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성큼 깊어져가는 계절만큼이나 마음도..생각도 깊어져갔으면 좋겠는데.....
근 한 주동안 밥상 이야기 못 올릴만큼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있기도 했고.... 카메라가 말썽을 일으켜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는데 그게 참 그렇더라구요... 아무래도 사진을 찍지 않으니깐 밥상차리는데 다소 소홀해지는 듯 하기도 해서 다시.... 불끈.... 마음이 다잡고 시작하려 합니다...
지난 주 내내 이틀은 공부모임. 수요일은 새로 생긴 도서관에 갔더니.... 너무 좋아서 늦게까지 도서관에서 놀고, 목요일은 용인 여성회관에서 하는 인비또콘서트에 오랫만에 갔는데 어찌나 좋던지.... 그동안 안 다닌 것이 후회막심이더군요.
금요일은 다시 도서관에 가서 놀고.. 토요일엔 아들 아이가 서울성곽 나들이 하자고 해서... 걷고 또 걸었더니 한 주가 후다다닥 가네요... 정말 알찬 한 주를 알뜰하게 유익하게 잘 놀았다는 생각이 뿌듯했어요.
내일 다시 목요일 인비또콘서트 하는 날인데... 이 프로그램 참 괜찮답니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공연 영상을 감상도 하고.... 재미있는 해설도 듣는 건데요...
3000원이라는 저렴한 돈도 아주 매력적이지만 정말 한 주도 빼놓고 싶지 않을만큼 매력적인 프로그램이 소개되거든요.
용인, 분당에 거주하시는 분들 이용하시면 좋을 거에요....
내일은 보르딘, 오페라 이르고공중 플로베츠 사람들의 춤, 바흐의 피아노 협주곡 제7번, 도니제티의 '나의 한숨은 바람에 실려 당신 곁으로 날아가고, 카를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제3부 사랑의 이야기가 소개될 예정이네요...
수지 구청 건너편에 있는 용인여성회관 2층 공연장에서 합니다.
어제 늦게 들어온 남편이 스프로폼 상자 2개를 불쑥 건넵니다.
하나는 생새우랑 생새우로 담근 새우젓...그리고 한 상자에는 농어횟감이랑... 매운탕 거리가.... 얼음과 함께 들어있었어요...
강화에 갔다 오는 길에.... 남편의 그물망에 걸린 것들인가 봐요..
생새우를 보니 김장철이 가까워왔음을 실감하게 하네요.
조금 자잘하긴 하지만 어찌나 깨끗하고 싱싱해보이던지..아침에 맑은 찌개를 끓였어요.
생새우찌개..... 이맘때 먹으면 정말 들큰하니 참 맛있거든요.
자작하니 생수를 붓고...

양파, 청-홍고추도 넣어주고... 무도 조금 넣어주면 좋은데 무는 안 넣었어요... 요즘 무도 하도 비싸서리~ ㅎㅎ

고추가루에 다진 파, 마늘을 넣고 다대기를 만들어서 넣어주고요...

사진상태 엉망이긴 하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담은 낫겠지요? ㅎㅎㅎ
간은 멸치액젓으로 조금만 했어요...그냥 삼삼하게 끓여 먹을려고요...

로닉 믹서기에.... 부추랑 밀가루를 넣어서 곱게 간 다음에....

물 조금 넣어 부침개 반죽을 하고... 다진 청-홍고추, 잘게 썬 오징어, 그리고 콩나물나물도 쫑쫑 썰어 섞어주었어요...
요렇게 갈아서 부치는 부추전도 나름 별미인데... 부추를 갈아서 반죽하는 거라..별도로 씹힐 거리를 넣어주는 것이 좋겠지요..
저처럼 있는 재료나 반찬중에서 활용하셔도 좋고요... 팽이버섯이나 느타리버섯을 넣어도 좋고요. 김치나 감자같은 것을 조금 채썰어 넣어주어도 좋겠지요.

