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없는 그냥 일상적인 나날이었습니다.
그나마 좀 별거라면 밥을 해먹겠다고 쌀을 씻어 놓은 것이었지요.
한꺼번에 쌀을 씻어서 1인분씩 담아 냉장실에 보관하고
그때 그때 밥을 하면서 반찬을 준비하거나 씻거나 하지요.
엄마 곁을 떠나 스스로 곡식들을 사기 시작하면서
하얀 이밥이 싸고, 거친 밥이 비싸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고가의(?) 잡곡들을 듬뿍 넣고 쌀을 씻고는
미드에 빠져버린 겁니다.
그리고
그냥 자버린거죠...ㅠㅠ
아침에 보니..쉰 내가 납니다.
내 밥!! 내 봉하쌀!! 내 잡곡!!!! 이라고 울부짖으며 버리려고 물기 빼 체에 받치고 보니
약콩과 녹두가 싹이 났습니다.
먹는 거 버리면 죄받죠. 암요~
저녁에 하나하나 약콩과 녹두를 골라냈습니다.
콩나물과 숙주로 재탄생 시킬겁니다.
그런데..
흑미인지..흑향미인지도 싹이 났습니다. @.@
이러다가 보리와 수수도 싹 날 기세입니다.
저...
발아기능 있는 쿠쿠 안사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씽크대에 붙어 서서 약콩과 녹두를 골라낸 저의 눈과 다리는 흑미 싹을 보고도 눈을 질끈 감습니다.
미안하다. 하지만 너흰 내 인연이 아니다...더 솔직히 말하면, 인연이고 싶지 않다.
배가 고프니 슬슬 화가 납니다.
쌀 씻어 불기를 기다리면 제가 화르륵 불타오를 것 같아
그냥 하얀 이밥을 준비합니다.
불리기..이런거 없습니다.
고슬밥...좋아합니다.
전 제 위장을 믿습니다.
내일 먹을 쫄면을 위해 달걀도 하나 삶아줍니다.
밥 되는 동안 계란말이도 했습니다.
피자치즈 넣으니 쫄깃쫄깃 맛있습니다.
이제사 기분이 좀 좋아지는군요.
밥은 언제나 옳습니다.
저도 멋진 요리로 키톡에 글 한 번 올려보고 싶습니다.
죽기 전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