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설날 음식준비하며 찍었던 사진이 생각나서요.
(언젠가 보라돌이맘님의 글중 따님을 위해 자세한 사진과 레서피를
올리신다는 얘기가 생각나 저도 시도하고 있는데... 저는 세 여동생들
뭔가 궁금할때마다 전화로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어서
82에서 내글 찾아보거라 합니다. 그렇다고 뭐 별건 없는데... ^^)
개인적으론 경빈마마님처럼 생들깨 갈아 받혀서 나물 볶은걸 좋아하는데
작년엔 들깨농사가 안되었다고 친정엄마께 못가져와서
부득이 들깨가루를 쓰고 있습니다.
전 들기름만 살짝 들어간 개운한 나물을 좋아해요.
친정에선 돼지 안심을 잘게 다져 같이 볶아서 감칠맛을 내시고
시어머니는 바지락이나 굴을 넣고 볶아서 해물맛을 낸걸 좋아하시는데
저는 진한 멸치육수를 자주 씁니다.
친정엄마는 뭔가 부족한 맛이라 하시고
시엄니는 제가 볶은 나물을 좋아하시지요.

먼저 멸치육수를 진하고 구수하게 내 놓습니다. 너무 오래끓이시면 씁쓸한거 아시죠?

잘 불려서 물기빼놓은 나물은 마늘과 들깨가루와 집에서 내린 액젓으로 버무려둡니다.
다른 나물도 미리 종류별로 버무려두면 맛이 잘 배지요.

요렇게 버무려 다독여놓고
다른 재료도 미리 준비해둡니다.

아까 내어놓은 멸치육수와 대파썰어둔것, 들기름, 간을 보충할 액젓....
시판 액젓으로는 해보지 않았어요. 액젓이 안맞을것같으면 집에서 담근
국간장으로 간하시구요.

간이 배었으면 멸치육수를 자작하게 부어주고 센불에서 끓여줍니다.
나물 불리기도 맨날 하면서도 상태가 각각 틀리지요.
고사리등이 살짝 덜 불려졌다면 육수를 넉넉히 부어 좀더 오래 끓여주면 그사이에 알맞게
됩니다. 많이 삶고 불려 너무 부드럽다면 양념하여 볶는과정을 좀더 간단히 해야
뭉개지지 않습니다.

손이 크신 우리 엄니는 나물도 늘 많이 담그셔요.
그래서 한번에 뒤섞이지 않으므로 주걱 두개를 사용해서 뒤적입니다.
하나가지고 용쓰다가는 나물 다 뭉개져서 씹는 맛이 없어요.

국물이 잦아든게 눈에 뵈면 중불로 줄이시구요.
이때 나물을 먹어보아 싱겁다면 액젓을 약간만 더 넣어주고 두어번 뒤적입니다.
묵은나물 볶거나 찜, 조림, 또는 국물요리를 할때
한번에 간을 딱 맞추기가 힘이 들지요. 아직은 내공이 부족하여... ^^;;
저는 세번에 나누어 맞춘다 생각하고 조금씩 넣습니다.
저만의 방법을 마스터한뒤로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국물이 적당하게 줄고 간도 맞다면
썰어놓은 대파와 들기름을 넣고 고루 섞어준후 뚜껑을 덮고 약불로 줄여 5분정도 뜸을 들입니다.
뚜껑을 덮어주면 들기름향도 고스란히 남아있고 맛도 깊은 나물이 되요.
우리 엄니처럼 늘 나물을 많이 하시는 댁이라면
먹어가는 도중 한두번 더 볶아주셔야 끝까지 상하지않고 맛있게 먹을수 있죠.
국물이 적으면 다시 덮혀먹을때 힘들어요.

자~ 나물이 다 되었어요. 같은 방법으로 토란대나물도 했습니다.
대부분 이 방법으로 합니다만 무나물은 많이 다르지요.
무를 채쳐서 굴좀 넣고 굵은소금넣고 뒤섞은후
은근한불에 익히지요. 뒤적이지 않아도 되고....
호박나물은 마른나물을 불렸다가(삶지 마시고)
멸치육수를 끓인후 밑간해놓은 호박나물을 넣고 살짝만 볶은후 불에서 내려야
고기처럼 쫄깃한 나물이 되구요.
오래 볶으면 흐물거려서 맛이 없어요.


엄니가 많이 준비하신덕에 한동안은 늘 내 차지가 되는 나물들...
그래도 종류별로 냄비에 담아 고추장 참기름 넣고 쓱쓱 비비면
바로 산채비빔밥 아니겠어요.... 덕분에 제 배만 삼겹 미쉐린이 되버렸지만요. ^^
몇해전 섣달 그믐날
명절음식 준비하느라 모두들 바쁜 그날...
길도 무지하게 막히던 그날...
갑자기 시어머니가 쓰러지셔서 울며불며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응급실로 따라갔어요.
등엔 아이를 업고 한손엔 어머니 신발들고
한손엔 휴대폰으로 신랑한테, 시아버지께 전화하느라...
너무 놀래서 말도 더듬고
애기는 찡얼거리고 머리는 산발한채....
그러다 어머니가 좀 나아지시고 식구들이 모인후
집에 벌려둔 음식꺼리가 생각나 먼저 택시로 돌아왔답니다.
갈비며, 나물이며, 전감, 생선들 모두
나만 바라보고 있더군요. 시누이들도 모두 병원으로 가고
어찌어찌 밤새 준비해서 차례상을 차렸답니다.
전이나 생선은 괜찮은데
나물이 어찌나 난감하던지...
그때 깨달은것이 제 주변의 어르신들이 마냥 곁에 계셔줄수 없다는...
친정엄마든 시어머니든 언제나 손내밀면 그 자리에 계시는게 아니라는거...
그리고 이젠 나도 제사상, 차례상정도는 차려낼줄 아는 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나중에 결혼한 여동생들에게도 꼭 말해준답니다.
이제 새댁이신분들 많으시지요?
82cook... 얼마나 좋아요. 이 사이트가 좀더 빨리 생겼다면
아마도 제 인생이 달라졌을것같아요.
제가 82를 만난게 정말 행운인것같네요.
오곡밥 맛나게 드시고 올해도 열심히 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