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6/19 토요일의 아침상....
바닥에 신문지 깔고 앉아서
콩나물부터 손질합니다.

육계장이나 소고기무국에 들어가는 무는
모양대로 도마에 놓고 써는 것 보다
무를 통째로 들고 칼로 삐져서 넣어줘야 더 맛깔스러운데,
새로 산 무가...정말 너무나 컸어요.
반토막 내서 들고 삐져내려해도
팔 힘이 어지간히 센데도 후들후들...
그래서, 그냥 도마에 놓고 이렇게 소고기무국거리용으로
건더기 큼직큼직하게 썰었습니다.

소고기국을 끓일 때,
맨 처음 소고기를 참기름에 볶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저희집은 보통 이렇게 참기름 대신에
뜨거운 물로 국거릿감 고기를 볶습니다.
기름을 써서 볶는 것 보다 국물맛이 담백하고
국물에 기름기도 훨씬 덜 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큼직한 국냄비를 준비해서
이렇게 바닥에 자작하게 물을 받아서 가스불 위에 올리고
물을 이렇게 바글바글 끓여 줍니다.

여기에 준비된 국거릿감 소고기를 넣는거지요.
차가운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소고기가 들어가면
끓던 냄비의 열기는 순간적으로 사그라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물이 파르르 끓어 오르기 시작하고...

숟가락으로 고기를 덖어가면서
참기름에 고기를 볶듯이,
똑같은 방식으로 이 뜨거운 물에 고기를 볶아주면 됩니다.

준비해 둔 무도 같이 넣어서
무가 반투명해 지도록 같이 들들 볶아 주지요.

그리고는 냄비에 물을 붓고
손질 해 놓은 콩나물도 이 때부터 넣어서 끓이기 시작해요.
며칠전에 갈무리 해 둔 냉동실의 고사리도 한 봉지 꺼내어서 같이 끓였지요.
고사리나 토란대같은 것이 들어가면 훨씬 더 국물맛도 건더기 맛도 더 좋아지니까요.

뚜껑 닫고 팔팔 끓이다가
거의 다 익었을 무렵,
국간장과 고춧가루, 마늘 다진 것 조금으로 간을 맞추고...

대파 썰어서 준비해 두었다가
다 끓어갈 즈음에 넣고

이렇게 잠시 두어서
바글바글 한소끔만 더 끓여내면 되지요...^^
국물맛이 시원하고 얼큰하기도 하면서 구수하기도 하고...
무와 쇠고기, 콩나물, 고사리, 대파...
국에 들어가는 재료만 봐도 쇠고기무국의 국물도 건더기도 모두 맛있을 수 밖에 없겠지요?

이제는 나물반찬들 다듬을 차례...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나물봉지 몇개를 꺼내고
손질을 시작해 봅니다.

깻잎순은 잘 골라가면서 시들시들해진 것들을 골라 내고,
취나물도 한 줄기씩 살펴가면서 물러졌거나 시든 부분을 끊어내고,
호박잎파리도 질기고 억센 줄기껍질을 벗겨냈지요.
줄기 끝부분을 손으로 꺽어서 껍질을 잎사귀 쪽 방향으로 쭈욱 벗겨 내려오면 됩니다.
이렇게 말이지요...

못쓰는 신문 한장이라도 아끼려고
3가지 나물을 한데 흐트려놓고 이렇게 손질하려니
자리가 좀 좁네요...^^
취나물과 호박잎, 깻잎나물 모두 얼추 초벌 손질이 끝났어요.

오늘은 국보다 더 늦게 밥을 안칩니다.
바로 이 호박잎 때문이지요...^^

손질이 끝난 호박잎은 깨끗이 씻은 다음
스텐사발에 담아서...

이렇게 밥 위에 스텐사발을 얹어 줍니다.
밥 짓는 김에 호박잎까지 같이 찌는거지요.
가스불도 아끼고.. 시간절약도 되고.. 찜냄비 설거지감 손 한가지 덜가고...
얼마나 좋은지요.

이제 취사버튼 꾹 눌러줍니다.
3~40분 안에 밥이 다 되지요.
수년동안 잘 써오고 있는 이 전기밥솥...
밥 뿐만 아니라 온갖것을 다 해먹으면서 참 잘 써오고 있네요.
예전에는 새로운 것, 고급스럽고 좋아보이는 고가의 것들이 제 눈에도 참 좋아보이더니...
이제는 그런 주변의 것들에 대해 욕심이 없어졌어요.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오랫동안 손 때 묻고 손에 익숙하게 익어있는 것들이...
그저 오래오래 저와 함께 하기만 바랄 뿐...

