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이 뉴스 관련 일이다 보니 휴일 이른 아침에 전화 받고 깨서 비보를 접한 후부터,
열흘 넘도록 쏟아지는 특보 속에 허덕이며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도 못해 정말 내내
참담한 심정으로 살았어요. 안 그래도 4월 27일 엄마 생신 부터 기일인 6월 25일까지는
타는 그리움 속에 마음 아픈 봄을 보내곤 했는데...
저의 성향상 평생 좌파는 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이 세상이 참 많은 것을 바꿔 놓네요...
6월 초에 퇴사하는 한 후배가(비정규직인데, 인력 감축 때문에 계약 연장이 안돼 원치 않게
나가는, 그래서 한동안 또 제 맘을 아프게 했던 후배죠.) "선배 옷 입는 스타일을 참 좋아했는데,
열흘 내내 검은 옷이어서 제가 다 우울했어요. 마지막 날, 밝은 옷 입은 거 봐서 다행이에요."
하는 말을 듣고, 기운 차리기로 했어요. 이럴 때 일수록 강한 마음으로 일상을 지켜야죠.
그간 촛불 집회 몇번 참석한 게 다인, 정말 방관자로서 살았는데, 이제 그러지 않으려구요.
무엇부터 행동하면 될까요...

일도 많고, 마음도 그래서 집에서 음식을 거의 해먹지 않았는데, 그래도 주일 남편의 산행
도시락은 거르지 않았어요. 주메뉴가 김치 김밥이라 사이드가 럭셔리 해야 해요. 전복이에요.
전복이 싱싱해서 서로 딱 달라붙어 안 떨어져요.

그래도 저, 명색이 대한민국 아줌마잖아요. 사정없이 숟가락을 쑤셔넣어 내장과 살을 냉정하게
갈라 놓았지요. 내장이 노르스름한 거 보니 모두 숫놈이네요.

전복살을 저며서 참기름에 살짝 볶아 둬요.

무쇠솥에 불린 찹쌀을 넣고, 내장을 다져 넣어요. 죽이 아니라 전복 주먹밥 할 거라서 물은 밥물로
잡았어요.

밥이 다 되면 전복살을 넣어준 후 잘 섞고 뜸을 들여요. 푸르스름하니 맛있겠죠? 전복 내장과 살을
많이 넣으면 소금 간 같은 거 안해도 달달하게 맛있어요.

조물조물 주먹밥 크기로 뭉친 후, 김을 감아줬어요. 김치 김밥과 함께~
전복과 함께 있으니 김치 김밥도 럭셜해 보이지 않나요? ^^

어제는 장어 초밥이었답니다. 촛물을 섞은 초밥을 초밥 크기로 뭉쳐 놓고.

생와사비를 조금 발라 준 후, 간장 양념해서 구운 민물 장어를 올려요. 그리고 김으로 말아줍니다.
간장 양념이 하얀 밥에 묻으면 간지가 안나니까 김만 잡고 잘 말아줘야 해요. 때깔 나죠? ^^
요즘은 3인분 싸요. 어떤 때는 5명으로 늘기도 하고, 소문 나면 저 힘들다고 남편 선배가 일부러
강행군을 해서 떨궈내고 있다네요. ㅎㅎ 어제는 수박 화채를 싸느라 도시락 완성품 사진은 못 찍었어요.

수박의 계절이네요... 엄마가 수박을 정말 정말 좋아하셨는데... 남편도, 선배분도 수박을 좋아한다고
해서 1.5L 보온병에 수박 화채를 해서 넣어줬어요. 수박 화채는 일단 이렇게 동글동글 자른 후에.

수박 화채 뜨는 수저가 없어 이렇게 쿠키 틀로 찍어 냈어요. 이게 훨 쉽네요.

참외도 넣어서 색깔 맞춰주구요.

남은 건 갈아서 수박 화채에 넣어줘요. 사이다도 조금 넣구요.

전날 미리 갈아서 얼려놓은 수박즙이에요. 오후까지 차갑게 먹으라고 얼린 것도 같이 넣었어요.

