽑아 달랬다.
방학 때도 기숙사에 있겠다는 아이는 “새해 첫 날 나 없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며 해피 뉴 이어!
문자 하나로 퉁치고 쓸쓸하다면 쓸쓸하고 한가하다면 한가한 토요일 아침이었다.
그래도 2011년 첫 아침인데 달랑 떡국에 김치만 있을 순 없다.
주섬주섬 식재료 꺼내보니 깻잎과 두부, 냉장고 들락거리다 시어버린 김치가 있다.
김치찌개 올리고 깻잎은 양념간장에 재 살짝 찐다는 게 푹 물러 버렸다.
떡국 국물로 우려낸 다시마는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 가위로 얇게 썰어 식초와 간장, 고춧가루 따위로
무치고 두부 부치는 동안 H씨는 떡국 끓여 간단하기도 푸짐하기도 한 아침식사를 마쳤다.

그렇게 뒹굴뒹굴 게으름을 피우다 오후엔 K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 돌아오는 길 마트 들려 함께 장을 봤다.
셋이 장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없을 만큼 오랜만이다.
장봐 집에 오자마자 저녁으로 만두소를 만들었다.
작년 김장김치 꺼내 쫑쫑 썰고, 당면 삶고 숙주 데치고 두부는 면보로 물기 짜내고 으깨 만두 속을 만들었다.
만두소 준비할 때만 해도 세 식구 둘러 앉아 이런저런 얘기, 만두피로 장난도 쳐가며 만두 빚는 광경을
상상했으나 K는 그 새 잠들었다. “만두 빚자.”는 말에 눈 감고 고개만 까딱이더니 이내 잠으로 빠져들더라.





조금은 건조하게 H씨와 둘이 만두 빚어 쪄먹는 동안에도 K는 일어나지 못하더니
결국 늦은 저녁 무렵 부스스 일어나 먹을 것 찾더라. 다 식은 만두 데워 줬다.
새해 둘째 날 아침은 만두국이다.
H씨 일어나 부엌에서 뭔가 하는 소리 들린다.
몸이 천근인지 마음이 만근인지 귀만 열리고 몸과 마음은 꼼짝을 하지 않는다.
꼼지락 꼼지락, 뒤척이다 어느 순간 놀라 깨어보니 K도 일어나있고 아침 먹자 한다.
좀 무겁고 미안한 마음으로 수저정도 챙겨 새해 둘째 날 아침을 맞았다.
시금치와 냉이 무침이 입맛을 돌게 한다. 싱그럽다.
맞춤 익어가는 김장김치는 아삭 아삭 ‘기운 내라’ 한다.



만두국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속 터져버린 왕만두..

춥기도 춥지만 흐린 날이 싫다.
해라도 쨍하고 났으면 좋겠다.
그 햇볕에 넋 놓고 앉아 살균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꾸들꾸들 스멀스멀 휘감고 있는 이 겨울의 음습함을 바삭바삭 말려야겠다.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그동안 해 먹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