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아내 몰라요
아내, 남편 알아요!
사소한 것 까지 너무도 다른 부부탐구생활 그 다섯번째 시간이예요.
언제나 글을 올리려면 며칠을 머리 싸매고 망설이고 고민해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보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보다 더 고민되는 것 같아요.
이제 식상할껀데, 다들 "그만 좀 울궈먹어 이 여편네야 이게 사골이냐"하면 어쩌나 싶어요.
에라 모르겠어요. 까짓꺼, 사골이라고 하는게 속 편하겠어요.
하지만 역시, 오늘까지 올려 보고 눈치를 살펴야겠다 라고 생각해요.
양념장을 만들어요. 뭐 특별할 건 없어요. 있는 것 다 쏟아붓고 만들면 되니까요.
밥을 따로 하고, 뜸을 들이고 하는 정성은 이제 기대하면 뺨 맞을지도 몰라요.
전기밥솥에 때려 붓고 그냥 취사 버튼이면 끝나요.
뽀송뽀송 분이 난 감자를 먹어요.
남편은 주지 않아요. 어차피 몸에 좋은 건 다 맛이 없다고 생각하는 초딩입맛 이니까요.
아, 나도 이렇게 뽀송뽀송 분이 날 때가 있었는데
이 시꺼먼 시키 만나고 가물어 메마른 땅이 되었어요.
배달음식 싫어하는 남편이 왠일로 치킨이 먹고 싶대요.
가끔은 이렇게 아내를 집안일 에서 해방 시켜줘야 신수가 편해 진다는 사실을 드디어 깨닫고 있나봐요.
먹여 재워 씻겨 키운 보람이 조금씩 나타나요.
이런 날도 있어야 더 힘을 내서 요리도 해 줄 수 있다는 걸 드디어 알게 된건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먹고 싶었던건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맛있게 먹고 봐요.
대놓고 술판을 벌이는데, 남편 손을 보고 울컥 해요.
궂은 일 하느라 손이 엉망이예요. 맘 한켠이 찌릿 하면서 코 끝이 잉~해요.
이렇게 열심히 일 하는데, 벌어 오는 돈은 늘지 않고 물가는 빈속에 마신 술 마냥 훅훅 올라요.
야 이 조카의 십팔색 색연필!! 시베이라 십장생의 십센치짜리 신발장!! 이런 개!!나리....
나라가 어찌 되려고 경제가 이 모냥인지 모르겠다며
이제 만 오천원이 되어버린 너무 비싼 치킨을 뜯어먹어요.
와플이 먹고 싶대길래, 반죽해서 발효시켜 정성을 트럭으로 쏟아 부어 구워줘요.
이게 아니래요.
아놔. 님 나와 다퉈볼래요? 갈등을 유발하나요?
연애할 때 먹었던, 아이스크림 듬뿍 얹은 그거래요.
"그렇게 처먹고 싶으면 나가서 좀 사줘 이 개념상실 초딩아!!!!!!!!!!"
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참아요. 내 성대는 소중하니까요.
아직 쫄깃한 총각인 아주버님 생일엔 컵케이크를 구워줘요.
강렬한 레드벨벳 컵케이크 먹고, 좀 뜨겁게 연애해서 사고라도 치셨음 좋겠어요.
혼자 사는 것 도 좋지만, 함께 하는 즐거움과 행복함은 그것에 비할 것 이 못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커피우유로 만든 컵케이크예요. 딸기우유, 초코우유, 바나나우유..응용이 무궁무진해요.
밖에서 파는 것 처럼 크림 덕지덕지 발라 이쁘게 해 줄 수 있지만
그것은 특히나 중부지방을 비옥하게 하는 지름길이예요.
총각의 중부지방이 비옥하면 연애는 점점 척박해질 게 불 보듯 뻔해요.
크림을 좋아할 수 도 있지만,
자기 발가락이 뱃살에 가려 몇 개 안 보이는 불상사는 막아 줄 수 있어요.
무쇠그릴에 고기를 구워요. 무쇠 괜히 샀어요. 매일매일 여기에 뭐 해 먹을까 고민하다보니
점점 맛있는 것에만 입과 눈이 길이들어져요.
소주 슬러시와 함께 간만에 무드좀 잡아 보려는 시도는
남편이 입 속에 마늘과 양파를 밀어 넣으면서 처참히 깨지고 말아요.
