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 오후,
어제 마트에서 세일할 때 샀던 오이 한덩이.
불쌍한 떨이 신세에서 오이김치로 환생시켜주려고 준비하던 중이었죠.
소금물에 몸을 푹 담그고 있는 오이를 보는데,
왜 그 순간 메밀국수가 생각났을까요.
전혀 연관도 없는데 말이죠.
또 전혀 연관없는데 82쿡의 이벤트도 생각나데요. 그래서 후다닥 카메라도 대기시킵니다.
아무튼 생각난김에 쇠뿔도 뽑으랬다고(갖다 붙이기의 달인입니다ㅋ)
메밀국수의 소스 만들 재료를 챙겨봤어요.

어디서 본건 있다고 예쁘게 담아놓고 설정샷도 해보구요.
(남편이 글쓴거 옆에서 보다가 "사진이 이건 좀 아니다~" 이러네요. 잠시 조용히 시켰습니다 ㅎ)
아, 왼쪽의 표고버섯은 시댁에서 보내주신건데 당장 먹기에는 많아서 말려본거예요.
재료는 표고버섯 하나, 멸치 5~6마리(전자렌지에 20초 돌려 비린내를 살짝 잡아줬어요.-82쿡에서 배웠어요~) 다시마도 한 장

찬 물 600ml에 국물 재료를 넣고 바글바글 끓으면 다시마를 빼지요.
중불로 계속 우려내다가 간장 2/3컵, 맛술 150ml, 정종 100ml을 넣고 다시 끓여주지요.
또 바글바글 끓으면 불을 꺼줘요.
그리고 가쓰오부시 3T~5T가 담긴 작은 체를 20초 정도 담궜다가 뺍니다.
이러면 메밀 국수 소스 완성!일보 직전이에요.ㅎㅎ
냄비째 차가운 물에 담궈서 식힌 후, 밀폐용기에 담아서 냉동실로 보냅니다.
(가쓰오부시 넣고 빼느라 -_-; 과정샷을 깜박했답니다. 과정샷을 모두 찍으시는 분들 대단하세요~ㅠ_ㅠ)
메밀국수 소스 다 만들고 나니 카메라가 보이네요. 괜히 오이 김치 사진 좀 찍어봅니다. 민망해서리;

바삐 왔다갔다 하다보니 오이도 다 절여져서 양념(찹쌀풀 1컵, 고춧가루 반컵, 액젓 1큰술, 마늘빻은것 1큰술)을 넣어주었어요.
성질같아선 아주 큰 양푼에 넣고 잘 비벼주어야하는데, 집에 없는 관계로 작은 통에서 조물락거리려니 힘들었어요 ㅎ

성질 숨기면서 살짝살짝 버무려준 오이김치 완성입니다. ㅎ
상온에 뒀다가 내일 오전 쯤 냉장고에 넣어줄거예요.
부엌에서 오랫동안 소리만 나니까 (결과물 없이;;) 궁금해하던 남편이 나왔다가 메밀국수 소스를 보고 또 장아찌냐며 당황해했답니다. 지난 주에 마늘쫑 장아찌를 담궜거든요.

요것이 그 마늘쫑장아찌에요~ㅋ
시장에서 마늘쫑 9천원짜리 한 단 사왔더니, 남편이 -_- 여름 내내 마늘쫑만 먹고 살겠구나 ~ 라고 했다가 구박 좀 받았다죠 ㅋ
이젠 시커먼 국물만 봐도 장아찌 같은가봐요 ㅋㅋㅋ

