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아빠는 요즘 엄청 회사일이 바빠 얼굴 보기가 힘들 지경인데다,
어젠 그 와중에 벌초간다고 새벽같이 갔다가 밤늦게 들어오고,
오늘 낮엔 죙일 시체처럼 드러누워 있다가는 오후에 기어가다시피 사무실 나가 여태 못들어오고 있어요.
덕분에 저는 뭔 죄로 이시간까지 앉아 힘들고 지친 저 자신을 위로?? 하고 있습니다.
집에 있는 저라고 쉬었겠습니까?
새끼들 끼니 챙겨 멕이고, 놀아달라고 징징거리는거 들어주고, 두 넘 목욕시켜 책 읽어주어 재워 놓고 나오니..
씽크대에 설겆이 한통 가득, 세탁기에 빨래 널것 가득, 온 집안에 애들 어질러 놓은것 하나 가득..ㅠ.ㅠ
다 처리하고 나서 일주일치 와이셔츠 다려 놓고 나니 한숨이 나오더라구요.
아~~ 안그래도 살도 잘 찌는 체질인데.. 스트레스 왕창 받고 몸은 고단하고 더불어 추석은 두주 앞으로 다가와 더더군다나 신경은 자극하고..
에라 모르겠다, 만들어놓았던 케익, 나름 종잇장처럼 잘라(그래도 양심은 있어가지고..) 아이스티 맹글어 조금 먹고 나니 살것 같습디다.

지난주에 가까운 곳에 사는 언니차 얻어타고 코스트코 갔었거든요. 마침 시식한다고 케익을 조금씩 잘라서 나눠 주는데, 사람들이 무지 왕창 모여있더라구요. 제가 카트 지키고 있는 사이 인파를 뚫고 언니가 한조각 가져다 주는데 먹어보니 맛있어요.
"아~ 이 달고 헤비한 케익의 정체가 뭐냐?" 고 물으니 german chocolate cake랍니다.
언니가 넘넘 맛있다고 한판 사가겠다는걸 제가 막 뜯어 말렸지요. ..살쪄.. 딱.. 살찌게 생겼구만.. 저거 사이즈좀봐.. 다 먹을수나 있어?? ..내가 만들어줄께... 그러믄서.. 걍 끌고 왔어요. ㅡ.,ㅡ
그리고는 집에와서 인터넷을 뒤졌지요.
딱 나오더라구요. 저먼인지 젊은인지 저민인지(울 남편이 그러더라구요. 뭣이? 케익을 저며놨다고?? 뭔 80년대 개근지.ㅋㅋㅋ.) 초콜릿 케익..
해서 만들어 봤어요.
코스트코에서 팔던것보다는 덜달고(당연하죠. 설탕을 왕창 줄였으니..), 조금 덜 기름지고(당연하죠, 지방도 팍 줄였으니..) ..그렇긴 한데, 대충은 비슷한거 같아요.
먹어보니 케익의 질감은 파운드케익과 스폰지케익의 중간쯤 되요.
케익은 아주 촉촉하고 리치한 맛이구요, 프로스팅에 코코넛과 피칸을 잔뜩 넣어서, 그 맛이, 특히 코코넛 맛이 참 좋아요.

