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때 무지 친한 친구의 엄마가 요리를 무쟈게 잘 하시는 분이었어요.
울엄마도 잘 하셨지만 그 친구엄마는 새로운 요리 개발(?)을 아주 잘 하시고 또 나름 노하우도 상당했었답니다.
항상 그 친구네 가면 색다른 요리와 손이 많이 가는 요리를 자주 먹을수 있었는데
제가 사실 고등학교때부터 엄마가 많이 아프셔서 직접 도시락도 싸다니고 요리를 고등학생치곤 제법 할줄 아는
편이었답니다.
그래서 그 집에 가서 음식을 먹으면 항상 "어머니,이거 넘 맛있네요...어떻게 이렇게 만드세요?"
혹은 일반적인 XX랑 맛이 다른데 어떻게 하셨어요?"하고 잘 여쭤봤더니 요리에는 무심하고 자기 엄마의
요리솜씨가 얼마나 좋은지도 몰라주는 딸보다 칭찬하고 관심가져주는 딸의 친구가 더 대견하셨는지
이것저것 비법(?)을 알려주시곤 했답니다.
어느날 구절판을 해주셨는데 사실 우리집에선 구절판을 아주 아주 가끔이나 해먹었기에 구절판이란 요리는
아주 특별한날만 해먹는 요리라고 생각했는데 친구 엄마말씀이 "구절판 알고보면 이거 무쟈게 쉽다..."
그러셨죠. 그리고 여러가지 조리방법을 알려주셨는데 저는 그 친구엄마의 말씀이 귀에 박혀 구절판이란 요리는
아주 쉬운요리가 되버렸답니다.
사실 잡채도 그렇고 채썰고 각각 따로 요리하는게 귀찮긴 한데 한번 준비해두면 구절판,비빔밥,비빔국수 또 잡채까지 이용할수 있어 활용이 다양한 요리인거 같아요.
그리고 무채도 맛있지만 얌전히 부친 밀전병에 싸먹는게 갠적으로 젤 맛있더라구요.
그래서 아직도 그 20년전 친구엄마의 레서피 그대로 만들어 먹습니다.
몇일전 타국에서 아기가져 먹고싶은거 맘껏 못먹는 아는 엄마가 있어 초대해서 이걸 해줬어요.
사실 이거말고 몇가지 매콤한거랑 해줬는데 이날따라 시간이 없어 구절판 사진도 겨우 찍었네요.
앞으로 사진을 좀 자~알 찍어보겠다 작심했건만 바빠서 또 대충 찍고 말았군요...
초대요리할땐 사진찍기가 참 어렵더라구요. 미리 찍자니 음식이 식거나 마르거나...^^
구절판이 집집마다 들어가는 재료가 조금씩 다르더군요.
전병까지 아홉가지를 하는데 이 바쁜시대에 또 이 퓨전의 음식이 난무(?)하는 시대에 궂이 9가지 고집할필욘 없구요 외국인에게 해줄땐 이름설명을 위해 아홉가지 맞추고 또 그릇도 구절판전용이나 둥근접시에 이쁘게 담아내는게 좋을꺼 같아요.
이번에는 좀 다르게 담아봤어요.
둥근접시가 지겨워서리....ㅋㅋㅋ
저는 사진에 보다시피 지단 흰거,노랑이랑 당근,오이,양파,표고버섯,쇠고기,맛살요렇게 주로 해요.

계란은 흰자 노른자 분리하는데 저만의 요령은 노른자가 좀 적잖아요....그래서 노른자는 흰자를 쬐금 섞어서 씁니다.
소금만 쬐금넣고 간하고 기름 거의 안두르고 불도 약하게 해서 색을 살리는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식은다음 예쁘게 썰어주구요....
맛살은 이나라는 한국처럼 길게 잘라지는 맛살이 일본꺼밖에 없어서 무쟈게 비싸더군요. 그래서 요렇게 크래미(?)같은걸 사다가 찢어서 담았답니다.

