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에 케이블에서 오프라윈프리쇼를 잠시 보는데
이분 수리 아버지, 톰 크루즈씨께서 요리를 하고 계시더군요.
수리 아버지, 10년전에는 오우삼감독을 미국에 불러들여 영화찍더만
최근 개봉한 영화를 보니, 영웅본색, 최가박당등에서 우리는 이미 80년대에 마스터한
앞으로 나란히하고 총쏘기, 피티체조자세로 팔펄리고 총쏘기등을 이젠 혼자서도 잘하더군요.
아무튼, 실제로 수리 아버지 크루즈씨께서는 파스타 요리가 특기라고 합니다.
톰크루즈가 시연한 파스타는, 어려워 보이지도 않고,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마땅한 기회가 없던 어느날
남편이 5시 30분경 분명 시댁에서 스프링롤과 밥 반공기를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밤 9시경 우리 저녁은 언제먹냐고 물어보더군요.
이 남자 기준의 식사는 항상 좀 에매해요.
국수류를 먹은건 시간과 관계없이 식사가 아니고 간식이고,
자기 기준에 저녁식사시간에 먹은게 아니면 저녁식사가 아닌가봐요.
그 기준이 저는 아직도 잘 파악이 안됩니다.
어이하였건, 때는 일요일 저녁이었으니 주중에는 다시 또 같이 밥먹을 일이 없어서
이때구나 싶어서
"톰 크루즈가 먹는 파스타를 해주겠다"라고 선언을 했습니다.
(일종의 맛없어도 제잘못은 아니라는 연막의 역활도 해주는 발언입니다.
맛없으면 제 잘못이 아니지요... 그건 톰 크루즈의 잘못...인것입니다...)
이미 이전에 오프라 닷컴에서 숙지했던 레시피를 다시 확인합니다.
톰크루즈의 스파게티 까르보나라를 4인분 만들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재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1/2인치 올리브오일 (후라이팬 기준으로)
*마늘 2쪽
*양파다진것 1개분
*두꺼운 이탈리안 베이컨 8~12
*계란4알
*스파게티 2 패키지 (진짜 이렇게 써있습니다 --;;;)
*파마산치즈 2컵
만드는 법은 이렇다고 하는군요
- 후라이팬에 오일이랑, 양파, 마늘,잘게 썬 베이컨을 섞고 30분간 뭉근하게 끓입니다.
중요한건 기포가 생기는 끓는점까지 온도가 올라가면 안됩니다.
- 볼에 계란을 소금과 후추를 많이 갈아 넣고 풀어줍니다.
-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스파게티를 알덴테로 삶아줍니다. 물을 따라내고 곧바로 풀어서 준비해둔 계란을 넣고 저어줍니다. 따로 가열하지 않고 파스타에 남은 열로 계란을 익혀주며 다음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계란을 확실히 익혀줍니다. 계란을 넣고 잘 섞어준후 후라이팬의 양파,마늘, 베이컨 믹스를 파스타에 넣고 섞은후 파마잔치즈를 넣고 섞으면 완성입니다.
음...
세계적인 스타가 제공하는 레시피 치고는 내용이 좀 허접하군요.
스파게티 두봉다리에 계란엔 소금을 많이 넣어준다가 뭡니까... 올리브유 1/2인치는 그렇다 쳐도..
오프라 닷컴에서 레시피를 확인하고 싶으신분은
http://www.oprah.com/food/Tom-Cruises-Spaghetti-Carbonara
로 가시면 됩니다.
가시면 미국아줌마들이 해먹어보니 어떠했다는 후기도 있고, 개선점도 말해놓았습니다.
물론 이건 내가 예전에 봤던 레시피인데 톰크루즈의 오리지널이 아니다 (방송에서 톰 크루즈가 친구가 가르쳐줬다고 이야기 했었어요), 이게 무슨 까르보나라냐 로마가서 제대로 배워라 등의 리플도 있습니다. 세상 사는거 다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섞여 사는것 같습니다.
레시피가 영 좀 그래서 유튜브가서 다시 확인도 했었습니다.
검색어는...
톰크루즈 스파게티...-_-...
자막은 제가 모르는 외계언어로 되어있습니다.