잘라보면 안은 대충 이렇게 생겼어요.
어케 만드느냐 하면요..
인터넷으로 찾은 레서피에서 제가 좀 고친거예요..많이 고친건 아니고요, 거의 당분은 반이상 줄였다고 보심 됩니다.
<german chocolate cake> - 1컵은 240미리
* 재료 : 박력 밀가루 2컵+ 코코아가루 1/4컵(또는 전체 다 밀가루만), 버터 1컵(=220그람->저는 20%정도 줄였는데.. 알아서 하세요.사실 버터는 안줄이는게 훨~씬 맛은 있어요.), 계란 4개(흰자, 노른자 분리), 베이킹소다 1작은술, 베이킹파우더 1작은술, 설탕 2/3컵, 버터밀크 1컵(또는 우유 1컵), 바닐라 엑스트랙 약간, 소금 반작은술, 다크초콜릿 반컵, 뜨거운물 반컵
* 프로스팅 : 노른자3개, 생크림 1컵, 버터 1/3컵, 설탕 반컵, 코코넛롱 1과 1/3컵, 피칸 다진것(또는 호두) 1컵
1. 뜨거운 물에 다진 초콜릿을 넣고 약불에서 은근히 가열하여 완전히 녹여둔다.
2. 버터 크림화 하다가, 설탕 절반 분량, 노른자 순으로 섞고 녹인 초콜릿 섞는다.
3. 가루를 채에 내려 섞고, 버터밀크도 섞는다.(버터밀크 만드는 방법은, 우유 1컵에다 레몬즙 혹은 식초를 1큰술 넣고 5분 정도 놔두었다가 쓰면 됩니다.)
4. 흰자에 남겨둔 설탕 넣고 끝이 뾰족해질때까지 머랭 80% 올려 섞는다.
5. 9인치 팬(23센티) 3개나 4개를 준비해서 나눠서 얇게 팬닝한다음 180도에서 35분 정도 굽는다.
(--> 같은 크기의 팬을 여러개 가지고 있을리 만무한 저는, 10센티 미니틀 2개, 21센티 1개로 나눠서 팬닝했지요. 미니틀은 25분에 꺼냈으나 큰것은 속이 잘 안익어 거의 1시간을 구웠다지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미니틀에 한것은 가장자리가 너무나 촉촉하고 부드러워 그 맛이 완전 예술이었으나, 큰것은 가장자리가 살짝 딱딱해진듯합니다. 쿠키팬같이 넓은 팬에다 쫙 펴서 팬닝해서 나중에 같은 길이로 세등분 해서 척척 쌓아 네모 케익을 만들어도 되었을 텐데..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왜 그땐 그생각이 안났는지 몰라요.ㅠ.ㅠ )
6. 익은 케익은 꺼내서 식힘망에 식혀두고 프로스팅을 만듭니다. 노른자와 설탕, 생크림을 넣고 잘 저어 냄비에 담아 불에 올려 중약불에서 저어가면서 10-12분간 익힙니다. 되직한 크림 상태가 되면 불을 끄고 버터를 넣고 잘 녹여 섞어요. 그런다음 피칸, 코코넛을 넣고 차게 식혀둡니다.
7. 케익을 조립할적에는 각각의 레이어에 럼시럽(설탕과 물을 동량으로 해서 펄펄 끓여 녹인것에 럼을 조금 섞은것) 충분히 바른다음 프로스팅을 바릅니다. 맨 윗면까지 바르면 끝. 프로스팅이 충분하면 옆면도 다 바릅니다.(저는 프로스팅은 절반 분량만 만들었기때문에 살짝 부족한듯 했어요.)
8. 옵션인데, 초코 버터 크림을 준비해서 옆면에는 그걸 잔뜩 바르기도 한다는군요. 물론 프로스팅은 프로스팅대로 죄다 바른다음에요.(윽, 거기까진 너무 느끼할거 같아요..ㅠ.ㅠ)

한조각 먹으면 한끼는 너끈히 굶어도 될만한 포스의 케익이었습니다. (실제로 저만큼 먹은날 점심 굶었습니다.)
후회되는것이.. 양이 너무 많아요.ㅠ.ㅠ 이렇게 헤비한 케익을 저렇게 크게 만들 필요가 없었어용~ㅠ.ㅠ
미니틀에 구운것은 애들이 그자리에서 후딱 먹어 없앴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초코케익에 깔려 죽는기분이었을듯..
혹시 시도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딱 절반으로 줄여서 하셔도 될듯해요.

제가 케익을 굽는동안.. 울 작은애는 이러고..
"엄마, 나 이~만큼 어질렀어, 잘했지?"라는 표정으로...ㅠ.ㅠ
침대위에 있어야할 베게까지 마루에서 헤매는 집안이란...흑! ㅜ.ㅜ 뭘 잘했다고 V냐? (다 큰게 기저귀는 언제 뗄래?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