소금으로 간을 하고....새벽에 볶은 고소한 통깨도 넣어주었어요.... 맛있으라고요.

날이 추워지니깐.... 아무래도 따뜻한 느낌이 좋을 것 같아서.... 빨간 체크 식탁보를 아침에 새로 덧대주었는데 조금 따뜻해보이나요? 어제 철학모임에서 함께 밥 먹으면서.... 무슨 말인가 하다... 전 밥상..고객서비스차원으로 차려요... 이랬더니만... 막 웃더라고요... 아마 무슨 영업집도 아니고...그랬던가봐요..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돈은 안 받지만... 제 가족들..제 밥상을 찾아주시는 손님 아닐까 하는 그런 마음이 늘 있는 것도 같아요.
오늘도 단골고객들을 위해 새로운 식탁보도 깔아보고.... 이리 저리... 그릇도 배치해보면서 변화를 줍니다.
때론 소꼽놀이같기도 하고.... 그냥 재미있어요.... 전 이런 놀이가 참 즐거워요...

가지 하나도 렌지에 쪄서... 이쑤시개 하나 꺼내... 쭉쭉 결대로 찢어줍니다...
가지 무칠 때 이 이쑤시개만큼 잘 찢어지는 건 못 봤거든요....
너무 두껍지 않게 잘 찢어... 물기를 꼭 짜서 양념을 해야만 맛이 고루 배어서 좋거든요.

물파래도.... 한 묶음 여러번 물로 헹군 다음에.... 팔팔 끓는 물을 부어주어야... 보드라운 파래무침을 만드실 수 있고요...
그런 다음에 물기를 꼭 짜서..... 준비해 놓으세요.

감자 한개도 고춧가루 넣어서 졸일 거에요....

대파 값..조금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비싸서... 쌀 때 쟁여둔 냉동실 대파 요즘 애용합니다...

무도 곱게 채썰어서... 소금에 절여서 물기 살짝 짜고... 파래랑 무칠려고 준비중입니다.

가지 나물, 다진 파, 마늘, 깨소금, 맑은 장국, 참기름 넣어서 조물조물 무칩니다..

어제 남편이 사온 농어횟감...
키친 타올로 물기를 닦아준 다음에 적당한 굵기로 썰어주면 됩니다.
원래 농어.... 6월부터 9월까지 제철인데 지금도 괜찮네요.
우리 나라에서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하는 가을 전어처럼 중국에선 가을하면 순채국, 농어회을 떠올리고 그러나봐요.
중국 춘추시대 장한이라는 선비가 제나라의 벼슬아치였는데
어느 여름 날 문득 옛 고향의 송강(오나라)에서 먹던 농어회의 맛을 그리워하다가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해서...오중어노회라는 말이 전해진다고 합니다.
농어회의 매력에 빠지면 벼슬도 다 버릴 지경이라고...
"가을바람이 일어 뛰어난 경치가 펼쳐질 때, 오강의 물엔 농어가 살이 오르네.
삼천리 길을 다니며 아직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해, 얻기 어려운 것이 한스러워 하늘을 올려보니 슬퍼지네."
이런 한시를 지었다 하니... 옛날이나 요즘이나 먹고 싶은 것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게 사람이기도 한가봐요.
그가 그렇게 심취한 농어.... 아침부터 회를 떴어요.

그리고 매운탕 거리로는 매운탕을 끓이는데 부재료들이 다 준비되질 않아서 약식으로 대충 끓였는데
워낙 싱싱해서 그런지 대충 끓여도 시원하니 들큰하니 맛이 좋았어요.

소금에 절인 무채에 물기 짠 파래를 넣고.. 다진 파, 마늘, 다진 홍고추 넣고 깨소금, 참기름 넣고 무치는데.....
이제부터 먹어줘야 할 재료중 하나가... 파래,물미역, 톳 같은 거지요...
찬 바람이 불면 향긋한 바람내음 느껴지는 파래, 물미역 맛있어요.

