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국수 이런거, 없었지요.
맨날 저만 찬거리 심부름을 다녔는데....계모가 틀림없음!!!!
국수집에 가면
빨래줄 처럼 생긴 줄에 국수가닥이 발처럼 길게 늘어뜨려져있었어요.
마치, 성황당에 주렁주렁 매달린 헝겊처럼 희안해보였죠.
가는 국수는 일정한 크기로 잘라 종이로 동그랗게 말아서 포장해팔고
굵은 면은 물국수라고 불렀는데
축축한 상태로 서로 붙지말라고 밀가루를 뿌려서 신문지에 둘둘 말아 팔았어요.
예전에는 뭐든 신문지나 종이봉투로 포장해줬죠.
소고기가 됐든, 군고구마가 됐든, 달걀이 됐든...
제 기억에 장바구니와 신문지가 사라지고 비닐이 등장한 건
고등학교 졸업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그전에는 모두들 플라스틱이나 망처럼 생긴 장가방을 들고다녔으니까요.
암튼....
외갓집(청주예요) 가면 할머니가 끓여드시던 국수가 생각나서 끓여봤습니다.
외할아버지가 어마짱짱한 미식가라고 얘기들해요.
일례로
제가 자라면서 요즘 먹는 식의 칼국수를 먹어보지못했거든요.
외할머니나 엄마나
칼국수면을 삶아서 냉수에 헹군 다음
따로 멸치육수내고 온갖 고명 얹어서 잔치국수처럼 해주셨어요.
면을 따로 삶아서 국물이 걸쭉하지않고 맑았던거죠.
외할아버지는 걸쭉한 국물 지져분하다고 꼭 이렇게 드셨대요.
마누라를 두번 죽이는 행위라고 사료됨....

그런데
외할머니는 걸쭉한 빨간 국수를 더 좋아하시더라구요.
제 기억에 누룽국 (왜 이렇게 불리는지 모르겠어요...) 이라고 부르셨는데
멸치와 김치만 잔뜩 들어가더라구요.
서울서 온 귀한 손녀라고
제게는 할아버지와 같은 국수를 주시고
이모와 할머니는 이렇게 막 끓여드셨는데
왜 나만 안주면 꼭 먹어보고싶은 충동이 일잖아요....
그래서,
빼앗아먹곤 했는데
그땐...솔직히 맛이 없었어요....
근데...근데 말이죠.
나이가 드니까 이놈의 국수가 미칠 듯이 먹고싶어지더라는....
음식보다는 기억을 먹고싶은건지.
나이가 드니 그런 맛을 수용하게 된건지는 모르겠음...

2인분 : 신김치 한줌, 멸치 한줌, 칼국수면 150 g, 대파 ½대,
1. 멸치와 김치를 물에 넣고 김치국처럼 한참 끓여요.
2. 김치가 부드러워지면 칼국수면을 넣고 익혀주세요.
3. 천일염이나 국간장 등으로 간을 맞춰주세요.
우리 외할머니는 음식할때 멸치를 엄청 많이 사용하셨던 것 같아요.
면이 투명하게 익으면
김치가 들어가 어느정도 간이 됐으니까
멸치산들애, 국간장 조금씩만 넣고 간을 맞췄어요.
김치국을 좋아한다면 분명히 맛있을거예요.
오랜만에 먹으니 너무너무 맛있더라구요.
그런데...할머니가 양은냄비에 끓여주시던 그 맛과는....2% 부족한 뭔가가 빠진...그런 맛....
외갓집에서 겨우 국민학생일때 먹어본 음식들이 대부분 기억이 나요.
그리고 그 맛들이 종종 그리워지죠.
할머니....
할머니의 17명이나 되는 손주 중에 당신의 음식을 재연하는 손주는 저밖에 없을거라는거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