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유성엔 구즉이란 마을이 있다.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될 만큼 오래된 마을인데 이곳은 묵이 유명해 묵마을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곳에서 ‘채묵’이라 불리는 묵밥, 묵국수를 했다.
따뜻한 국물에 채 썬 도토리묵과 다진 고추절임과 신 김치 얹어 먹는 음식이다.
공기 밥도 나오지만 웬만한 사람은 묵만으로도 배가 부를 만큼 많이 나온다.
새로 묵을 쑨 건 아니고 말려 놓은 묵으로 ‘뭐 해먹을까?’ 하다가,
날도 덥고 해서 어제 저녁은 ‘묵 국수’를 차게 했다.


우선 말린 도토리 묵, 물에 불렸다.
묵 불리는 동안 곤포는 초고추장에 다진마늘과 파를 넣고 무쳤다.
20여분 불렸으나 말린 묵이 충분히 불지 않았다.
육수도 만들어야 하기에 묵과 다시마 한 조각 넣고 끓였다. 말린 묵을 끓인다고 묵이 풀어지진 않는다.
말린 묵의 딱딱한 식감이 쫄깃해지면 묵은 꺼내고 낮은 불에서 다시마 한소끔 더 우려내 찬물에 식힌다.
연한 갈색의 묵 국수 국물 완성이다. 나중에 김치 얹어 먹을 거니, 밍밍한 맛이 사라질 정도로만 소금으로 간한다.


국물이 식는 동안 김장 김치 쫑쫑 썰어 참기름에 조물조물 무친다.
얼음 동동 띄워 신김치 얹어 숟가락으로 훌훌 마셔가며 떠먹으면 된다.
묵말랭이로는 처음 해봤는데 생묵보다 쫄깃한 식감이 좋다.
뻥 좀 치자면 ‘색이나 씹는 맛이 고기 같다.’ 해도 되겠다.
올여름엔 묵말랭이 좀 왕창해놔야겠다. 여러모로 쓸모 있다.
이렇게 묵국수 준비해 놓고 H씨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늦기에 전화했더니
“저녁 먹고 들어가는 길”이라 하더라. ㅜ.ㅜ

오늘 아침은 청국장에 계란말이였다.
청국장은 짰고 송이 찢어 향을 올린 계란말이는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