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에 다녀온지 벌써 일주일이 되었네요. 집에 오니 시간이 어쩜 이리 빠른지 모르겠어요.
(마침 홍콩기는 다 가린 사진 ㅡㅡ;;)

딱히 관광을 간 게 아니라서 남들처럼 피크에 올라가보지도 않고 밍숭맹숭한 여행이었어요.
뭐 금방 또 올텐데...하는 것도 있고 나름 발바닥에 땀나도록 집 보러 다니느라 지치기도 하고..
사진은 수백장 찍었지만 대부분이 사람사는 동네 사진...아파트 내외부 사진...그렇네요 ^^;

그래서 별로 보여드릴 게 없어요.
사진 고른다는 게 주욱 늘어선 빨간 택시 행렬이니;

한국인 일본인이 많이 산다는 타이쿠싱에 구경갔다가 다시 센트럴로 돌아가는데...
타고나니 금방 종점이라고 내리라네요? 반대쪽으로 가는 트램을 탄 거죠 -_-
워낙 저의 특기인지라 별로 놀라지도 않았어요 ㅋ
예전에 신촌에서 이태원인가 광화문쪽을 가려고 했는데...
가다보니 왠지 자꾸 외곽으로 빠지는 분위기...?
너무 이상해서 일단 내려보니 경기도네요? ㅋ
한 10년 된 얘기네요 ㅎㅎ
한번은 신촌에서 홍대앞을 가려는 데(자주 타는 노선이었어요)
분명히 오는 버스 번호보고 탔는데 좌회전해야할 버스가 직진...
이게 무슨 일이지 당황해서 노선표를 보니 그 번호가 아니네요? -_-;;
그 뒤에 오는 버스에 탄 거였어요 ㅋㅋ
(완전 삼천포;;;)
여튼 오랫만에 저의 특기 "대중교통 잘못 타기" 했어요.
입생로랑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우리의 정관장...
저를 이름 모를 동네로 인도해준 그 트램입니다 ^^

내리고보니 마침 청과물 시장이 있는 동네라 살짝 구경도 했어요.
이럴 땐 절대 당황하지 않고 마치 일부러 온 것처럼 행동합니다 ㅎㅎ

참, 타이쿠싱에는 일본의 이마트랄까요, Jusco라는 일본계 대형 슈퍼가 있는데요
체감 물가 조사차 들어가서 구경했는데 일본에서 수입한 물건 천지. @.@
그래도 이사하기 전에 좀 사갈 건 없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없는 게 없더라구요.
심지어 쪽파같은 신선 야채마저 지금 살고있는 아파트 슈퍼에 있는 것과 같은 거더라구요.
더 신기한 건 가격도 똑같다는 거! 일본에서 파는 일본사과값이나 홍콩에서 파는 일본사과값이나 똑같아요.
심지어 과자같은 건 홍콩이 더 싼 거 있죠....왠지 속고 살았던 느낌!
아사히캔맥주는 대략 반값이네요. 다른 모든 수입맥주도 일본 가격의 반값!
홍콩 가는 걸 별로 탐탁지 않아하는 신랑이 발견한 홍콩의 장점 하나: 맥주가 싸다 ^^
다른 식재료비도 도쿄에 비해선 좀 적게 들 거 같아 다행이에요.
.
.
.

홍콩섬의 센트럴 지역은 이런 공중회랑으로 건물들이 다 연결되어있어요.
그래서 비가 와도 호텔에서 신랑 회사까지 우산없이 건물을 통해서
뚜껑 덮힌 공중회랑을 이용해서 갈 수 있는 게 참 편하더라구요.