당근도 이쁘게 채썰어서 기름에 소금쬐금뿌려 살짝 익혀주구요....
오이는 돌려깎기해서 채썰기....
양파가 포인트인데요...
구절판에 양파를 별루 안쓰는거 같아요.
친구 엄마의 포인트는 양파...
양파를 설탕,소금,식초에 살짝 절여서 사용해요.
너무 오래 절여도 안되고 또 황설탕은 양파색이 안이뻐서 이때만은 흰설탕을 사용해요. 요걸 살짝 절여서
채에 얌전히 받혀 물을 빼요....모양을 살려주는게 중요하니 짜지 말구요...
배합초에 살짝절인 양파가 들어가면 전체적인 맛이 아주 상큼하더라구요...

표고는 말린걸 불려서 곱게 채썰어주세요.
저는 중간사이즈의 말린표고를 주로 사용해요.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너무 두텁지 않아 모양도 이뿌게 나오거든요.....
불고기양념(마늘,간장,설탕,후추,청주,참기름)으로 간해서 물이 안나오게 볶아줍니다.
쇠고기도 채썰어서 역시 양념해서 볶아줍니다.
마지막으로 아주 중요한 밀전병.....
우리나라에선 우리밀가루를 이용했어요. 색이 좀 거무스름하지만 맛이 좋지요...
여기선 그냥 뭐 어쩔수 없지요....밀가루에 소금만 쬐금 넣는데 저는 마늘소금을 넣었답니다.
그리고 참기름을 조금 넣어주세요.
그래서 줄줄 흐르는 정도의 농도로 해서 팬에 기름을 두르지 말고 한수저식 동그라미 그리듯이 둘러서
부쳐줍니다. 참기름이 들어있어 맛도 고소하고 또 팬에 달라붙지 않아요.
요 작업이 아주 부지런하게 이루어져야 하지요.
밀전병을 너무 익히면 딱딱해서 쌀때 별루고 색깔도 ㅎㅎㅎ
그러니 부지런히 한수저씩 부치고 또 뒤집고....참...뒤집을때 젓가락으로 살며지 뒤집어주면 됩니다.

사진에서 빠졌는데요 또 중요한게 소스죠.....
보통 구절판은 겨자소스를 이용합니다.
친구엄마의 비결은 "우유"였지요.
겨자를 개어 마늘,식초,소금,설탕을 넣고 우유를 넣는겁니다.
훨씬 부드러운 맛을 느낄수 있어요.
이걸 미리 많이 만들어둘땐 우유를 넣지 않은채 보관하다가 먹을때 우유를 추가해줍니다.
비율은 우유를 한큰술씩 넣어보시고 맛을 보심 저절로 아실꺼예요.....
사진이 좀 맘에 안들지만...ㅋㅋ 맛은 아주 좋았답니다.
임신한 엄마가 넘넘 맛있다고 같이 온 엄마들도 맛있다고 얼마나 드시던지 중간에 밀전병을 더 구웠다는..ㅎㅎ
이친구 엄마 참으로 고마운 분입니다.
제가 결혼하고 서울서 살때 (원래 고향은 부산이예요...) 택배를 보내주셨는데 그속엔 북어를 가시 하나 없이 잘게 뜯어(파는것처럼 듬성듬성 말고 아주 잘잘하게) 꾹꾹 눌러담아 지퍼백한봉지 그리고 다른마른반찬이랑 몇가지도 아주아주 정성이 가득하게 해서 바로바로 해먹을수 있게 해서 보내주셨지요. 제가 그때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바로 요리할수 있는 편리한 재료들이었답니다.
그 영향인지 저두 누군가에게 그런 도움을 주고싶단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그래서 그 임신한 엄마가 제가 해준 비빔국수 넘 맛나다고 해서 만들어뒀던 비빔국수양념장 다 퍼줬습니다..ㅎㅎ
제가 해준 음식 맛있게 먹고 이쁘고 건강한 아기를 낳기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