자, 이제 냉동실에서 몸을 얼리던 소스에 생수를 1:1 혹은 1: 0.5 정도로 희석시켜요. (입맛에 맞게 조절해줍니다.)
살얼음이 낄 정도로 얼려주면 좋은데 전 빨리 먹어줘야하는 식사시간이 되서 어쩔 수 없이 꺼냈답니다.
그리고 갈아놓은 무(메밀의 안 좋은 부분을 해독시켜준다고해요), 와사비, 썰어놓은 대파(전 쪽파. 없는게 많은 집입니다;;), 마른김가루를 함께 준비해요.
그리고 잘 삶은 메밀국수를 한켠에 놓고~
소스에 무, 와사비, 김, 파를 넣고 메밀 국수를 한 젓가락씩 넣어서 호로록~호로록~ 먹어줍니다. ^^
(흑; 그새 밤이 되어 안그래도 발로 찍은 사진이 더 심해졌네요 ㅠ_ㅠ 양해해주세요~)
사실 메밀국수는 20살 때 처음 먹어본 이후로 정말 좋아한 음식이에요.
짭쪼롬하면서도 달달하면서도 와사비의 톡쏘는 맛...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경지의 음식이라고 생각했죠.
한 여름 소낙비 쏟아지던 날에도 시켜먹던, ^^ㅋ
여름에는 무조건 메밀국수~! ^^
여러분도 올 여름에는 꼭 한 번 만들어보세요.
지금 만든 소스 양이면 2~3번은 먹을 수 있어요. (2인분씩해서요)

그리고 입가심(?)으로는 호두 비스코티를 먹었어요 ㅎㅎ
역시 메밀국수와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갖다붙여봅니다.ㅋ
이제 하도 당해서 아무 말없이 먹어주는 남편입니다.^^
시댁에서 보내주신 호두들, 잔뜩 넣고 구워봤어요
호두 껍질까느라 고생한 남편이 생색 무지 내면서 먹네요. 구워준 내 공은 어디갔는지요~
제가 오븐을 산 지 4년이 넘었는데, 베이킹은 이 비스코티가 2번째에요 ㅎㅎ

이 시커먼 물체가 제 첫 베이킹 결과물.
브라우니입니다.
어린어른님 레시피 보고 구웠어요. (네, 비주얼이 어린어른님과 너무 다르지요? ㅠ_ㅠ)
유산지도 없어서 일회용머핀틀에 있던거 뽑아서 주변을 둘러주었답니다;;
(남편이 이 사진에서도 이게 뭐냐며 이쁜 사진 좀 올리지, 한마디 하시기에..
다신 안굽는다는 말을 살짝 해드리니 조용히 자기 할 일 하네요 ㅎㅎ)
근데 너무너무 맛있게 되서 남편과 저, 감동 먹었다니까요.
결국 이 브라우니 덕에 빵틀도 몇개 질렀어요 ㅋㅋ(어린어른님 감사합니다~^^)
아, 이제야 끝이 보이네요. 두서없는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ㅁ;
유령회원 탈피한다 생각하니 왜 이리 하고픈 말이 많은지요.^^;
갑자기 글쓰려니 정말 어리버리하네요 ^^;;;;
글 잘 쓰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_')>
마지막은 제가 좋아하는 노란색으로 마무리를 할게요.
마트 갔더니 레몬을 세일하길래 (네, 세일해야 왕창사는 세일녀입니다;) 사서 쟁여놨습니다.

남편이 시원한 거~ 찾으면 콜라 대신 안겨줄 레모네이드.
비장의 무기입니다 ㅋㅋ
그럼 여러분~ 여러분도 올 여름 시원하게 보내시구요~
정말로 이젠 끝을 내고 내일부터는 열심모드 직장녀로 돌변하겠습니다.^^)/
(^^)(_ _)(^^) 꾸벅/
덧;
글 쓸 때는 몰랐는데, 다 쓰고나니 너무 창피하네요.
하필 적면증이라 얼굴이 벌개져있어요 ;ㅁ;
이 글 보시고 다른 분들도 "이것쯤이야~"하시고
주옥같은 글 많이 올리실거라 생각됩니다 ㅋ
제가 많은 분들의 이벤트 참여율을 높이는데 한 몫했다고 위로하며;
글을 몰래 삭제하고 싶은 마음, 꾹꾹 눌러봅니다요 ㅠ_ㅠ
남편이 아직도 놀려요 (-_-); 조용히 해결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