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빌어 보고하는 준탱어멈의 근황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했다 싶어 마지막 글을 조회해보니 작년 시월에 올리고 끝이구만요. ㅡ,.ㅡ
그래도 간간히 눈팅은 했으나 선뜻 나도 살아있소 밝히지 못했던것은
순전히 제가 너무 바빠서... 쿨럭!! 정말 바빠서였다고만... 쿨럭쿨럭!!
작년 봄과 여름사이에 이곳으로 이사와 솥을 옮겨걸고 보니
이동네에서 직장찾기가 참 어렵드라구요.
굳이 폼나고 명함내밀기 좋은 직장을 잡으려면 3,40분가량 운전해가며 인접도시로 나가야하는데
아직 제 앞가림도 못하는 녀석들을 내비두고 나가기가 내키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식조리사 자격증에 도전을 했어요.
차근차근 필기, 실기 합격해서 드뎌 저도 "사"짜 아짐마가 되었답니다.
그때만해도 순진한 생각에 아이 다니는 학교 조리실을 염두에 두고 덤빈거였어요.
일단은 등하교시간과 같으니 아이들과 일상을 함께 할 수 있겠다 싶어서요.
그런데...
아... 빛과 그림자는 언제나 공존하는 법이거늘...
순진무구 준탱어멈은 그 진리를 알지 못하고 면접들러리 신나게 서고 미역국을 먹었어요.^^;;
그러다 얼마후 인연이 닿아 지적장애인들이 모여사는 시설에 자격증 들고 들어오게 되었네요.^^*
면접시 이곳 원장님과 면담을 하는데 이런 말을 하시네요.
여기 있는 친구들(유치부에서 환갑넘은 노인까지 있지만 모두들 친구랍니다.)은
세상 사는 유일한 낙이 밥먹는 일이라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고....
아.....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별 의미 두지않고 일상다반사로 여기던 그 수많은 나의 식사에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더랍니다.
그렇게 처음엔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어보고자 선택한 일이
이젠 수많은 친구들을 만들고 또 자식을 만들게 되는 소중한 인연이 되었답니다.
이제 제목처럼 제가 왜 새엄마가 되었는지 말씀드릴 차례예요.
이곳에는 50여분의 직원과 120여명의 친구들이 부대끼며 사는 공간인데요.
이곳 친구들은 남자선생님은 모두 아빠, 여자선생님은 모두 엄마랍니다.
처음엔 머리허연 아저씨가 엄마엄마 하니 몸둘바를 모르게 되고 난감하기가 이를데 없었는데
사실 이들의 지적수준이 정말 순진하고 깨끗한 어린아이 수준이라
그리보일만도 합니다.
거울에 비치는 당신의 외양은 아줌마 아저씨지만
마음은 엄마 아빠의 정이 그리운 아이인거죠.
그렇게 며칠 지내고 보니 이젠 그 소리가 무척 정답고 따뜻한 눈길을 보내게도 되었지요.
그런데 저는 이곳에 합류한지 이제 한달남짓,
아직도 제가 낯설어 배식시간마다 누구인고~ 하고 쳐다보는 친구가 있으니 말 다했지요?
새로 식구가 되었다고 새엄마랍니다.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자기끼리는 제가 새엄마예요.
더구나 배식때마다 수줍게 웃으며 새엄마가 제일 이뻐요... 해주는 꼬맹이 친구들도 있답니다.
ㅎㅎ 제 미모가 여기서 빛을 발하네요 ㅋㅋ
이렇게 따뜻하게 들리는 새엄마... 들어보셨어요?
아직은 일이 서툴고 힘도 듭니다.
한달간 열심히 일했더니 보너스처럼 체중도 5킬로 감량되고요.
그래도 뭔 영화를 보겠다고 무명씨는밴여사님의 야채수프를 따라하고 있어요.ㅋㅋ
비록 식구들 모두 잘때 출근하고
이른 새벽에 아이들 아침을 만들어
오븐에 넣어 타이머 돌리고 5,60도의 온도가 유지되도록 해두고
자는녀석들 얼굴에 눈으로 뽀뽀를 하며 나서지만
10분만 달려가면 나를 기다리는 또 다른 아이들이 있어서 마음아프지만은 않답니다.
주방에서 우리를 도와주는 미자는 어엿한 20대 숙녀지만
어스름한 새벽에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달려와 안기며 보고싶다고 말하지요.
자세히 뜯어보면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브이라인 턱선까지 이쁜아이구요.
부모님 잘 만났으면 그 예쁜 얼굴에 화장도 하고 연애도 할 텐데...
엄마들이 갖다주는 사탕이 더 반가운 친구랍니다.
다른 주방친구 미현이는 30이 훨씬 넘은 노처녀지만
이제 중학교 2학년이에요.
중학교 2학년이래봤자 간단한 글씨, 숫자정도 익히는 수준이지만
보존식기에 매일매일 날짜를 그리며(그린답니다. ^^) 자랑스레 보여주고
잘한다 잘한다 칭찬에 날마다 크는 아이랍니다.
둥글둥글 못난이지만 어엿한 남친까지 있다고 자랑하는...
제가 아이들이 쉬는 주말에 근무하게 되면
자연스레 아이들도 데려옵니다.
아침배식이 끝난후 휴식시간에 얼른 집에가서 아이들을 실어오면
이곳에서 청소봉사도 하고 형들과 축구도 하고
바닷가에서 고둥도 줍고 놉니다.
저도 눈앞에 아이들을 둘 수 있어 좋고 아이들에게도 이곳이 좋은 영향을 주리란걸 믿습니다.
보기에 자신들과 다른 친구들인데도 거부하지 않고 자연스레 융화되는걸 보고 안심하고 고마웠습니다.
한창 사춘기를 지나는 준탱이도 이곳에서 놀고 온 날은 제법 의젓한 말들을 해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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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다고 준탱어멈 맨날 이녀석들이 이쁘기만 한것은 아니랍니다.
하나 있는 형, 동생 꼴을 못보고 아웅다웅하는 날은
이걸 당장 쫓아내 말아 하면서도 꾸욱 참지요.
직장에서 몸과 마음이 아픈 친구들이 자그마한 일이라도 도와주면
고맙다, 잘했다, 넌 정말 이걸 잘하는구나, 수고했다 말해주면서
그간 내 아이들에게 얼마나 아픈 말들을 많이 했었나 반성하게 되고
아이들이 멀쩡하게, 월령에 맞는 발달과정을 꼬박꼬박 거치며 자라게 된것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 축복인지를 알게 되어서
제게도 행복이란것이 늘 같이있었구나 깨닫게 되었답니다.
여러분...
찾아보세요.
내게 부족한것만 찾던 눈이
곁에 있던 "행복"을 찾아줄수 있을거예요.
--- 여러가지 사건들로 이런곳에 계신분들은 무척 민감하게 받아들일수도 있을것같아요.
혹시나 제가 한번씩 올리게 될 이런 이야기들이 바람직하지 못하다시면
직장얘기는 올리지 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