저녁 8시면 센트럴 주변의 건물들이 반짝반짝 레이져쇼를 해요.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앞다투어 작품 세운 동네라지요.
홍콩의 백만불 야경의 주인공들 ^^

홍콩의 독특한 점이랄까요, 유명 건축가들이 서로 뽐내는 경연장 한가운데에도 이렇게 낡은 건물이 서있어요.
테헤란로에 이런 건물이 섞여있다면 어색하게 느껴질 것 같지 않으세요?
습한데다가 공기가 깨끗하지 않아서인지 외관이 좀 지저분하게 느껴지는 건물들이 많아요.
같은 대도시인데 도쿄와 홍콩은 이런 점에서는 극과극이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큰 도시중에 도쿄만큼 깨끗한 곳도 없으니까요.
제가 사는 아파트에선 두달에 한번씩 바깥쪽 창문 닦아대거든요 ㅡㅡ;;
깜빡 잊고 있다가 창문닦는 아저씨랑 마주치면
갑자기 커텐치기도 뭣하고 참 민망해요 ㅋ
뭐든 좀 적당히 하는게 좋은 데 말이에요 ㅎㅎ
.
.
.

유명한 베이징덕 요리점이라길래 가봤는데...

오리 껍데기 밀쌈에 싸먹는 게 먹고 싶었는데 이게 젤 유명한 거라길래 그냥 주문...
밀쌈 먹고 싶어요. 어디가면 잘먹었다고 소문날까요?
예전에 도쿄에서 간 중식당에서 베이징덕이 있길래 반마리를 시켰거든요?
나름 큰 맘먹고 시킨건데-반마리에 3000엔 가까이 했거든요- 글쎄 반마리 껍데기만 주는 거 있죠!!!
보통 껍데기 쌈싸먹고 고기는 따로 요리해주지 않나요? ㅡㅡ;
껍데기 여닐곱 조각 먹자고 얼마를 낸 건지;; 정말 속은 느낌이었어요;

홍콩에 있는 동안 한번은 또 다른 중식당에서 2인용 세트메뉴를 시켰는데요.
각 코스에서 선택할 수 있는 요리가 있는데 저희가 게요리를 골랐거든요.
근데 좀있다 돌아오더니 게가 다 떨어졌대요...근데 선택요리는 게요리 세가지와 딸랑 거위요리 한가지;
그래서 그냥 거위 달라고 했더니.......그게....거위....
발;;;;이었어요;
저희는 대략 특수부위는 다 못먹는지라...이게 뭐지하고 들쳐봤다가 입맛 뚝;
그 후로 내내 샐러드 샌드위치 뭐 이렇게 연명했어요 ㅎㅎ

매일 퇴근하는 신랑과 만나던 커피점에서 사온 샌드위치와 샐러드.
미드 틀어놓고 그 앞에 옹기종기 앉아 야곰야곰 먹는거죠 ^^
* Ugly Betty 밀린 거 다 보고 왔어요! 강추 드라마 ^^

도쿄의 살인적인 치즈값에 비하면 감사한 가격의 치즈와 올리브.
슈퍼에서 사와서 저녁으로 또 컴퓨터 앞에 앉아 오물오물 먹어줍니다 ^^

샌드위치가 좀 물린다 싶은 날엔 비빔면.
슈퍼에 한국라면 종류가 꽤 되네요 ^^

하루는 아주 오랫만에 홍콩 친구를 만났는데 여기가 자기가 아주 좋아하는 식당이라네요.
자주 오게 될거라며 이것저것 다 먹어보고 다음에 또 시키라고 정~~~말 많이 시켜줬어요;
사진에 있는 요리가 1/3이 될까말까하는;;;
테이블이 작지 않은데도 음식을 다 놓을 데가 없어 얼른 먹고 치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네요.
어쨌든 친구 덕분에 입맛에 맞는 깔끔하고 가벼운 중식당 한군데 알게 되었어요 ^^
.
.
.

참, 저희 결혼기념일이었어요. 2주년 ^^
시부모님의 수십년된 결혼반지와 맞먹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제 결혼반지...
과연 수십년 견딜 수 있는 건지...다 닳아 없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에요 ㅎㅎ
원래는 주말에 도쿄 근방 여행 계획도 있었고 주중인 결혼기념일에 갈 식당도 정해놨었는데...다 취소 ㅜㅜ
그래도 공짜 여행이니까 즐겁게!
회사에서 출장형식으로 같이 보내준데다가 출장비 덕에 오히려 집에서 있을 때보다 흑자였거든요^^;

