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중이라네요. 그대가 오기 30분 전이라는 친절한 예고 전화.....
후다다닥~~~~~ 바쁩니다.
사실 남편이 집에서 저녁을 먹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죠.
그 당시..제가 하고 있었던 일은...장마 전 김처치 작전에 돌입중이라...김을 무명실로... 낑낑..묶고 있던 찰나~~
휘리릭...김은 잠시... 나가 있어!하고.....
다행스럽게 씻어 놓은 쌀은 있군요.
밥부터 안치고.... 아주 다행스럽게도... 우거지도... 아침 나절에..냉동실에서 내려와.... 알맞게 해동 되어있구요. 아싸~~
오십줄 넘은 남자들이 대개 그러하듯... 남편의 입맛은 대체로 토속적입니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듯..현지화 적응이 무척 빠른 편이라.. 불가사의한 일중 하나입니다.
(저요??? 전... 외국 나감...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다이어트 저절로 됩니다....ㅎㅎㅎ)
하여간.... 얼갈이 배추 데쳐놓은 것에다..... 된장 고봉 한술 푹... 떠 넣고..고추가루 약간 뿌려서...조물조물..주물럭주물럭... 맛이 배이도록 한 다음... 한 줌의 멸치를 넣어서...냄비를 불에 얹습니다. 우거지 지질 때는 멸치 육수보다는... 이렇게 멸치를 넣어야 맛이 있는 것 같아요..
아... 된장이나 고추장 통에요..전 늘 숟가락을 이렇게 넣어놓고 씁니다. 편해요.
이 숟가락.....2술이면... 큰술 한술이랍니다.. 계량까지 실험해서 쓰죠..ㅎㅎ



센불에서 바글바글 끓이다가... 중불로 줄여서... 양파하고 풋고추 듬뿍 넣습니다.
양파랑 고추 제철이기도 하고... 된장에는 양파, 고추 빠지면... 된장이라 할 수 없을만큼...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는 야채들이죠.
예전에... 그러니깐 20년쯤 전에.. 가족들과 함께 일본에 잠시 체류한 적이 있어요.
섬나라라서 그런지....일본 야채들은 물이 많고..참 싱거워요.
된장에 고추를 넣고 끓여도... 도저히 된장맛을 낼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향긋하고 맛있는 풋고추 듬뿍 넣어서 보들보들 부드럽게 된장찌개를 끓이니... 구수하고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네요.
사실... 음식을 하다 보면 그 음식이 맛이 있는지 없는지..제일 먼저 코가 말을 해주지요.
엊그제... 집에서 항시 쓰는 양념간장 종류가 거의 일시에 다 바닥이더라구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한꺼번에 만들자 해서 일을 시작했는데....
엿장을 약간 업그레이드 시키고, 양념조림간장, 맑은국간장, 이렇게 세가지나 만들었거든요.
가지가지 맛을 내는 재료는 총출동이 되어서 말이죠.
일요일이라.. 마침 아이가 집에 있었는데... 자기 방에서 튀쳐 나오면서..
"뭐 맛있는 거 해요?" 합니다..
어찌나 미안스럽던지..원...
간장을 퍼 먹일 수도 없구 말이죠...ㅎㅎㅎㅎ
맛있는 된장 완성시켜서... 뚝배기로 이동시킵니다.
사실... 아무리 얌전하게 끓여도... 끓인 그릇채로 상에 내놓을 수는 없더라구요. 끓여 넘친 자국들도 지저분하고 말이죠.
전..그래서 냄비에 일단 끓인 다음에.... 뚝배기로 옮겨서... 보글보글 끓는 상태로 식탁에 내요.. 그래야 먹음직스럽더라구요.