아까 깔아놓은 접시들 중.... 작은 세칸접시는 빼고.... 큰 사각접시에 회를 담는 걸로 해서 상이 차려졌습니다.

농어회... 정말 맛이 좋았어요....
초고추장에 찍어서..... 입에 넣으니까 입에서 자꾸 들어오라고 성화를 부릴 정도로.....

시원하고 들큰한 생새우찌개도 일품이었고요....
조금 더 간을 해도 좋을 뻔했지만.... 싱겁게 먹는 것이 좋으니깐 그러면서 먹어둡니다... ㅎㅎ

어릴 적에 먹는 맛이 문득 떠올라 그렇게 감자조린 거구요. 나이든다는 건... 추억이 많다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지난 토요일 아들이랑 성곽을 걷다가 이녀석이 문득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나이들수록..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것..그만큼 일상이 단조롭고 재미가 없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라구...
어릴수록..젊을수록 하루 하루가 매양 새롭게 다른데.... 나이들어선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오늘이고 그래서 그런 거라구..
그래서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그래서 아들이랑... 성곽도 걷고 그래야 하는 거라구.... 잔소리(?)를 하더군요...ㅎㅎ
자식들이 어릴 적엔....군소리가 없이.... 부모가 진리지만.....
조금 크고 나면 친구가 되고..
더 크고 나면... 지들이 부모인줄 착각하는 것이 자식들인지도....

파래 그냥 무쳐 먹어도 좋지만 이렇게 무채랑 같이 무치면 훨씬 씹는 질감도 좋고.. 맛도 좋아져요.
또 두부랑 무쳐도 좋구요.

쑥갓이나 미나리 같은 것이 있으면 더 향긋하니 좋았겠지만 무랑 양파, 고추맛으로도 시원들쿤한 농어매운탕 좋았어요.

오늘 아침 조금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사진도 후다닥...찍느라 엉망이었고...
급하게 초고추장으로 꾸민 것도.... 어설프네요....
그래도..... 모양 좀 내보았어요...



아들 제일 먼저 먹기 시작...
원래 우리네 전통 식사예절은... 어른이 수저를 들어야 아이들이 밥을 먹지만..
요즘은 바쁜 사람 우선으로 식사예절이 바뀌었는데 이게 잘하는 짓인지 못하는 짓인지...모르겠다는 생각~


회 두 접시.... 눈 깜짝할 새 사라질만큼 식구 모두 생선회, 생선초밥 좋아합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남은 횟감 물기를 닦아 손질하여..... 랩으로 냄새배지 않게 꽁꽁 싸서 냉동실로 보냈어요...
내일 먹을려고요....

매운탕 거리도 천일염으로 간을 해서..... 역시 냉동실로.....
부재료 준비해서 매운탕은 이런 거다..라고 제대로 하고픈 욕심땜에요....

요 며칠 사이에 읽은 책들..읽어야 할 책들이 한가득~~~
책이란 것도.... 손 놓으면 그만이지만 일단 손에 잡기 시작하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어야 할 책들이 여기저기서 튀쳐나오는 바람에..... 마음이 바쁩니다.

혼불은 워낙 좋아해서 심심하면 한번씩 보는 책이고...
한강은.... 읽었지만....갑자기 옛날 어릴 적 추억들이.... 그리워져서 다시 읽기 시작했고...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은 울리고..이건 계속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
지난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낮에 거쳐 한번에 끝냈는데...
문제는 철학책들이네요...아직 속도감있게 읽을 실력도 안되고.... 읽는 중간 중간 찾아봐야 하고 검색해봐야 하고.....
이게 또 이 책을 읽다 보니 이 책, 저 책, 그 책 할 것 없이 마구잡이로... 여기저기서 읽어야 할 책들이 넘쳐나거든요.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어제 모임에서 그러면서 웃었는데... 제가 그 짝 날 것 같아요... ㅎㅎㅎ
그래도... 좌충우돌하면서..... 이렇게...... 하다보면 조금씩.... 조금씩...내 삶의 지평도 더 넓어지겠지요? 그렇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