시원해 보이죠? ^^

수박즙을 면보에 거르는 걸 깜빡해서 걸죽해져 버렸네요. 그래도 수박이 달고 맛있어서 맛은
좋았답니다. '좋은 수박 고르는 법' 82cook에서 검색해서 골랐더니, 대성공 했어요. ^^

남은 수박은 이렇게 깍둑 썰어서 글라스 락에 밀려 기능을 상실한 락앤락 통에 넣어 둬요.
남편이 수박 씨 발라내는 걸 잘 못해서 일일히 미리 씨를 발라내어야 해요. 안 그럼 툭툭 불어서
여름 내내 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수박 씨와 씨름 해야 하거든요. 남자들은 잔소리 해도 절대
안 고치더라구요. 예방법이 최고입니다.

락앤락 통은 사각이고, 수박은 둥글 둥글, 그 간격은 수박 쥬스가 메꿔줘요. 깍뚝 썰고 남은 수박은
쥬스로 변신.

오렌지 피코님, 해바라기 아내님 등 82cook 고수분들의 도움을 받은 레서피로 콩국수에도 도전해
봤답니다. 82cook에 친절한 분들 정말 많아요. 해바라기 아내님은 자세한 답변에 이어 쪽지로까지
상세하게 A/S 해주셨어요. 이 글 보시면 정말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콩은 쌀농*에서 서리태로 주문 했어요. 배송이 빨라서 정말 좋더라구요. 앞으로 자주 애용할 생각.

콩은 반나절 불린 후, 삶아줘요. 이때 삶은 물은 버리지 말구 콩물에 써야 한대요.

껍질을 다 안 까도 된다고 하지만, 남편이 뭐 씹히는 걸 싫어해서 일일히 다 까줬어요. 까다롭진
않은데, 비위가 약해서 요리 할 때 한번 씩 손이 더 가요. 뭐든 손질을 깔끔히 해줘야 하거든요.

잦, 들깨, 참깨, 콩을 넣고 믹서에 갈아요. 잦과 깨도 같은 사이트에서 주문했어요. 실하던대요.

짠~ 100% 국산 콩물 완성~
아, 더 쓰려고 했는데, 밥 먹으러 가자고 후배들이 난리네요. 오늘 점심은 아웃백 팀 회식이에요.
오늘도 또 한명의 비정규직 후배가 나가게 돼서 환송회랍니다... 이 친구는 계약 기간을 채우고
떠나기는 하지만, 아직 옮길 직장을 구하지 못해 마음 아픈 건 같아요... 한번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발을 디디면 정규직으로 갈아타는 게 그렇게 어렵대요. 참 성실한 친구들인데, 에휴, 속상해요.

밥을 먹고 들어오니 사무실 책상 위 엄마 사진이 유난히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네요.
돌아가시기 두달 전의 모습이에요. 엄마한테 달라고 해서 액자에 끼워 사무실 책상에 올려놨는데...
당시 이사님이 엄마 돌아가시기 바로 전날 그러셨어요.
"특이하게 돌아가시지도 않았는데, 어머니 사진을 갖다 놨네. 어머니랑 참 각별한가봐."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가시고 나니 떠나실 징후가 많았더라구요. 살아계셨으면 내년이 환갑인데...
엄마 환갑 때는 내가 해외 여행 보내드리겠다고 약속했었는데... 몇년 전 아빠 환갑 때,
그 해 재혼하신 선생님과 함께 중국 하이난으로 여행 보내드렸어요. 여행사랑 계약하면서 아빠 성함
옆에 다른 분 성함을 써넣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부모님께 해드리고 싶은 일이 있으면요,
주저 말고, 다른 거 다 재끼고 먼저 해드리세요. 나중엔 남겨진 미련이 아픔이 되어 돌아 온답니다.
여름이면 냉장고 안에 빠짐 없이 들어 있던 수박과 콩물 때문인가, 엄마가 너무 보고 싶네요.
하늘이 좋은 분들을 너무 많이 데려가세요... 그래서 사람은 평생 하늘을 우러르며 살아가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