남편은... 음식에 관한 한 아주 까탈스러운 편예요. 간장, 고춧가루, 설탕, 이런 것 쓰지 마라.. 양념 너무 많이 하지 마라...
아마... 남편이... 음식에 들어가는 간장, 고춧가루, 설탕 등등의 양을 알게 된다면 기절할지도 모릅니다.
그냥 담백하게 원재료만 가지고 하래요.
그러나..말이 쉽지... 어떻게 음식을... 원재료만 가지고 그냥 하냐구요~~~
그냥...생식을 하고 말지...그쵸?
장아찌류도 그닥 좋아하질 않는데.. 집에 있는 장아찌중에서.... 그냥 매실장아찌만 내놓구요.
양파는...단촛물에 살짝 절여서 새콤달콤 맛만 들인...
남편이 보기에는 거의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원재료이기에... 사기를 칩니다..
나..양파에 아무 짓도 안했다구요................

대신... 생선 한마리는 혼자서 원샷합니다...ㅎㅎㅎ
국적불문... 색깔불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의 다 잘 먹습니다.
누가.. 부산 사람 아니랄까비~~~
(사실.. 가자미에 마늘편 구워서... 팬에 생선이랑 함께 구웠어요..하트로 모양내줄까 하다가... 28년차 부부가 닭살이라 할까봐 참았어요...)

오이도 홈메이드...맛소금만 약간 넣어서... 그냥 깨소금, 참기름만 한 방울 넣어서 무쳤구요.
이렇게.... 양념 하지 마라 할 때... 제일.....수훈갑은 맛소금입니다..
얘.. 만들어서 써 보시는 분들은 그 진가를 아시겠지만...
진한 맛도 아니면서.... 톡톡히... 부족한 맛을... 살려주는 이쁜 얘거든요...

노가리 껍질도 기름 약간만 두르고 바삭하니...구워서... 원래는 양념을 해서 먹는데...
남편 용으로 그냥 줍니다.
어찌 보면.. 양념을 안 하니깐...남편 밥상 차리기 참 쉬울 것 같은데..쉬우면서도 어려운 밥상이더라구요.


왜... 어른들 그런 말씀 가끔 하시죠?
남편들....집에서 와이프..후질근하게 고무줄 바지나 입고 있는 것 보다..
밖에서.... 쭉쭉 빵빵... 이쁘게 차려입고 화장하고...온갖 애교 부리면 안 넘어갈 남자 어디있냐구...
요새야.. 여자들이 고급 식당은 다 점령하고 있다고 남자들 불쌍하다고 하지만....
남자들... 연배가 있고 그러면... 만나는 사람들이나...저녁모임이나... 그래도 좋은 식당 많이 가는데...
밖에서.... 정성스럽게.... 맛깔스럽게 차려진 밥상 받다가....
집에서 대충 차려주면... 비교되지 않겠어요?
갑자기 그 생각을 하니깐... 모처럼 차려주는 밥상이 신경쓰이네요.
하지만 갑작스레.... 뭐 진수성찬을 차릴 수도 없구..그냥 하던대로 성의만 다하면 이심전심 전달이야 되겠죠?


남편은 얼갈이 가닥김치를 참 좋아해요.
예전 우리 어릴 때는 어머니가... 밥 한 숟가락을 뜨면.... 밥 위에 척하니 걸쳐주시는데..그게 꿀맛이었지요.
그 생각이 나서... 아들 아이한테 그렇게 해 주니깐...
이게 뭐예요...하더라구요.
아마..입맛도 세대차이 나나 봅니다.


오이지도.. 애들은 고추가루 넣어서 뻘겋게 해달라고 하고..
남편은 그냥 무치랍니다.
오늘은 남편이 먹을 밥상이니... 남편 입맛대로..


밥상이 거의 다 차려지고 나니... 남편 들어옵니다.
오.. 이 맛있는 냄새는?
내가 좋아하는 된장이구나~~~~~~~~~~~~~
역시..남편도.. 제일 먼저 코로 음식을 먹고 있네요.
마침.... FM라디오에선...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가..흐르고....
긴 세월동안 함께 살아왔지만... 우리 두사람.... 꽃보다 더 아름답게.... 계속 살기를.... 기원하면서
둘이서 마주앉아... 저녁을 먹었습니다.
보너스... 감자 웨지구이..이거 어제 밤..우리 아이 간식으로 해주었더니 홀딱 넘어갔어요..
요즘 제철이니 추천합니다.


감자 웨지구이 레시피는.... 요기루...http://blog.naver.com/hwa1875/12007095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