"올라"라고 하는걸 보니(알고보니 이것도 잘못본거 였음) 스페인말 같군요.. 아닌가 불언가?
혹시 톰크루즈가 스파게티를 조리하는 모습을 참고 하실 분은
http://www.youtube.com/watch?v=h-sw1cgme6s.로 가시면 됩니다.
아무튼 저도 수리 아버지의 특기라는 (자칭 자기가 킹 오브 까르보나라 랍니다) 파스타를 만들어봅니다.
일단 집에 있는 재료를 얼추 모아봅니다.
2인분으로 할꺼니 양파 반개를 다져주고, 마늘은 좀 넉넉히 넣어 주었습니다.
이탈리아 베이컨을 애써 구해볼 의사가 전혀 없기에 한국 베이컨을 잘게 썰어줍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베이컨 원산지가 국산이 맞나?)
근데, 이탈리언 베이컨은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인가요?
1인치가 2.5센치니까 1/2인치는 1.25센치니까, 한 저정도 되려나??
약한 불로 마늘+양파+올리브오일을 가열해 줍니다.
그냥 땃땃하게 양파를 녹인다는 느낌으로 가열하라고 하는군요.
수리 아버지 크루즈씨께서 올리브유를 좋은걸 써야한다고 강조하시던데..
뭐...내껏도 불투명병에...유기농이라고 써있다 뭐...
어느 미국주부의 후기를 보니 올리브오일속에서 약하게 가열을 하면 베이컨이 안익기 때문에 베이컨은 따로 익히는것이 좋다고도 하고 실제로 톰크루즈도 오프라윈프리 쇼에서 베이컨은 다른 팬에서 익혀줘서 (나중에 합치라고 하기는 했습니다)
저도 후라이팬에서 베이컨을 살짝 익힌후
그냥 올리브 오일에 베이컨을 투하애 버렸습니다. 신경쓸 팬이 하나라도 줄어야죠.
일단 이렇게 약한 불로 30분정도 가열하면 된다고 하니
그 사이 계란을 풀어줍니다.
얼랏오브 소금을 넣으라고 써있는데 저정도면 되려나?
후추도 많이 넣어주라고 하더군요...
계란을 휘저어 주고 상황체크하러 뒤돌아서니
헉! 뭉근한 불에 녹아져야하는 사명을 띄고 있는 양파와 베이컨이
끓는 기름에서 튀겨지고 있습니다!!!!
아까 기포가 금방 생기기에 바닦이 두꺼운 우리집에서 제일 비싼 팬으로 교체시켜주고
화력도 입김불면 꺼질정도로 해놨는데 왜저러는 거지???!!!!
제가 보기에는 대한민국 일반가정에서 1/2인치 깊이의 기름이 끓는점을 넘지않고
지속적으로 가열되는건 불가능하다고 판단이 됩니다!!
톰크루즈도 요리하면서 가열하면서 보글보글 기포가 생기면 안된다고 누차 강조했는데...
아니,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거요 수리아버님!!
톰크루즈는 뭘 어쩌고 있었나 유튜브를 찾아보니
기름은 저정도만 자작자작하게 넣었군요.
아니 그래놓고 뭐가 1/2인치라는 이야기는 왜한건지..
기름이 적으면 온도도 낮게 올라가나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톰크루즈를 향한 분노만 기름과 함께 끓습니다.
일단 양파와 베이컨을 따뜻한 기름에 녹이는(?)건 포기하고
스파게티 국수를 삶아줍니다.
여기까지는 종군기자처럼 카메라를 목에 걸고 사진찍으랴 요리하랴 정신이 없어서
파스타의 열로 계란을 익혀야하는 중대한 순간을 앞두고 남편의 지원을 요청합니다.
아침마다 새반찬 만드시면서 사진도 찍으시는 보라돌이맘님, 프리님 그외에 과정샷을 올려주시는
고수여러분... 존경합니다. 저 사진까지 찍으려니 정신없어서 죽는줄 알았어요.
스파게티의 물을 따라내고는 작업을 빨리해서 열손실을 줄여야지 계란이 잘 익을텐데
나타나서는 후레시는 켜야되나 말아야되다나어떻게 찍을까
진행에 차질만 일으키셔서 이 사진을 찍으시고 남편은 해고당하셨습니다.
