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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3일간 먹은 저녁과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엄마

| 조회수 : 8,089 | 추천수 : 99
작성일 : 2010-10-12 09:57:26
저는 딸만 있는 집에서 자라 그런지, 12살 남자아이의 행동이나 생각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저러고 싶을까....  " 싶은.
남편 말이 자기도 그 나이때 그랬다는 군요. 전... 기억이 안 납니다. ㅎㅎ

나이는 12살이지만 6학년, 나름 자기가 다 컸다고 생각하는지 뭐든 하라면
(결국 할 거면서 또는 당연히 해야 하는데) 한 번에 그러마 하는 적이 없고,

솔직함과 장난을 가장하여 하고 싶은 말 다합니다.

자기 가방이나 물건에는 손도 못대게 하면서 학교에서 부모에게 보내는 안내문들은 꼭 목전에 닥쳐서, 또는 지난 다음에 꺼냅니다.

"내 사생활이니까 만지지 마"

저는 속으로 "그래, 치사해서 안 만진다, 내가"  

최근에는 뭐가 틀어졌는지,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치사한 엄마야" 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반은 장난기를 담아 말하기 때문에 그 말에 정색하면 "농담도 이해 못하는 꽉 막힌" 엄마가   됩니다.

참고 있자니, 꽃노래도 아닌데 당연히! 짜증이 납니다.

짜증 난다고 밥을 안해 주면 진짜 치사한 엄마가 될터이나 손바닥에 참을 인자를 써서 후루룩 삼킵니다.

뭐 그렇다구요.

지난 주에 먹은 것들입니다.

첫째
샐러드한다고 닭다리 살았다가  남은 국물과 고기를 활용한 누룽지입니다.  
채소를 다져넣어 살짝 죽느낌이 나지만, 누룽지가 고소함이 훨씬 더했습니다. 아침용입니다. 냉동실에 2팩 저장.

둘째
늦게 들어온 날, 전날 먹고 남은 닭다리 조림장에 숙주 살짝 볶았습니다.
그리고 소면 먹고 남았던 양념장에 다잔파와 마늘 추가하여 두부조림 했습니다.
두부 익는 동안 다 준비했으니까 30분 채 안 걸렸습니다.
국믈이 없으므로 토마토쮸스

셋째
조금 일찍 들어온 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음식을 만듭니다.
갈비살 조금 있던 거 조렸습니다. 닭다리 조림과 같은 방법. 혜경샘 따라 고기 먼저 한 번 끓였다가 했더니 깔끔하고 잡내도 없고.
그리고 12살 총각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국물 요리, 미역국. 컵에 담아 마셔가며 밥 먹습니다.

넷째,
고기만 먹을 수는 없으니 생선입니다. 냉동연어 찜
간이 좀 되어 있어 간장은 색깔내기 용이고 생강가루, 마늘, 술종류, 그리고 허브를 넣은 물에서 조렸습니다.
연어가 다크서클에 좋다지요?  아이는 싫어하는데 제가 좋아해서 샀던 품목.
연어만 주면 뭐라 하니까, 땜방용 계란말이.
프리님 말씀대로 녹말물을 조금 넣었더니 탱탱..
그리고 프리님처럼 시금치도 넣었죠.
시금치 드러나게 담아 주었습니다.
안 그러면 또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이 날아옵니다. 시금치 숨겼다고..
사진에는 없으나 어제 먹었던 미역국도 같은 모양으로.

네, 김치와 밥, 채소를 위한 쌈장 등은 사진에 없지만 식탁에는 있습니다.
몸에 좋고 비싼 채소 반찬은 주로 제가 많이 먹습니다.

치사한 엄마 맞네요, 뭐.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월요일 아침에
    '10.10.12 10:57 AM

    손바닥에 참을 인자를 써서 후루룩 삼키신다....
    좋은 방법이네요.
    저도 배워서 써먹어야 겠어요.
    후루룩~~~~!!!

  • 2. 오후에
    '10.10.12 11:01 AM

    ㅎㅎ 치사한 엄마 되시지 마사고 담엔 몸에 덜 좋고 덜 비싼 고기반찬을 주로 드세요.
    몸에 좋고 비싼 채소반찬은 "아들, 니 마니 무거라!" 하면서...

