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였나, 어쩌다가 조청에 필이 파바박 꽂혀서 그후로 홀딱 빠진적이 있었어요.
조청의 좋은점을 읽고 조상의 지혜에 감탄까지 하면서 한동안 이것저것 재료별 조청만들기에 재미들였더랍니다.
그렇게 조청 만들기가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던 전데도 매실조청만들기는 정말 견디기 힘든 고문의 연속이었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시작해서 이미 벌여놓은 판을 어쩌지 못해 온 주말을 다 소비하고서도 이틀을 더 들여 결국
오늘 저녁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10kg이 넘는 과육절임과 500g의 쌀조청(만들어둔것), 매실효소 세컵. 그리고 엿기름이 투입되어 총 4.6kg의 매실
조청이 나왔습니다. (530~540g 3병, 2.9kg 1통 +조금)
쌀의 비중을 높인다면 맛은 더 좋아질것 같습니다만 1병밖에 없어서 더 못넣었어요.
시판 수제매실조청 몇곳을 살펴보니 매실보단 쌀의 비중이 훨씬 높았고(대개 쌀대부분에 매실약간 섞는정도)
아무리 잘해도 쌀과 매실비율이 반반정도라도 되는 곳은 (혹시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예 못찾았습니다.
심지어 쌀조청 졸이는 마지막 과정에 매실엑기스 조금 섞었다고 매실조청이라고 파는 곳도 있었습니다.
전 약효를 높인답시고 매실 100%로 만들고자 했었는데 톡 쏘는 시큼씁쓸한 맛(조청이 아니라 매실고 비슷한 맛)
에 굴복해서 결국 만들어 두었던 쌀조청을 섞었어요.(아무리 약이라도 먹기 괴로우면 손이 안가잖아요.)
그랬더니 시큼씁쓸한 맛이 누그러들고 단맛이 높아지더라구요.
한 두어병 더 넣었으면 훨씬 맛이 좋았을텐데싶어 좀 아쉬웠어요.
쌀이 들어갈수록 맛은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쌀이랑 많이 섞어 만드나봐요. 역시 괜히 그렇게 파는게 아니었어요.
단가는 낮아지지만, 양은 많아지고, 맛도 좋아지니 1석3조더라구요.
결과물은 꿀보다 훨씬 진하고, 시판물엿보다도 진한 농도여서 상당히 뻑뻑하고 걸쭉해요.
사진은 그나마 따뜻할때라 저정도 부드럽게 보이지, 냉장고에 들어가고 나면 딱딱해질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항상 다음엔 좀 묽게 만들어야지 생각은 하는데, 막상 만들고 나면 이건 조청이 아니라 엿이 다 되어간다능... ㅡ.ㅡ;;
아직도 내공부족으로 끓고 있을땐 농도가 어느정도인지 감을 잘 못잡겠더라구요.
첨에 뭣모르고 잼만드는 방식으로 조청농도를 검사했다가 냄비째로 몽땅 엿을 만들어버린적도 있었답니다. ㅋㅋ
맛으로는 쌀조청보다 못하지만, 매실조청이 약효는 훨씬 좋을거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고생을 사서 했지요
실은, 저 인터넷으로 매실조청 검색해서 효능이라고 하나, 그거 줄줄이 써놓은 것보고 홀라당 넘어가서 일 저지른
거였거든요.(귀가 상당히 얄팍하다능... ^^;;)
간에 좋고, 위에도 좋고, 약한 장에도 좋고,갱년기장애에도 좋고,여기에 산성체질을 약알칼리로 바꾸어 체질개선
도 하고, 피를 맑게하며, 칼슘흡수를 쉽게해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기타 등등 효능이 많았지만 그중에 제 귀를
가장 솔깃하게 한 건 편도선염에 좋다는거였어요.
제가 환절기마다 후두염에도 잘걸리고 편도선염에도 잘걸리고 고생을 좀 많이 하거든요.
이비인후과에서 편도선수술하자는거 뿌리치고 이날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올 봄엔 효과를 좀 볼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짜 효과 있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매년 만들어야죠.)
조청 한번이라도 만들어 보신 분은 알겠지만, 10인용 밥솥 가득하게 밥해서 만들어야 간신히 500g정도의 쌀조청
이 만들어집니다. 만드는내내 다신 안할거라 다짐을 했지만, 막상 결과물을 보니 생각보다 많은 양을 건질 수 있
어서 그나마 보람이 느껴집니다.
그나저나, 이럴 줄 모르고 시작했으니 끝을 맺었지, 다시는 시도할 엄두를 못 낼것 같아요.
매실조청만드는데 드는 노력이면 다른 조청들이나 매실잼을 두세번은 만들고도 남을 겁니다.
일요일 오전내내 매실즙짜내느라 양 팔뚝에 베인 알통이 아직도 안빠져서 얼얼해요.
정말 눈물없이는 볼수없는 셀프고문의 연장인 주말이었답니다. ㅠ.ㅠ
매실잼의 경우 저만큼의 매실로 만든다면 최소한 저 두배이상의 결과물이 나오는데 조청은 정말 그 반도 안나왔
어요. 암튼 유리용기에 담고 설겆이까지 모두 마친 지금은 피곤하기도 하지만 마음은 홀가분해서 날아갈것 같아요
고생고생한 결과물 자랑도 할겸 사진 올려놓고 가요.
이번 조청. 약효가 보이시나요? ^^
저 이제 매실로 할만한건 다 해봤어요.
매실효소, 매실장아찌(종류별로 네가지정도),매실잼,매실식초에 이어 매실조청까지...
정말 여한이 없을만큼 다 해본거 맞죠?
사족1.
예전에 82 어떤분이 제게 도라지조청 만드는 법 물어보셨는데요, 그거 굉장히 쉽더라구요
쌀조청만드는 법대로 식혜만들어 졸이다가 중간에 도라지 잘게 썰어 넣어서 계속 끓이기만 하면 되는거였어요. 역시 이방법대로 인삼,홍삼,마늘,각종 과일류 및 약재 등의 재료를 잘게 썰어 넣어 만들어 판매되더라구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재료를 갈아서 즙을 내어 섞는 법과 재료를 삶아 갈아서 넣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개 판매되는 OO조청이라고 하는것들은 기본적으로 쌀에다가 이런식으로 재료를 섞어 파는데 재료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조청의 가격이 높아지더라구요. 그렇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함유량이 정말 적습니다. 그나마 얼마나 섞는지 비율조차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업체가 대부분입니다.
직접 만들면 원하는 만큼 맘대로 재료를 넣어 만들 수 있으니 어디서도 못사는 훌륭한 조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족2.
조청 검색하다보면 흔히 나오는 얘긴데 조선시대 원자는 공부시간이 되면 그전에 조청을 먹고 시작했다던데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혹시 그 이유 아는 분 계시나요?
(역시 검색으로 찾았습니다. ㅋㅋ)
머리를 맑게 하고 두뇌발달에 좋다고 하네요. 궁중식단 육아법에 의하면 원자가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조청 2숟가락을 먹고 시작하게 했답니다. 흐음.. 댁에 어린아이 있으시면 조청 먹여서 원자처럼 공부시켜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