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복사해놔서 글을 올립니다.
안그랬으면 그냥 자러 갈 뻔 했지요.
오랜만에 글 씁니다.
제 기억으로는, 설 즈음해서 명절이라 괜히 바빠서 글도 못쓰네, 했었으니 두달쯤 됐나봐요.
3월에는 애들이랑 저랑 남편이랑 다들 아프고 해서 정신 없었고
게다가, 그 뒤로는 가슴 아픈 일도 있었고...
그 와중에, 요즘에는 몇가지를 기르고 있습니다.
얼마전 꿈꾸다 님께 씨앗을 받았어요.
저는 등외였는데, 그래도 제가 키톡에서 "활동" 한다고 특별히 봐주셔서
싹 나면 사진 올리는 숙제와 함께 씨앗들을 보내주셨어요.
루꼴라 주신다더니 로메인이랑 래디쉬도 같이 보내주셔서 감동했지요.
키톡에 글 좀 더 열심히 올려야겠구나, 결심도 했어요.
사진은 리빙데코에 올리라고 지령을 내리셨는데, 일단 하는 김에 여기다 풀어놔봅니다.



맨 위가 루꼴라 - 정말 하트모양의 잎이 났어요.
두번째는 로메인, 세번째가 래디쉬에요.
화요일 아침에 심었는데, 수요일 목요일 계속 들여다봤어요.
심을 때도 보내주신 것의 절반만 심었지요.
한번에 다 뿌렸는데 싹이 안나면.. 망하는 거잖아요.
문익점 선생이 목화씨 들여왔을 때 얼마나 가슴 졸였을까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그랬는데 금요일 아침에 두개가 싹이 올라오더라구요.
그리고 토요일에 하나 더 싹 나서, 안도.. 감동..
저거 길러서 뭐 해먹을까 벌써부터 궁리하고 있어요.
꿈꾸다 님, 정말 감사해요.
그런데... 옮겨 심는 건 언제할까요?
그리고 콩나물.
뭐 심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매발톱님의 콩나물 길러먹기 글을 보고나서 였어요.
제가 화분도 주워오고, 흙도 사고 그랬더니 남편이 "평생 집에 화분을 안들일 것 같더니.." 라고 말하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눈으로 보기만 하는 건 아직까지는 관심없고, 저는 길러 먹.는.것.이 좋아요.
하여튼, 매발톱님의 콩나물 기르기는 흙에 기르는 거였는데,
일단 마트에서 쥐눈이콩을 먼저 사왔지요.
그리고 고민을 계속 했어요.
흙을 살까 말까, 샀는데 싹이 안나면 어쩌지.. 하다가
일단 물로 기르는 콩나물 먼저 해보고, 그게 마음에 안들면 흙에 길러보자 싶어서 며칠 또 고민했지요.
콩나물 기르려면 콩나물 시루가 필요하잖아요.
우유팩 구멍 낼까, 그냥 플라스틱 바구니에다 키울까, 그러다가 음식물 쓰레기통이 당첨됐습니다.

쥐눈이콩 한컵 (200ml)를 물에 담궈서 하룻밤 불렸어요.
음식물쓰레기통 바구니 안에 담은 모습이에요.
뚜껑 덮어서 놓고 하루 세번 정도 물 줬어요.
제가 물 주는 방식은, 아랫쪽 배수 구멍 막은 채로 물 부어서 콩이 잠기게 해서 30분 정도 뒀다가
물 구멍 열어서 물을 버리는 식으로 했어요.
아침 점심 저녁, 사람 밥 먹을 때 콩한테도 물 주니까 잊어버리지 않고 괜찮더라구요.
일단 시루는 구했는데, 덮을 검은 천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남편의 낡은 잠옷 바지 잘라서 대충 바느질해서 덮어씌우는 OO도 장만했어요.
OO은 뭐라고 해야할까요? 보자기? 덮개?

이게 원래의 잠옷 바지입니다.

이렇게 댕강 잘라줬어요.

손바느질로 대충 박음질하다가, 마감처리가 안된 것이 마음에 걸려서 가장자리는 시침질로 수습했어요.
완성샷이 없네요.
저걸 뒤집어서 통에 씌워요.
허리에 고무줄 들어있고 하니 딱 좋아요.
제가 꼬물꼬물 바느질을 다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그동안에 애들이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놨더라구요.

이렇게 해서 길러낸 콩나물입니다.
콩을 물에 담근 것부터 시작해서 엿새 후의 모습이에요.
오른쪽 귀퉁이는 그 전날에

한웅큼 뽑아서...

소금물에 3분 정도 데쳐서

다진 파, 다진 마늘, 소금, 참기름, 깨를 넣고 무쳤지요.

딱 한접시입니다.
저희집, 콩나물 소비가 별로 없었는데,
16개월 둘째가 콩나물 무쳐주니 잘 먹더라구요.
얘가 아니었으면 콩나물 기를 생각 절대 안했을거에요...
맛은, 그다지 환상적이진 않았어요.
파는 것보다 통통하지가 않아서, 무치니까 대가리만 많은 것 같은 식감.
국 끓이니 훨씬 고소하고 좋아요.
국 사진은 없네요..
저는 보통 음식에 꽃소금을 썼는데, jasmine님 글 보고 천일염으로 바꿨어요.
음식맛이 한결 깔끔하네요.
콩나물국이 특별히 맛낼 재료가 없는데도, 콩나물 맛있고 천일염으로 간하니까 입에 착 붙어요.
길러먹는 즐거움에, 제가 오늘은 마트에서 상추씨앗을 사왔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천원이더라구요.
상추 천원어치만 뜯어먹으면 남는구나, 하고 사왔지만.
사실은 흙값이 제법 들었습니다. OTL
제 신세를 제가 너무 볶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은 좀 들지만,
길러먹는 것 - 아직은 재밌네요.
저 싹들이 자라서 수확하게 되면 그때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