사랑하면 입냄새도 사과향이라던 어느 시의 구절은 다 "개구라"였어요. 그렇게 좋으면 너나 다 맡으세요.
사람이 되고 싶은지 연신 마늘을 입속으로 우겨넣는 남편을 한 대 쥐어박고 싶어요.
눈치는, 결혼 할 때 시댁에 두고 온 게 분명해요.
간만에 쫀득하고 진~한 브라우니를 구워요.
팥고물도 직접 만들어 만주도 구워요.
동생에게 김치와 반찬들을 만들어다 주시는 동생 남친의 엄마께 고맙다는 마음을 전달 해요.
나는 좀 고되지만, 이 아이들이 더 큰 리액션이 되어 돌아 올 것을 믿어요.
시엄마께서 한약 찌꺼기 얻어다 직접 키운 토란을
뜨물에 푹푹 삶아 주셨어요. 시 할머니께서 이렇게 드시고 있길래 배우셨대요.
그 비법은 또 나한테 돌아왔어요.
미끌미끌 토란이 감자처럼 고구마처럼 사분사분 달지 않고 맛있어요.
나도 아들을 낳으면, 며느리에게 이런 것 만들어주는 시엄마가 되리라고 마음 먹어요.
간식 좀 만들어달라길래 새우볶음밥을 해 줘요.
1인분으로 만들긴 좀 많은 양이 남았지만, 다져넣고 갈아넣고 통으로 넣고
일부러 듬뿍 다 쏟아 붓고 만들어줘요.
새우 다 먹었으니 난 어쩔 수 없이 "한 번 가면 20만원은 그냥 넘게 지르고야 마는" 그 마트를 가야한다고 말해요.
인터넷 좀 하다가 거실에 나왔는데, 거실에 깔아 놓은 매트 옆에 큰 벌레 같은게 보여요.
원래 이런걸 보면
좀 놀라주고 소란 좀 피워주고 꺅꺅거려서 "난 너무나 연약하고 여리여리한"여자라는 걸 보여야 하는데
무의식중에 손바닥을 들고 벌레 근처로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요
아놔, 과자속에 있던 500원짜리 동전보다 작은 조립용 장난감이예요.
저 큰 덩치가 콩알보다 작은 부속품들을 쪼물거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귀엽기도 해요.
"이런데 주차하시면 딱지 끊습니다" 라고 하며 과태료 5만원쯤 뜯어내야지 하고 결심했는데
이런 때랭~
"거기 주차장이예요"래요. 과태료는 물 건너가요.
다 컸지만 먹여 씻겨 재워 키우고 있는 무지 큰 아들이 확실 해 지는 순간이예요.
아내는 치즈를 좋아해요.
스트링 치즈를 사다가 쟁여놓고, 매일매일 약 처럼 챙겨먹어요.
이제 체중계는 "인테리어"의 일부분이 되었어요.
그와 함께 얼마전까지 입던 26인치 청바지도 장록속에서 잊혀져가요.
쥐똥 고추 넣고 찜닭을 만들어 먹고나서
부부는 앞다투어 화장실에서 엉덩이로도 불을 뿜어낼 수 있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되요.
남편과 동생이 '변태밥"이라고 하는 아내의 콩밥이예요.
말 할 것 도 없는 남편의 콩 한알 밥 이예요.
내 새끼를 낳으면, 절대 편식 없는 착한 어린이로 키우겠다고
매일매일 다짐을 해요.
한 입 먹을 때 마다 "나 초코과자 먹었어"라고 티를 내게 되는 그 마법의 과자예요.
우유에 푹 담가서 혓바닥과 입천장으로 지긋이누르면
"홍알홍알~"하며 내 몸도 녹아내리는 것 같아요.
가끔, 어울리지 않게 바느질이 하고 싶을 때 가 있어요.
심심풀이로 손가락 두개 크기만한 토끼인형을 만들어요.
다 만들고 나니 왠지 집중력이 떨어지고 귀찮아져서, 눈 코 입은 못만들어줘요.
눈코입 없이 태어난 자신을 비관하며 커피에 뛰어들려는 걸 겨우 말렸어요.
토끼커피는 왠지 땡기지 않으니까요.
자꾸 기력이 딸려 하길래, 정말 손을 떨며 값이 미친듯이 오른 한우를 사다 불고기를 해 줘요.