(상관 없으니까, 그냥! 빨리!찍으라고!!!!)
후레시 하나는 제대로 터트리시고는 사라지셨군요...
아무튼 계란을 투하한후 재빨리 혼신을 다해 저어줍니다.
얼마나 열심히 저어주었던지, 계란은 익지도 않고 거품만 저리 한가득입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불을 약하게 키고 계란을 마져 익혀줍니다.
계란이 대충 익으면 준비된 양파, 마늘, 베이컨을 투하합니다.
잘 섞어준 후
파마산치즈 한컵을 부어줍니다.
사실 미국한컵은 240ml인데 전 치즈가 200ml한컵분량밖에 없어서
좀 모자라게 준비했다 싶었는데, 제 기준에는 더 적게 넣어도 될뻔했다 싶습니다.
그리고 방송에서도 톰크루즈는 계란에 따로 소금안 넣던데, 이렇게 많은 양의 치즈가 들어가는데
꼭 대량의 소금이 계란에 들어가야 되나 싶어요. 짜게 먹는것도 안좋은건데.
아무튼 치즈까지 마져 쓱쓱 섞어주면 완성입니다.
느끼할까봐 맥주가 이미 대기중이십니다.
제입에는 치즈가 넘 많이 들어갔다 싶어서 토마토와 오이피클을 찬조출연시킵니다.
전 그냥 계란풀어주던 젓가락으로 시식.
맛은.. 음...전... 일단 배가 안고팠으며, 치즈를 좀 덜넣었어야 하는데 생각이 간절했는데
남편은 맛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중간에 콜라를 미친듯이 찾음)
그런데, 맛있다고는 하는데...6시에 밥먹고 또 먹으려니 잘 안먹히는게 문제였습니다.
한때는 등교해서 바로 도시락 먹고, 쉬는시간마다 라면에, 간식에 쉴새없이 먹어대던 날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먹으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서글픈 시기로 접어든 것이지요..
제가 못먹겠으면 그만먹으라니까
"그래도 되요?" 하면서 포크를 내려 놓더군요.
쿨하게 "고마워요" 하면서...
근데...너무 미운거 있죠?
배고프다고 말해놓고 힘들게 만들어 놓으니 얼마 먹지도 못하고
룰루랄라 그만먹겠다는 모습이.
빤히 쳐다보는 제 표정이 안좋은걸 눈치 채길래 제가 모범답안을 알려줬습니다.
너무 배부른데 맛있어서 계속 먹게된다고 말하면 그럼 내가 알아서 두손 두발들고
그럼 이제 그만먹으라고 말린다고.
사실 결혼안한 친구랑 가끔 이야기하는건데..가끔씩 열폭하게 되는 이유가
"내용이 틀렸다는게 아니라 태도가 틀렸다니까!!!"
"됐어, 지나갔어. 내가 말한 다음에 해주면 소용없어. 기분만 더 나빠~~"
이런게 많은데,
전 그냥 이러이렇게 말해달라고 이야기해요.
괜히 어쩜 저럴 수 있나 혼자 속상해하는것 보다 나은것 같아요.
아무튼, 그랬더니, "너무 배부른데, 너무 맛있어서 계속먹게되요"를 읊조리며
계속 주섬주섬 먹더라구요. 됐다고 그만먹으라고 하는데도...
전 다 먹고 방에 들어가서 혼자 책보고 있는데 우물우물하면서 나타나기에
아니 왜 먹냐고 밤에 배부른데 그만먹으라고 하니
"너무 배부른데 맛있어서 계속 먹게되요"만 되풀이합니다. -_-
전 제가 원하는 남편의 태도를 얻은대신 남편의 진정성을 잃은건가요?
진짜로 맛있어서 그런건지, 제 눈치를 봐서 그런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결국 둘이서 12시에 동네 마실을 나가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전 다음날 되니 다시 생각나기는 하더라구요.
과정샷을 복잡하게 찍어서 그렇지, 나름 간단한과정이니 주말에 해드셔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치즈를 좋아하시는 분이 특히 좋아하실 맛인것 같아요.
이상, 눈팅세월 수년 지나서 처음 과정샷을 올려보는 나비언니였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