    우리집 아이도 가정통신문이나 성적표 같은거 절대 제 때 내놓는 법이 없었는데... 아들이나 딸의 문제가 아닌 요즘 아이들이 그런가보네요.

  • 3. 수늬
    '10.10.12 11:27 AM

    '저는 들고 마시는 미역국'<==요거 배웁니다^^사실 국을 밥과함께 한그릇씩
    먹기는 많은거같아요..

    저도 초딩3학년짜리 아들 눈높이가 잘 안맞혀져서 미칠노릇입니다...ㅎㅎ
    하루종일 행동이 장난이고...뭐든 집어던져놓고...
    나이들어 키울려니 정말 참을인자를 가슴에 새겨둬도 하루몇번씩 속터집니다...몸이 녹초...
    근데 좀 커도 그렇군요...흑...

  • 4. 완이
    '10.10.12 4:09 PM

    저도 좀 있으면 아들이 치사하다고 그럴 날이 오겠죠.
    어림짐작님 말씀 따라서 참을 인자 많이 써서 후루룩 밥비벼 먹어야 겠네요. ㅎㅎㅎ
    아드님이 꽤 귀여울거 같아요. 재미있게 글 읽었어요.

  • 5. 순덕이엄마
    '10.10.12 4:17 PM

    글 재밌어요^^

    치사하다는 말 들으면 진짜 치사한게 뭔지 보여 줍니다.
    같이 머 음청 유치하게 구는거지요.
    ㅎㅎ

  • 6. annabell
    '10.10.12 4:34 PM

    남자애들은 확실히 여자애들이랑 많이 다르더라구요.
    그래도 그렇게 표현하는 아이가 낫죠.
    커가면서 입을 조개처럼 다무는 아이들이 더 많잖아요.

  • 7. 어림짐작
    '10.10.12 7:43 PM

    월요일 아침에님: 그게 맛은 없어요.. 홧병 바이러스가 들어서 많이 드시면 병원 가십니다..ㅎㅎ

    오후에님: 우리 애만 그런게 아니라니 그나마 안심?

    수늬님: 해 보세요. 단 어른들 안 계실때. 질색하십니다.

    완이님: 네, 무지 귀엽습니다. 하루에 2-3분 동안이나.

    순덕이엄마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거슨 진리입니다.
    제 치사 지수가 만빵 올라가면, "나 밥 안해. 다 컸으니 알아서 먹어." 그럼 아이는 하루 중 언제든 상관 않고 "그러지 뭐" 하곤 쿨 하게 시리얼 한 보시기.

    annabell님: 그죠? 저는 아들이든 딸이든 키우기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었는데, 그거 접었습니다. 자상하고 친절하고 싹싹한 아들은, 어떻게 키운 걸까요?

  • 8. 아기푸베
    '10.10.12 9:57 PM

    아직 치사한 엄마 그정도 면 조금은 참아 줄만 하지요.
    고 1 아들 자상하고 친절하고 싹싹했어요 고등학교 가지전까지 새벽까지 아들 침대에 누워
    수다 떨고 즈그들 이모 흉도 보고 남편 흉도 보고 하지만 초등, 중등 때 "엄마가 뭘 알아 "
    이거 차원이 틀려요 엄하면서도 자유롭게 장난도 치고 지네들 하는 유행어나 속어도 조금씩
    은 다 아는 신 세대 엄마인줄 알고 있었는데.....
    고등학교 가서 첫 중간고사에 공부는 안하고 딴짓 하길래 혼내며 때렸더니 몽둥이 잡고
    힘으로 미는데 .. 내 가 왜 맞아야 하냐고 소리지르고 대들고 결국은 신랑이 나서서 끝났는데
    그렇게 끝나는것이 아니라 이제 지가 엄마보다 힘이 쎄다고 생각해서 인지 걸핏하면
    왜 왜 아님 무무부담 참 슬퍼요 그 일 있으후 3일 동안 그일 생각하고 울었답니다.
    그래서 지금은 잔소리를 줄이렬고 무던히 노력중 도 닦아요
    요번에는 또 그렇게 대들어서 3일동안 말 안했어요 아빠가 낚시터 데리고 가서
    달래 가지고 왔어요
    요즈음 애들은 부모가 그렬려면 집 나가라고 하면 나간다네요

  • 9. 어림짐작
    '10.10.13 11:13 AM

    아기푸베님: 네, 새겨듣겠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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