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세찬 비와 한라산 안개 속을 뚫고 지나가기도 했지만..그래도 하루 정도는... 운동하기에 아주 알맞은 바람과 햇볕이어서 너무 다행이었고요..적어도 14홀 돌기전까지는 말이죠..마지막 4홀은... 비바람을 맞아가며... 꿋꿋하게^^
제주는 정말... 비가 많이 오는 다우지역이죠..
다른 지역의 연평균 강수량 1200mm인데 반해서..제주 연평균 강수량은 1800mm정도라니... 1/3가량 많은 거잖아요.
이렇게 많은 강수량과 바람때문에... 물도 맑고 초목도 깨끗하고 푸르는 것이라 하니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지만...
제주는 갈 때마다... 비 맞을 각오를 하고 떠나야 하는 지역인 셈이죠..특히 여름철에는 말이죠.
이번에 제주에 가서 맛있는 회는 아주 실컷 먹고 왔어요. 일행들이 있어 카메라 들이대고 음식사진 찍기가 겸연쩍어서 아예 가지고 가질 않았는데.. 쪼매 아쉽더군요.
제주에 가서 먹어야 봐야 할 음식들이 몇가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갓돔, 자리돔회라고 해요. 다금바리보다도요.
사실 외지에 가면 어떤 식당에 가서 뭘 먹어야 좋을지 몰라서 헤매이기도 하는데... 저희가 제주에 가서 꼭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은 제주 공항에서도 가까운.. 도루어촌계에서 운영하는 '해녀와 바다'라는 곳인데요. 이 곳은 그날 그날 해녀들이 잡아온 싱싱한 자연산 횟감들을 먹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하루는 이 곳에서 회를 먹고... 또 하루는... 용두골이란 식당에서 회를 먹었는데... 해녀와 바다는 투박하고 꾸미지 않은 맛을, 용두골은 약간 일식집 분위기가 나는 그런 맛을 내는 집이랍니다.
두 집 모두 회를 시키면 쯔게다시라고 하는 곁들여서 먹는 음식을 내오는데... 참소라, 성게, 전복, 해삼, 멍게, 한치 등이 쯔게다시로 나옵니다. 특히 이번엔 해녀와 바다에서 준 성게..입에 살살 녹을 맛이었고요. 돌멍게도 단맛과 상큼한 멍게맛이 어우러져서 환상적이었어요. 이 돌멍게는 채취하기가 참 힘든 거라고 하더군요. 바다에 들어가면... 꼭 돌처럼 보여서 실력있는 해녀가 아니면 채취가 어렵대요.. 이 돌멍게에 제주 한라산 소주를 부어서 먹는 맛이 진짜라는데... 자연산 소주잔 노릇도 하면서 소주에 돌멍게의 향이 더해져서 정말 기가 막힌 칵테일 맛이 나거든요.
발이 엄청 넓은 남편인지라... 어딜 가든지... 전 남편과 단둘이 있어 본 적이 별로 없어요.
이번 제주길에도.. 동행하는 부부에.. 제주에서 건설업을 하는 후배, 제주에 적을 두신 몇 분들이... 왔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와 주셔서 언제나 왁자지껄했어요. 그 분들을 통해서 제주 소식도 듣고.. 제주 음식을 어디서...어떻게 먹어야 좋은지....많이 들어서 좋았어요. 제주가 고향이거나... 제주에서 적을 걸어놓고 사신 분들은 한결같이 제주예찬을 하시는 것 같아요. 나이들수록 제주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이번에도 여러 차례 듣고 또 듣고.... 아예 제주에 와서 살라고 권하기까지 하실 정도니까요.
전 경주나 제주엘 가면..... 몸이 하늘로 붕붕 뜨는 그런 느낌과는 정반대로.... 땅에 딱 달라붙어 참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을 받곤 해요. 아마... 낮게 드리워진 수목의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높게 높게 치솟은 건물들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땅의 기운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제주,, 경주인 것 같거든요.
참 정겹고 편안한 곳..제주에서 며칠 쉬면서 운동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잔뜩 먹고 돌아왔더니... 집에선 막내가 절 애타게 기둘이고 있었어요.. 왜 그럴까요?....... 바로 밥이었어요...
여행하면서 여자들이 제일 좋은 건 밥을 안하는 거라고들.. 많이 이야기하시는데..사실 전 밥 안하는 게 그렇게 좋은 건지..사실 잘 몰라요.. 물론 한두끼쯤 남이 차려준 밥 먹는 것이 좋겠다 싶을 때가 전혀 없진 않겠지만..전 그냥 남이 해 준 밥보다 제가 차린 밥이 더 맘편하고 좋거든요..아이도.. 할머니가 차려준 밥 먹느라 힘들었나 봐요... ㅎㅎ
이번 주는 남편 출장으로 다시 집을 비우고.. 아이들과 저뿐인데 마침 막내 기말고사보는 때인지라... 세끼를 내내 차려야 합니다.
아이들 위주의 한접시차림 메뉴가 대거 선보일 절호의 찬스가 왔어요...
뭘할까... 괜히 신이 나기도 하면서... 더우니깐...좀 간편하게.. 불과는 조금 멀리하는 그런 걸 연구하게 되네요.
오늘은.... 빨랑 먹어줘야 하는 닭가슴살 한 팩을 공략해서 차려줬어요.
닭가슴살은... 우선 먹을 때 퍽퍽한 느낌이라... 어떻게 조리를 하면 좋을까부터 연구를 했어요.
우선 얇게 저며서.....이렇게 해서... 밑간을 하면 퍽퍽한 가슴살이 조금 낫지 않겠어요?.. 간... 양파에 2~30분간 재워둡니다.
닭은 양파하고 참 잘 어울리죠. 맑은 양파즙에 재웠다가 조리를 하면 더 좋은데... 더우니깐..간편하게 강판에 갈아서 쓰자구요.
녹즙기... 꺼내서... 양파 한 개 갈고 세척하고 너무 번거롭잖아요...
재운 다음에 허브 솔트를 약하게 뿌려두었어요.

