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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잔소리

| 조회수 : 5,924 | 추천수 : 91
작성일 : 2010-10-11 17:28:22
#잔소리1

“어제는 몇 시에 잤어?”
“한 시 좀 넘어서”
“일찍 자”
“응”

K와의 통화입니다.
학교로 아이를 데려다 주며 신신당부했었습니다.
‘일찍 자라’고 ‘늦어도 12시엔 잠자리 들라’고.

집에 있던 주말 이틀간 아침에 못 일어나고 힘들어 하는 아이를 보며
H씨에게 말했었습니다.

“K가 고등학교 가서 버린 건 잠 습관인 것 같아.”
“일찍 자고 아침엔 벌떡 일어나더니 잠을 못 이기고 저리 취해 있으니……. 저게 잠이 모자라서만은 아니잖아.”

“학교에서는 잘 하잖아, 집에서라도 밀린 잠 자야지.”라고 H씨 대답하더군요.
“평생 가는 습관인데 잘 하다 저러니 아깝잖아”라며 걱정 아닌 걱정을 마무리했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청소년기 습관이 중요하긴 한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나도 마음대로, 어쩌지 못하는 습관이 있는데 아이에게만 바른생활과 습관을 요구하는 건 욕심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와 통화를 할 때면 “몇 시에 잤냐?” 같은 쓸데없는 걱정과 물음이 튀어나오곤 합니다. 잔소리인거지요. 미련이고 욕심이지요.

가만히 내게 말 걸어 봅니다. ‘너나 잘 하세요’
야자가 11시 넘어 끝나는 학교에 아이를 넣어 놓고 ‘일찍 자라’는 아비의 말은 빈 말에 지나지 않는 자기 위로라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더 씁쓸합니다.

#잔소리2

“음식을 남기지 말고 먹던지 안 먹을 거면 보관이라도 잘 하던지……. 먹는 걸 왜 이래요!”
먹다 남은 음식을 보면 요즘 이런 소릴 자주 합니다. 전형적인 잔소리입니다.

사실 잔소리 속엔 ‘음식을 해줬으면 잘 먹어야지 설사 맛이 없어도 좀 먹어줘야지 이게 뭐야’하는 원망이 들어있습니다. ‘아니면 직접 하시든지’ 하는 마음도 들어있습니다.


흔히 잔소리라고 하는 건 ‘자기 연민, 걱정’따위를 원망의 형태로 풀어내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잔소리가 늘고 있습니다.



꽈리고추 조림, 몇 장 남아 있던 깻잎도 함께 넣고 간장에 조렸다


주중에 먹고 남은 상추, 새싹, 여름에 먹고 냉동보관했던 산딸기 자투리 야채 먹어치우기 용 샐러드...
간장과 발사믹, 들기름, 고추가루 약간으로 소스를 만들어 뿌렸다.


노각 무침


팥칼국수에 극 사치 배추김치로 한끼


#보너스 사진 몇장 - "지난 추석연휴 지리산 둘레길 다녀왔습니다."






인월~금계구간 중앙마을에서 바라본 지리산



숲길 따라 걷고 걷다가.....



잘 보셨나요?  기분 좋아지셨으면 합니다.
괜한 잔소리 없는 한 주 되세요.^^*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림짐작
    '10.10.11 8:36 PM

    잔소리가 자기 연민이나 원망의 다른 이름이라는 오후님 말에 완전 공감입니다.
    어차피 잔소리 하나 안하나 결과는 달라질 거 없는데 말이죠. 다 아는데, 줄이려 해도 안되는 그것, 잔소리.

  • 2. 라이
    '10.10.11 10:46 PM

    정다운...그리고 맛있는 글이 함께 있어,오후님의 요리들이 더 반갑답니다~^^

  • 3. 프리
    '10.10.11 11:38 PM

    넵..괜한 잔소리 주의하겠습니다... ㅎㅎ
    늘 따사로운 말씀들 참 정겹고 좋아요....

  • 4. 보라돌이맘
    '10.10.11 11:39 PM

    K,H씨... 글속의 이런 표현들이 볼때마다 참 정겹고 좋네요.
    남편이자 아버지가 이렇게 남기는 글 하나하나가
    훗날 가족들 모두에게 따뜻한 추억꺼리로 오래오래 남을테지요.
    마지막에 보여주신 사진들...
    가을 풍경인데도 느낌은 참 따뜻하니 여운이 오래 남네요.^^

  • 5. 교코
    '10.10.11 11:42 PM

    말로만 들었던 지리산 둘레길을 이렇게 또 걸어보네요.. 감사~

  • 6. 완이
    '10.10.12 6:28 AM

    경치 보면서 기분이 저도 좋아지네요.
    저 잎사귀 다 떨어진 나무가 전 왜 이렇게 눈이 가는지....

  • 7. 쎄뇨라팍
    '10.10.12 9:01 AM

    ^^
    ㅋㅋ
    오늘 아침 자아비판 시간 갖겠습니다
    둘레길!!!!!!!!!
    가슴 한켠에 담고 덕분에 오늘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 8. 오후에
    '10.10.12 10:53 AM

    어림짐작님//그 잔소리가 는다는 게 문젭니다. 원망이 늘고 있다는 말이니까요... 어림짐작 닉넴이 멋집니다.

    라이님//저도 반갑습니다. 제글을 맛있다 해주시니 감사!!!

    프리님//바쁘신듯한데 건강챙기시고요. 여기 대전은 날이 잔뜩 흐립니다.

    보라돌이맘님//애구 제글이 보라돌이맘님 밑에 있어 더욱 오그라듭니다. ㅋㅋ
    어쩌다 프리님과 보라돌이맘님 사이에 낀 포스팅~~ 3=3=3=3

    쿄코님//한번 가보세요. 욕심내지 않고 쉬엄쉬엄 걸으면 가을 맛 제대로 보실듯...

    완이님//잎사귀 다 떨어진 나무에 저도 눈이 자꾸가서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고사목인데 저리 꼿꼿하네요. 밑동에선 새로 잎이 나기도 하고... 어떤 사연으로 고사목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참 장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쎄뇨라팍님//오랜만에 오셨네요. 잘 지내시죠? ^^* 팍님도 잔소리가 느시나봅니다.

  • 9. 수늬
    '10.10.12 11:40 AM

    저도 올리신 글 문장 인용해봅니다...
    가만히 내게 말 걸어 봅니다. ‘너나 잘 하세요’ 22222222
    올리면서 저가 저에게 부끄럽네요...ㅎㅎ
    지리산 주변이 얼마나 멋진지 약간 아는지라...
    올리신 사진 눈에 한가득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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