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박으로 조청 만든 사연을 보던 황여사,
불연듯 제게 분부를 내립니다.
"어여 나가 엿길금 사 오시옷~"
"네이~"
분부 떨어지기 무섭게 자전거 타고 달달 거리며 시장가서 엿길금 사 왔습니다.

찬물에 엿길금 내리고 자시고 하기 번거롭다고
더운물에 엿길금 직접 풀어 전기밥솥에 앉혔습니다.

작년 가을 어머니께서 늙은 호박을 잔뜩 얻어 오셨었지요.
모두 껍질 벗겨 냉동창고에 넣어두었었는데 그 중 하나 가져와......

따듯한 엿길금 물 부어 믹서에 드르륵~ 갈았습니다.

찹쌀로 밥을 지어 넣으면 좋았겠지만 갑자기 얼렁뚱땅 하느라
그냥 밥 5공기 함께 넣었습니다.

보온 상태로 5시간 정도 삭히니 밥알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

고은 채로 걸르고, 찌꺼기도 배보자기에 넣어 주물럭 주물럭거리는데,
이 주물럭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제가 너무 심하게 주물럭 거렸는지 배보자기 옆구리가 터져 다른 보자기에
옮겨 다시 하느라 황여사에게 구박 받으며.... ^^;;
밥알에 있는 녹말이 가급적 많이 풀어져 나와야 하므로
최대한 녹말이 많이 나오도록 주무르는것이 관건인듯 합니다.

걸러낸 물을 눌지 않도록 연탄불에 저어 주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듯 해서
성미 급한 황여사 낼름 들어 화력 좋은 가스불에 올려 팔팔~ 끓입니다.
이때 거품이 장난 아니게 올라오므로 깊은 들통에 끓이지 않으면 난리 나겠습니다.
어느정도 끓어 양이 절반 정도 줄어들었을때
웍으로 옮겨 연탄불에 세월아~네월아~ 저으며 졸였습니다.

제법 걸죽하게 졸아 들었습니다.
달큰한 엿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찍어 먹어보니 달달~한것이 조청맛이 납니다. ^^
그러나 생각보다 많이 달지는 않군요.
엿길금이 적었나...?
더 졸이면 엿이 될것 같은 상태입니다.
이 조청으로 무었을 할까....
그래, 고추장을 만들자!!
여기에 고추가루와 메주가루만 넣으면 고추장 되는것 아닌감?
그래서 급작스레 고추장 만들기로 전환됩니다.

그.런.데....
고추장용 고운 고추가루가 없습니다.
메주가루도 없습니다. ^^;;
황여사의 '안되면 되게하라' 여기서 또 나옵니다.
고추가루는 고추장용 고운 고추가루 대신 그냥 일반 고추가루로 하고,
메주가루는 경빈마마님이 맛 보라고 준 말린 청국장 콩을 들들들 갈아서......

액젓으로 간을 하고 휘휘~ 저어줍니다.

입자가 거친것이 이게 제대로 고추장 되겠냐는 말에 황여사 한 마디로 대꾸 합니다.
"뭐 어때, 우리가 먹을건데..."
"아이고~ 이 많은걸 어느 세월에 다 먹냐~"

굵은 소금도 솔솔 뿌려가며....

제법 모양이 나옵니다.
맛도....
오호~ 그럴듯 합니다.^^

오래전, 황여사 신혼때 어머니께서 매년 고추장을 담그셨는데
그때마다 커다란 다라이서 나무 주걱으로 저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순전히 어머니 시다바리만 하느라 고추장을 어떻게 담그는지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오늘 이렇게 고추장 만들기 단독비행을 했군요.
미리 별 준비도 없고 대중도 없이
처음으로 얼렁뚱땅 만들어 본 호박 조청 고추장.
맛이 어떨지 궁금하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