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연휴가 끝나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데... 날씨가 참 요상하네요..이상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되요...
늦겨울부터 시작된 이상한 날씨 퍼레이드는..아직도 끝이 나지 않나 봐요.
이러다... 올해는 맛있는 과일이나 먹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어요. 가격도 비쌀테구요.
어제는 지난 초파일에 못 간 남양주 금선사에 다녀왔어요.
전 여기 계신 스님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너무 좋거든요.
어제도 그랬어요..
어제는 아들 아이에게 많은 것들을 던져주셨는데... 우리 현중이...잘 받아서 새겼는지 모르겠네요.
첫 마디가... 현중아..너의 정신이 무엇이냐? 물어보셨어요.. 뭔 소리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 있는 우리의 현중이 표정이 아주 재미있었죠..
무슨 뜻인지 파악을 못한 건지..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서 우물쭈물하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시간이 가도 말이 없자...
너가 누구냐고..... 하셨어요.
참 뜬금없다 싶었을 거에요..우리 현중이..제가 현중이지..누구긴요..이랬을지도 모르죠.
역시나 어려운 질문이었나봐요...스님이 재차... 또 이렇게 방향을 바꾸어서 물어보셨던 것 같아요.
너는 어떤 아이냐고... 엄마가.. 아버지가..그리고 니가..널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설명할 수 있잖아..... 묵묵부답.......
그러자 홍산스님.... 그럼 난 어떤 사람같아 보이냐? 물으셨죠.
그 말에는 순순히... 편안하게 보여요.(스님 인상이 결코 편안하게 보이는 스타일이 아닌데? 왜 그렇게 대답했을까요?)
읔~~ 이눔아... 그건 니가 날 느낌으로...평가하는거구.... 날 평가하라는게 아니고...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냐구......
홍산스님께서 우리 현중이에게 어떤 키를 주고 싶으셨던걸까요?
A는 올해 이러이런한 목표를 세워서 꼭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그러나..얼마 지나지 않아서... 꾀도 생기고 이런 저런 일들을 핑계로 실천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처음 세웠던 목표는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죠. 작심삼일말에요..대부분 사람들이 이런 경험들을 많이 하지요.
그럼 스님은 묻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겠다는 다짐한 A가 진짜 A인가..아님... 자신도 모르게 정신이 혼미해져서 잘못된 습관으로 일을 그르치는 A가 진짜 A인가..어떤 것이 진짜 A의 제정신인가???
어떤 행위를 하는 <나>가 <나>인가? 아니면 어떤 행위를 하는 <나>가 어떤 <나>인가를 보고 있는 <나>가 진짜 <나>인가?
어제 우리 현중이는 어렵지만 아주 귀한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을 거에요.
사람들은 정작..중요한 '나'는 잘 모르면서.... 남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도 잘하고.. 잘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나에 대해서 그렇게 잘 들여다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선...저부터..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나도 잘 모르면서..잘 알지도 못하면서...뭘 안다고 깝죽대겠느냐 뭔 이런거지요.
스님을 뵙고 돌아올 때면... 머리속에 많은 것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묘하게...정리가 되곤 합니다.. 참 맑은 기분으로요.

월요일은 무조건 활기차게 시작하고 싶어요.
맨 처음 어떻게 출발하느냐가 참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는 것 아닐까요?
오늘은 비도 오고.. 좀 우중충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그래도 따뜻한 국물로 배를 채우고 든든하게 한 주를 여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주방 사정을 들여다 보니... 꽃게찌개도 있고, 먹다남은 미역국도 있고, 남편이 밖에서 먹다 싸온 탕수육도 있네요.
참 알뜰한 남편... 외식할 때 맛있는 것이 있으면 잊지 않고 따로 포장해달라고 해서 사오는 것도 잘하지만..이렇게 먹다남은 것을 싸달라고 잘 합니다.. 대개 남편들은 귀찮다고 싸줘도 싫다고 그런다던데... (이거 자랑인가요..흉인가요... ㅎㅎ)
그냥.... 가자미 생선 한마리만 굽고.... 나물 두가지만 해도 충분할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해서 엄청 쉬운 밥상차리기..참 좋네요...(이럼 또 혼날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표현이 그렇다고 이해해주세요...)

남편은 어제 금선사에 다녀 온 다음에 가족들을 몽땅 집에 떨구고...
혼자서 또 볼일 보러 갔었어요... 아마 또 다른 절에 갔었나 봐요..그 절에 텃밭에서... 상추, 시금치, 열무를 공수해왔어요.
이래서.. 늘 저희 가족들이 예전부터 남편을 제비아빠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저희 가족들은.... 아빠가 물어다 준 모이를 받아먹는 제비 00인 셈이구요.

먹다가.... 남은 것 싸온 것이라고 해도...
늘 새것처럼.... 금방 한 것처럼 만드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저..... 방금한 탕수육으로 둔갑시킵니다... ㅎㅎ
참 부창부수가 아닐 수 없지요? 도랑치고 가재잡고.... 뭐 그런 거요.

어제 꽃게찌개 끓이고 조금 남은 무 토막을 가지고 무나물을 합니다.
전 무 나물을 좀 쉽게 하려면.... 무를 결대로 썰어서.. 소금을 약간 뿌려서 잠시 놔두세요. 그럼 잠시후에 물이 생기거든요. 간도 배이고요.
그럼 물이 생긴 그대로 중약불에 올려서 뭉근하게 익히세요..그런 다음에 다진 파, 마늘도 넣고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서 살살 섞어..알맞게 익혀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부스러지지 않은 무나물을 쉽게 하실 수가 있어요.. 물론 가을 무로 해먹으면 더욱 좋구요.


어제 절 텃밭에서 가져온 시금치.... 쫑이 좀 있지만 거친 줄거리만 없애고.. 소금물에 살짝 데쳐내서...
천연 맛소금 약간, 다진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으로 무쳤어요..
천연 맛소금... 그 맛이야 설명 안드려도 잘 아시죠?
천연 맛소금 만드는 포스팅..
http://blog.naver.com/hwa1875/120095894704

가자미도 알맞게 잘 구워졌고... 꽃게 찌개는 이제 맛이 제대로 들어서.. 꿀맛이었고요.
시금치나물도 오물오물.... 아무 맛이 없는 듯한 그 맛이 담백하니... 정갈하니 정말 오묘한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내 몸에 들어가 파릇파릇함을 심어주는 듯한 기분마저 드는 시금치에게... 고마움이 절로 생깁니다.
무 나물도... 아주 알맞게 익었고.. 간도 잘 배여서 밥 비벼 먹어도 좋을 것 같았어요.


82쿡... 주인장이신 김혜경선생님..그리고 일일이 부를 수 없는...많은 82쿡님들...
늘상 느끼는 것이지만 부족한 것이 많은 저에게 넘치는 애정과 사랑을 보여주시고.....
지난번 밥상 이야기의 댓글을 통해 따뜻한 손길로 잡아주시고, 안아주셔서 말로 형용할 수 없을만큼 고맙고 감격스러웠답니다.. 82쿡이 저에게도 고향같은 그런 느낌인 곳이지만..이런 여러분들의 사랑에..전 그저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참 고맙습니다.. 그저 고개숙여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늘 마음에 새기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