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때문에 예상치못하게 주말부부가 된 처음에는,
긴 저녁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할 지 몰랐어요.
낮에는 직장에 있으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는데...
밤에는 '혼자'라는게 가슴 깊이 느껴지더라구요.....
처음엔 무료하게 보내다가,
점점 하나씩, 무언가 저질렀답니다. (->남편 표현이에요 ㅎ)
살림에 본격적으로; 손댄지 얼마되지 않아서,
좀 창피하긴 하지만, 하나씩 펼쳐볼게요 ^^
예전에 리빙데코에도 올렸었는데,
인견 이불이 갖고 싶어서 무모하게 시작한 손바느질이에요.
조금씩 완성되어갈때마다 즐거웠어요.
정말 시간이 잘 지나가던걸요.
완성하고 하니 초보티는 많이 났지만, 제게는 알맞은 이불이 되었어요 ㅎㅎ
다른 이불커버도 만들고 싶었지만,
원단을 사서 만드는 것보다 기성품 사는게 더 싸서 ㅠㅠ
그 마음 고이 접고,
나머지 이불 커버는 기성제품으로 샀다는 후문이....
그렇게 평일 혼자만의 긴 밤들이 또 지나고.....
다른 재미거리를 찾지 못한채....긴 밤들이 지났어요..
그러다 제 눈에 띈 밤.
시댁에서 갖고 온 밤 한 소쿠리를 5시간 동안 깠어요. (TV 보며 놀며 했답니다 ㅎㅎ)
그 밤들을 모조리 밤조림으로 만들었어요.
밤들이 실하게 생겼죠?
정말 맛있어서 하루에 2~3개씩 꼬박 챙겨먹었더니.....살이.....ㅠㅠ
작년에 총 3번에 걸쳐 3병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부모님들께도 갖다 드렸지요 ^^
..........살아있는 밤벌레를 처음 봐서 흠칫거리며 껍질을 깠답니다 ㅠ_ㅠ
어느 날에는,
더덕 한가득이 보여서 모조리 깐 후, 더덕 장아찌를 만들어버렸어요.
반찬통으로 3개 나와서 이것 역시 부모님들께 보내드렸어요.
이 더덕장아찌를 나중에 남편이 보더니,
본인은 생더덕이 최고라고 하더라구요....-_-
그 뒤의 일은 뭐,,,,아시겠죠? ^^
잠이 안 오는 밤에는 빵을 구웠어요.
밤파운드케익과 브라우니는 개별포장해서 선물로 보내드리고,
나머지 조금은 출근길에 몇개씩 싸가서 커피와 먹었어요.
밤파운드는 김영모님 레시피구요,
브라우니는 82쿡의 '어린어른'님 레시피에요. 저의 완소 레시피입니다 ^^
설탕은 2/3로 줄여서 하는데요, 어딜가나 칭찬받았어요.
이자리를 빌어 '어린어른'님께 감사의 하트를 뿅뿅 날려봅니다. ㅎㅎ
시댁에서 갖고 온 모과들.
열심히 채쳐서 모과차 담갔지요.
2번이나 갖고 와서 여러병 만들었는데도, 아직 채썰기의 달인은 아닙니다...^^
모과 속에 불청객(벌*들요...)이 많아서 많은 양이 나오진 않았어요.
이것 역시 둘이 먹기엔 좀 많은 것 같아 부모님들께 좀 보내드렸어요.
토요일에 부득이하게 혼자 지냈을땐
아몬드가루를 직접 만들어 아몬드 쿠키를 만들어보기도 했었어요.
쿠키 위에 올린건 딸기잼이 없어서 사과잼을 올렸는데 괜찮더라구요.
근데 암만 다시 봐도 쿠키 데코가 발로 한거 같네요...
굽기 전 사진이라 저나마 모양이 잡혀 있는거예요.
다 구워진 쿠키를 보고....깜짝 놀랐거든요 ㅎㅎ 못나서요.