이제는,
나물을 데쳐야 할 차례지요.
팔팔 끓는 냄비에
먼저 깻잎나물을 넣고,

파랗게 데쳐냅니다.
너무 오래 데치면 안되고
슬쩍 데친다는 느낌으로 빨리 건져야
질기지도 않고 깻잎향도 제대로 살아있어요.

건져낸 깻잎나물은
바로 찬물에 흔들어 씻어주면서
차갑게 식혀 준 다음,
물기를 빼고
양손으로 남은 물기를 꼭 짜 줍니다.

오늘은 깻잎나물볶음을 만들껍니다.
물기를 짜 낸 깻잎순을 후라이팬에 넣고
마늘 다진것도 조금 넣지요.

식용유 넣고 들들들 볶아주다가

자잘한 볶음멸치도 한 줌 넣어서

같이 골고루 잘 섞어가며 볶습니다.

깻잎나물도 잔멸치도 잘 볶아졌다 싶으면
진간장 약간으로 간을 하고
설탕도 약간..
불 끄고 깨소금 뿌려주면
향긋하고 고소한 깻잎나물볶음 완성이지요.

깻잎순을 데쳐내고 볶을 적에
얼마나 맛난 냄새가 진동하는지 몰라요.
잔멸치는 촉촉한 깻잎과 함께 볶아내면
딱딱하던 녀석들이 마찬가지로 촉촉하니 부드러운 멸치가 됩니다.
그러면서 깻잎향과 어우러져 또 다른 진미 반찬꺼리가 되지요...^^
아이들이 잘 먹으니 영양반찬으로도 참 좋구요.

취나물도 마찬가지...
뜨거운 물이 펄펄 끓는 냄비에 넣어서 데쳐내고...

찬물에 씻고 헹궈서 건져낸 다음,
양손으로 꼬옥 물기를 짜 주어요.

그런 다음, 적당한 그릇에
꼭 짠 취나물을 다시 슬슬 가닥가닥 풀어서 넣고는
된장 약간에 물엿 약간, 참기름 약간을 넣고...

조물조물...
손으로 고루고루 잘 무쳐 줍니다.

향긋한 풀내음이 가득한 취나물...
양이 적어서 '아껴먹어야지..'하지만...
두어끼만 먹고나면 없어질 게 분명합니다...^^

나물은 이제 준비가 끝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어묵조림 한가지 해 봅니다.
이것도 거의 5분 정도면 퍼뜩 끝나는 반찬이지요.
오뎅으로 만드는 반찬이야 늘 맛도 있구요.
냄비에 물을 올려서 팔팔 끓여서
반찬감으로 먹기 좋게 썰어놓은 어묵조각들을 넣고
이 어묵들이 야들야들해 지도록 조금 더 팔팔 삶아내듯이 끓입니다.
이렇게 제대로 어묵을 끓여 줘야
나중에 반찬으로 만들었을적에 식감도 부드럽게 씹히고
냉장보관 하더라도 어묵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정도가 훨씬 덜해집니다.
물론 어묵의 안좋은 성분들을 뽑아내는데도 도움이 되니 더욱 좋지요.

뜨거운 물은 부어 버리고...
어묵만 냄비에 남겨서
진간장과 물엿... 딱 이 두가지만 넣어서
가스불을 아주 약불로 두고
1분 정도만 잘 섞어가며 뒤적뒤적 골고루 볶아줍니다.
절대 간장의 간을 세게 하지 않고
물엿은 조금 넉넉하게 넣어줘야
이 오뎅볶음은 제대로 식당에서 먹는 바로 그 반찬맛이 나와요.
불이 세면 냄비 안 내벽이 간장때문에 그을려지며 타기 쉬우니
꼭 약불로 두어서 편안하게 뒤적뒤적 섞어야 해요.
어차피 어묵은 야들야들하게 잘 익어 있고...
이런 상태에서 삼삼하고 달큰한 간장양념이 어묵에 배이기는 쉽거든요.

