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몇 시에 잤어?”
“한 시 좀 넘어서”
“일찍 자”
“응”
K와의 통화입니다.
학교로 아이를 데려다 주며 신신당부했었습니다.
‘일찍 자라’고 ‘늦어도 12시엔 잠자리 들라’고.
집에 있던 주말 이틀간 아침에 못 일어나고 힘들어 하는 아이를 보며
H씨에게 말했었습니다.
“K가 고등학교 가서 버린 건 잠 습관인 것 같아.”
“일찍 자고 아침엔 벌떡 일어나더니 잠을 못 이기고 저리 취해 있으니……. 저게 잠이 모자라서만은 아니잖아.”
“학교에서는 잘 하잖아, 집에서라도 밀린 잠 자야지.”라고 H씨 대답하더군요.
“평생 가는 습관인데 잘 하다 저러니 아깝잖아”라며 걱정 아닌 걱정을 마무리했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청소년기 습관이 중요하긴 한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나도 마음대로, 어쩌지 못하는 습관이 있는데 아이에게만 바른생활과 습관을 요구하는 건 욕심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와 통화를 할 때면 “몇 시에 잤냐?” 같은 쓸데없는 걱정과 물음이 튀어나오곤 합니다. 잔소리인거지요. 미련이고 욕심이지요.
가만히 내게 말 걸어 봅니다. ‘너나 잘 하세요’
야자가 11시 넘어 끝나는 학교에 아이를 넣어 놓고 ‘일찍 자라’는 아비의 말은 빈 말에 지나지 않는 자기 위로라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더 씁쓸합니다.
#잔소리2
“음식을 남기지 말고 먹던지 안 먹을 거면 보관이라도 잘 하던지……. 먹는 걸 왜 이래요!”
먹다 남은 음식을 보면 요즘 이런 소릴 자주 합니다. 전형적인 잔소리입니다.
사실 잔소리 속엔 ‘음식을 해줬으면 잘 먹어야지 설사 맛이 없어도 좀 먹어줘야지 이게 뭐야’하는 원망이 들어있습니다. ‘아니면 직접 하시든지’ 하는 마음도 들어있습니다.
흔히 잔소리라고 하는 건 ‘자기 연민, 걱정’따위를 원망의 형태로 풀어내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잔소리가 늘고 있습니다.

꽈리고추 조림, 몇 장 남아 있던 깻잎도 함께 넣고 간장에 조렸다

주중에 먹고 남은 상추, 새싹, 여름에 먹고 냉동보관했던 산딸기 자투리 야채 먹어치우기 용 샐러드...
간장과 발사믹, 들기름, 고추가루 약간으로 소스를 만들어 뿌렸다.

노각 무침

팥칼국수에 극 사치 배추김치로 한끼
#보너스 사진 몇장 - "지난 추석연휴 지리산 둘레길 다녀왔습니다."





인월~금계구간 중앙마을에서 바라본 지리산


숲길 따라 걷고 걷다가.....

잘 보셨나요? 기분 좋아지셨으면 합니다.
괜한 잔소리 없는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