저 쿠키만은 온전히 저와 남편이 다 먹었어요.
아무데도 드릴 수 없는 그런 형상이었으니까요.
이것 역시 인터넷 검색해서 찾은 김영모님 레시피에요.
인사동 어느 시인의 찻집에서 마셨던 대추차가 기억나서
대추고를 만들어봤어요.
근데 처음해봤던거라서 그런건지....그때 그 대추차의 맛이 아니었어요ㅠㅠ
그래서 가슴아픈 대추고랍니다......
더 오래 푸-욱 삶았어야 했나봐요.
대추차를 남편에게 타 주니, 남편이 이게뭐냐는 눈빛으로 절 한참 봤어요.
시어머니께서 검은콩을 주셨는데,
제가 검은콩밥은 좋아라하지 않아서 두유로 만들어 먹었어요.
왜 휴롬이 필요한지! 그걸 왜 사는지! 알았던 고귀한 체험이었지요...
정말 번거롭게,힘들게 만들었는데
맛은 있었어요 ㅎㅎㅎㅎㅎ
그런데 한참 뒤에나 다시 만들거 같아요.
콩건더기 걸러내는게 넘 힘들었거든요;;
아망디쇼콜라도 구워보고,
점점 얼굴이 검어지는 바나나로 파운드케익도 만들어봤어요.
무엇이든 처음 만들어보는 것들이라,
항상 인터넷 검색어로 '김영모'를 애용합니다 ^^
평일에 혼자라면서 저걸 어떻게 다 먹었나!하신다면,
저 혼자 다 먹지 않았어요~라고 안심시켜드릴게요 ㅎㅎ
또 왜이렇게 살찌는 파운드나 쿠키들 뿐이냐고 물으신다면,
제가 베이킹초보라서 발효빵을 잘 못구워서요라고 답해드립니다.
1년에 한번 베이킹 할까말까하다가...작년 가을부터 조금씩 해봤어요.
발효빵은 2번 해봤는데, 실패해서....
아직 냉동실에 그 빵이 있어요 ㅠㅠ
그래서 아직은 만만한 파운드와 쿠키들만 구워요 ^^;;
남편이 바빠서 오지 못한 어느 토요일 점심에는,
투덜거리며 (청소를 다 해놓은터라 ㅋㅋ)
식빵피자를 만들어 3쪽 다 먹어주는 센스를 발휘했답니다.
물론 식빵은 빵집에서 만들어주었지요 ㅎㅎ
이날 못온다던 남편이 오후 늦게 와서 저녁에는 고기를 한판 구워먹는!
그런 살찌는 소리가 아름다웠던 뒷이야기가 있었네요~
또 다른 날 저녁에는 다소곳이 앉아
인삼꿀절임을 만들었어요.
떡을 써는 한석봉 어머니의 마음으로, 인삼을 썰었지요 ㅎㅎ
혼자 있을때도 몸 생각은 해주어야하니,
저녁밥도 제육덮밥으로 잘 챙겨먹고, 인삼도 우유에 갈아서 종종 먹어줍니다.
제육덮밥은 남편에게 보낸 저녁밥 인증 사진 찍으려고 만든건데요.
혼자 있음 저녁 부실하게 먹는다고 걱정해서요 ^^;
주말에 와서 다시 보더니 혼자 있을때 더 잘 먹는다고 투덜거리는거예요~
살짝 못들은척 했어요 ㅎㅎㅎ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기는 몇년만에 처음이라서,
처음엔 많이 쓸쓸하고 외로워 아무것도 못했는데요.
(물론 처음엔 저녁밥 안해서 편했다고 살짝 고백할게요;;)
이제는 조금씩 제가 할 일도 찾아서 하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보기도 해서
조금은 생활이 나아진 것 같아요.
그래도 얼마 안있으면 다시 같이 지낼거라서,
끝이 있는 시간이니 조금 더 의미있게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자,,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
그리고 매주 금요일 아침 모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