마지막으로 안매운 풋고추와 빨간고추 하나씩만 송송 썰어
여기에 섞어서 조금만 더 볶아내면
아주 맛있는 어묵조림 완성이예요.
아이들 먹는 반찬이라면 땡초 하나만 들어가도
주체못하게 매운 맛에 연하고 달달한 간장양념맛까지 다 사라지니...
꼭 안매운 고추를 써야 원래 맛은 살리면서
그저 풋풋함만 더해 주지요.
기름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오뎅조림이 나오게 하려면
마지막에 간장양념에 약불로 볶을때에
식용유를 한 두 숟가락 넣어서
어묵에 기름이 자르르 흐르도록 볶아내면 됩니다.
오늘 이렇게 만든 것은 오히려 기름기를 뺀 어묵이구요.

이렇게 어묵조림도 반찬통으로 한 통 만들었네요.
이런 간단한 밑반찬은 1년 내내 언제 만들어 먹어도 좋으니
늘 어묵 한봉지 정도는 냉장고에 상시 준비해 두면 참 유용해요.

이제는 마지막으로 생선 한마리만 구우면 다 되었네요.
며칠전에 전어 먹다가 가시때문에 시껍한 예본이...
'다음에는 꼭 뼈없는 물고기 꾸워주세요...'
그 때 이렇게 말했어요...^^
그래서 마트에서 많이 파는 순살삼치를 한 봉지 사 두었지요.

2마리가 4조각으로 뼈가 완전히 제거된 채
살만 포 떠서 들어있는 이 삼치 2조각을 꺼내어서 구웠답니다.

9분후에 나가보니 맛있게 구워져 있네요.
생선까지 구워졌으니
이제 아침 밥상을 차려도 되겠어요...

물론 생선이 다 구워지기도 전에
밥이 다 되었다고 소리가 나서 뚜껑을 열어보니
호박잎도 먹기좋게 보드랍게 잘 쪄져 있었구요...^^

이렇게 밥 위에 얹어서 한가지를 쪄 내어도
밥맛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아요.
기름기가 살짝 흐르는 맛있는 이 쌀밥이야말로,
우리가 살아서 활동하게 힘을 주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예요.^^

이렇게 차려서 먹은 오늘의 아침상은요...
된장에 무친 취나물 한접시...그리고 배추김치..

오뎅조림도 한 접시 덜어내고...

순살참치 구워낸 것.
가시 하나 발라낼 필요도 없이
짜지도 않고 삼삼하니 참 맛있었어요.

없으면 이젠 섭섭할 정도... ^^
요즘 제대로 맛이 든 열무김치 한 접시...

깻잎향에다 보드라운 잔멸치 맛까지...
입 맛 돋구는 깻잎나물볶음도 한접시 내고...^^

구수하게 쪄낸 호박잎쌈...
쌈장도 한 종지 곁들여 내었지요.
호박잎에다 기름발라 구운 김 얹고 그 위에 밥과 쌈장 올려서 싸 먹어도...
그냥...
이제는 이유없이 맛있습니다...^^

시원하고 얼큰한 소고기무국...
아이들도 잘 먹을 수 있도록
많이 맵지 않게...그래도 적당히 얼큰하고 칼칼하게 끓였지요...^^

토요일은 왠지 특별하고 좋은 일이 일어날 듯 느껴지곤 했는데...
살다보니 별로 그렇지도 않아요...^^
또, 예전엔 월요일이 돌아오면
새로운 일주일간의 의무가 시작되는구나...하고는
괜시리 마음에 짐이 커지는 느낌이더니...
지금은 그저 내일은 또 새로운 요일일 뿐...
일상의 반복에 익숙해져서는
결국 중요한 건 언제나 '오늘'이구나... 하고 살아갑니다.
어느새, 6월의 반도 훨씬 넘어버린 오늘 토요일...
그러고보니 올 2010년 중 반도 더 훌쩍 지나가 버렸네요.
월드컵 시즌이라 응원열기와 함께 이리 살다보면
금새 7월이 오고... 또 가을이 찾아올테고...
오늘 시원한 여름자리를 깔아놓은 거실에 누워
아이들이 엄마 흰머리를 서로 뽑겠다고 옥신각신 하는데...
어느새 이렇게 훌쩍 자라
이리 흉한 흰머리 뽑아 주겠다는 아이들이 고맙고...
살아가면서 이런 정을 주고받는 가족이 있다는것이
마냥 고마운 생각에 슬쩍 눈물이 나데요...^^
언제까지 이리 함께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살아온 날 보다 남아있는 날들 동안...
더 후회없이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다짐을 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