결혼기념일엔 저희가 좋아하는 룸서비스 ^^;
신랑 퇴근후에 가볍게 맥주 한잔이랑 에피타이저 먹고 들어와서 고기 좀 썰어줬지요 ㅎㅎ

레스토랑가서 와인 마시면 너무 비싸잖아요...
방에선 미니바에서 와인잔 꺼내고 우리 와인병 뜯으면 되니 좋아요 ^^
이 날을 위해 집에 있던 와인병 하나를 여행가방에 넣어갔다는 거 아니겠어요 ㅎㅎ
.
.
.
원래 주말엔 홍콩섬 남부 구경하고 애프터눈티세트 먹으려는 계획을 세웠거든요.
근데 이건 태풍인지 뭔지 ㅜㅜ 비바람이 몰아쳐서 계획은 저 멀리~~
꿍시렁대다가 영화관가서 3D로 몬스터 vs 에일리언 봤어요.
재밌었어요 ^^;; 딱 제 수준;;; ㅎㅎ
여튼 좀 아쉬웠죠. 애프터눈티...
홍콩가면 남들 다(?) 먹는 거 난 그거 한 번 못먹어보나...(홍콩에 살러 올 거면서 오바하기;;)
신랑이 저보고 주중에 가서 혼자 먹으래요...안그래도 왕따놀이 지겨운데 ㅡㅡ;

신랑이 방으로 시켜줬어요 ^___^ (궁디팡팡 백만번!)
왕따놀이도 남들 앞에서 하는 건 왠지 슬프지만
방에서 혼자 즐기는 히키코모리형은 괜찮아요.

저를 지켜주는 미드가 있잖아요 ㅎㅎ

네가지 귀여운 한입 크기 샌드위치와 이것저것

따끈한 스콘에 이렇게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발라먹으면 맛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
신랑덕에 소원풀이 하나 하고 왔네요 ㅎㅎ 같이 하는 소꼽놀이가 더 재미있었겠지만.
.
.
.
참, 제가 홍콩에 있는 동안 가정용품 박람회(Houseware Fair)가 있었어요.
2000개가 넘는 업체가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규모의 가정용품 이벤트!!!라고 하는데
제가 어찌 무시하고 넘어갈 수가 있겠어요.

당연히 달려갔지요 ^^
근데 이미 넘치게 유명한 업체들은 이런 박람회에 참여하지 않나 봐요.
전 로열코펜하겐, 빌레로이&보흐, 한국도자기, 노리다케, WMF 등등 이런 거 다 있을 줄 알았는데...
여튼 중소기업체들의 신선한 디자인도 많이 보고 눈은 즐거웠지만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있는 건 샘플뿐.
갔다 팔고 싶은 물건은 엄청 많긴 했지만 돈도 없고 회사도 없고 ㅎㅎ
프레스 외에는 사진 금지라고 해서 사진도 못찍고 그냥 구경만 열심히 하다 왔어요.
근데 원래 홍콩에서 열리는 박람회는 다 이런 건지 일반인들은 구경 안가나봐요?;
전 그냥 구경간건데 바이어 딱지 매고 들어갔더니(제조업자/프레스/바이어..이렇게밖에 없어요;;)
관심갖고 슬쩍 쳐다보면 딱 달라붙어 설명하고..;
제가 무슨 업체에서 나온 사람도 아니고 할 말이 없어서 둘러대느라 진땀뺐어요;
첨엔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그냥 어디 사냐는 건줄 알고 천진난만하게 대답하고 ㅠㅠ
우야동동 이렇게 저의 홍콩 생활의 예고편은 마무리 되었답니다.
새로운 생활과 환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찡찡거리는 저를 달래주신
홍콩에 계시는 82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번...^^
*여행의 진짜 마무리는 무참히 깨져나온 제 여행가방이었는데요 ㅡㅡ;
혹시 짐 찾을 때 여행가방이 망가져서 나오면
세관 나가기 전에 고객센터나 직원에게 문의해보세요.
저희는 깨진 가방 테이프로 마구 감아서 당일 택배로 보내주고 새가방 하나 보내주고 마무리되었어요.
신랑이 보상 안해줄 거 같다고 그냥 가자는 데 얘기라도 한번 해보자고 갔더니 바로 해결해주네요.
혹시 저희 신랑같은 분 계실까봐 ^^;;
(물론 보상규정은 항공사마다 다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