그런 다음에 재운 고기를 구울 건데요....
고기를 먹을 땐... 버섯, 채소랑 늘 같이 먹도록 해주는 것이 좋아요. 아이들은 고기는 좋아하면서도 채소는 잘 안 먹으려고 하잖아요. 그래서... 고기랑 채소를 함께 다져서 섞어 버린다든지... 오늘처럼 한접시차림을 할 때는.. 할당량으로 먹을 몫을... 정해주는 것도 효과가 있거든요.
스테이크가 아니라도... 고기나 야채를 사선으로 모양내서 구우면 왠지 폼이 납니다..
그래서 무쇠사각팬을 꺼내서... 달군 다음에 기름칠을 하고.... 그 곳에 버섯, 두부, 애호박을 한꺼번에 올려서 구웠어요.

그런 다음에.... 접시에 담아주고...
잡곡밥도... 한켠에 올려주고....
고기 구운 위에..... 소스도 뿌려주고...


오이랑.. 빨강.. 노랑 파프리카를 썰어서 올려주고..
파인애플요쿠르트 소스도 끼얹어 주웠어요.

이렇게 준비해서 차리는데.. 별로 시간도 안 걸리고...
설거지 거리도 적고..
그러면서도 아이들 흡족해하니..요즘같이 더운 여름철 한접시차림 메뉴로는 딱인 것 같아요.

이건 소스 뿌리 직전 사진이네요...
참 별걸... 다 찍었다는....

양이 그닥 많질 않은 우리집 아이들.....
닭가슴살 한쪽 분량씩 담아주었더니...먹으면서 양이 너무 많다고 투덜투덜..
생각이나 한 것처럼...서로 더 먹으라고... 선심을 쓰기도 하지만....
결국은 각자의 몫을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빈 접시를 반환합니다... 므훗^^


여행갔다 오고.. 이번 주는 아이들 위주의 한접시차림 메뉴로 꾸며볼까 싶어서... 반찬을 안 만들었더니만...
회전 반찬통엔...빈 통들이..가득....
한꺼번에 소독겸 냄새 좀 없애볼 요량으로 식초물로 세척... 햇볕에 바짝 말렸습니다...
이렇게 해 놓으면 통에 얼룩진 김치국물 색도... 제거되고... 이런 저런 냄새들도..다 날아가 버리고 없어지거든요.

여행가기 전에... 오징어 젓갈 이차 양념도 해 놓고 갔더니..갔다오니... 맛이 들어서 꺼내 먹기에 딱 좋으네요.
역시... 파는 오징어젓갈은 뭘 넣었는지도 모르겠고...조미료...안 들어간 오징어젓갈은 없을테니까요..
그리고... 너무 짜서..안 좋은데..집에 담궈 먹는 오징어젓갈은 안심하고 먹을 수도 있고 짜지도 않아서 참 좋아요.

이건 어제 밥상이었어요.
함박스테이크..냉동실에 얼려둔 것 꺼내서.. 구운 다음에.... 냉장실에 남아있던.... 탕수육 소스에 버무렸더니 난자완스같네요...

호박새우젓나물도 참 좋은 계절이지요.

근대 나물도... 무쳤고요.

난자완스가 되어버린... 햄벅 스테이크..... ㅎㅎ

조기도 두 마리 꺼내서 구웠더니..작은 게 알이 꽉 차서 먹을 게 많네요.

오이도 그냥 날로 아삭아삭 먹기에 좋은 7월입니다...

이런 고기도 좋지만......

그래도 구수한 된장찌개가 없으면..정말 섭섭한 밥상이 되겠지요?
요즘 날이 더우니.. 먹고 남은 찌개는 꼭 다시 한번 팔팔 끓여 넣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여름엔 더 부지런해져야 하는데... 쉽지 않죠? 그래도 힘내서... 잊지 말고 끓여 놓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