대목이라고 육우도 내놓지 않고 한우, 수입산만 진열 해 놓은 대형마트 관계자들도 싹 다 볶아버리고 싶어요.
비싸게 주고 샀으니, 본전은 확실히 뽑아줘요.
마지막 한입은, 남편과 머리채 잡고 싸워가며 쟁취해야 할 보석과도 같아요.
빙체리를 듬뿍 넣고 파운드케이크를 구워요.
체리는 비싸고 맛있으니까 숨겨 놓고 혼자만 먹어요.
남편이 발견하면, 그 향과 맛을 만끽하지도 않고 입속으로 그냥 밀어넣어버리니까요.
어떻게 그렇게 씹지도 않고 삼키는데 소화를 잘도 시키는지 모르겠어요.
남편 입은 똥구멍이고, 소화액은 염산임이 확실히 밝혀지고 있어요. 강철도 소화시킬게 분명해요.
바닐라빈을 닥닥 긁어 파운드케이크를 만들어요.
바닐라빈을 넣어 만든 것들은, 액기스나 향 따위가 들어간 것들과는 비교도 안돼요.
백화점 명품백과 문방구 실내화주머니 정도의 차이가 나요.
매일 마시는 커피예요.
아가씨땐 돈 주고 사 먹던 모든것들을 이제는 가내수공업으로 변형시켜 해 먹을 수 있어요.
절친 생일이라 키리쉬 케이크를 만들어요.
시트-생크림-체리-생크림-시트-생크림-체리-생크림-시트
너무 촉촉하고 맛있어서, 한 입만 먹어보면 세계 제일의 제과점 빠티쉐의 뺨을
마하3정도의 속도로 후려칠 수 있을 것 같아요.
데코레이션이 엉망이어도 어쩔 수 없어요.
대신에 정성과 좋은 재료는 듬뿍이니까요. 나도 이런거 받아보고 싶어요.
하지만 주변에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요. 이것도 내 복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나는 만들어 먹기로 해요.
어차피 그게 내 입에도 맞고 편하니까요. 하지만 어쩐지 씁쓸한 건 어쩔 수 없어요.
밥을 차려놓고 사진을 찍으려는데,
남편이 자기 좋아하는 반찬을 자기쪽으로 끌어다 놓아서
내가 공들여 배열한 '균형 맞고 이뻐보이는'그릇의 나열이 깨져버렸어요.
어차피 나는 먹지 않는 반찬이긴 하지만, 완전 맘이 상해요.
내 아들은 이런 버릇 들이지 말아야지 라며 생기지도 않은 아들의 교육을 미리 구상해요.
분명, 결혼하면 끊는다던 담배는
[베란다에서만 피울께] 로 변했어요.
귀찮아선지 집에선 거의 피우지 않는데 차에선 얼마나 피우는지
40년간 담배에 쩌들은 아저씨 냄새가 차에서 나요. 차에 너구리가 한마리 들어왔는가봐요.
구박과 핀잔대신, 원두커피를 넣은 커피주머니를 만들어 차에 달아줘요.
초컬릿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남편을 위해 아내는 초컬릿을 만들어요.
사실, 매 년 했던것을 결혼 했다고 안하면
"이제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고야? 그런고야??" 라며 왠지 서운 할 것 같아 마지 못해 한거예요.
좀 귀찮아도 템퍼링을 제대로 했더니 쪼꼬들이 빤질빤질 귀여워요.
이 쪼꼬들 속엔
"나는 이런거 필요 없고 그저 마음과 정성이 가득 담긴 작은 반짝이는 무언가나 종잇장같은 무언가가 좋아요"
라는 아내의 마음이 담겨있어요.
곧 있음, 민족의 대 명절이라는 설이예요.
귀향에 음식에 어마어마한 일에 나와는 성격도 배경도 다른 사람들에 술술 빠져나갈 지출에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플 일이 많지만, 좋게좋게 생각하는게 내 소중한 피부와 정신건강엔 더 이로워요.
어차피 해야 할 일 이라면 기분좋게 끝내는 것이 훨씬 이득라는 생각이 들어요.
많이 힘들고 지치겠지만, 대한민국 주부들 화이팅이예요! 며칠만 지나면 이 마저도 지나갈 게 분명하니까요.
*모든 레시피는 제 블로그 http://blog.naver.com/prettysun007 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