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원은 앞은 바다,, 뒤는 산으로 둘러쌓인 이쁜 곳이에요
그런데 요즘 소나무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이라 세차하고 돌아서면 금방 더러워져요 ㅡ,.ㅡ
며칠전 출근하려고 차 근처로 다가가는데 간밤에 그랬는지 새차 NO, 세차 YES! 라고 낙서를...
뽑은지 5개월밖에 안됐는데 운전실력 형편없는 주인만나 이리 까이고 저리 찌그러진 불쌍한 내차 지못미...ㅋㅋ
황금연휴 잘들 보내셨나요?
우리 친구들은 맨날 그날이 그날이었지만 딱 한사람 문수씨는 오랫만에 가족을 만났어요.
나이가 제법 있어 친구라는 말이 무색하지만 언제나 파르라니 면도를 깨끗이 하고 있는 깔끔한 오빠예요.
늘 조용하고 있는듯 없는듯 싶어도 식판들고 옥신각신 할때는 제법 고집도 세구요.
같은 홈 친구인 '막둥이'와 더불어 이 분은 통풍환자라서 음식조절을 잘 해야해요.
며칠전 아침프로에 통풍에 대해 나오던데 덕분에 문수씨에 대해 좀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통풍은 심하면 사망에 이를정도로 무서운 병이더군요.
각종 어육류등 피해야할 식품도 많구요.
친구들에게 고른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메뉴로 바뀌는 식단도 문수씨와 막둥이에겐 화중지병일뿐...
그래서 배식전에 피해야 할 음식과 대체해서 줄 수 있는 음식이 있는지 궁리하는 시간을 꼭 갖게 되었어요.
밥과 국 그리고 김치포함 1식3찬의 식사이지만 하루에 적어도 두어가지는 피해야하는듯...
원래는 배식후 남은 음식은 폐기하지만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하루정도만 2인분씩 챙겨두었다가 배식하고는 합니다.
처음엔 같이 일하는 선배들이 괜한일처럼 귀찮아하는듯 하더니 요즘은 덩달아 그러고 계십니다.^^
이렇게 챙긴다해도 제가 잠깐 다른일을 하거나 해서 그 순간을 놓치면
다른 친구들과 똑같은 음식이 지급되고 홈선생님은 못먹게 하는 과정이 발생하게 되네요.
먹고 싶으나 먹을수 없는 그 음식을 빼앗기는 심정... 너무 안타까워 볼수가 없어요.
최소한 그런 안타까움이라도 피해보고자 시작한 일이 가끔은 기쁨을 느끼게도 해요.
엊그제는 제육볶음 대신에 아침에 배식한 오이생채를 식판에 올려주었지요.
버무린지 제법 시간이 경과된 음식이라 적당히 물이 배어나와있었는데
밥과 함께 맛있게 비벼드시고는 흡족한 표정으로 맛있게 잘먹었다고 손짓발짓으로 인사해주니 기쁠밖에요.
이렇게 젠틀하신 문수씨가 오늘은 기어이 눈물을 보이고 말았어요.
오랫만에 면회오신 가족들과 헤어지는 순간... 전 잠시 주차장을 지나가고 있었어요.
가족들이 탄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가자 눈물을 닦더라구요.
매일매일 보는 식구들... 그닥 애틋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은듯한 많은 순간들을 그럭저럭 지나치며 살았는데
눈물로 훗날을 기약하는 모습앞에서 저도 제 가족이 새삼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문수씨... 그래도 오늘은 잠시나마 행복했잖아요.....
할머니 친구인 향아씨는 치아가 무척 부실한가봐요.
옛날 울 할머니 오물거리며 식사하시던 그 모습으로 밥알 한알없이 깨끗이 드시느라 늘 꼴찌로 식판을 주세요.
처음엔 식사시간이 훌쩍 넘어도, 먼저 먹은 친구들이 나가면서 식당의 불을 꺼버려도 꿋꿋하게 식사하기에 식탐이 많은가보다만 생각했는데
한수저 한수저 꼭꼭 씹어 식사하는 행위가 이제는 어찌나 거룩한 행사로 보이는지..
(가끔 물말아 훌렁훌렁 삼키고 일어서던 내 식사시간이 어찌나 의미없어 보이던지...ㅋ)
향아언냐! 이가 안좋아서 그래? 향아언니 천천히 드셈~ 하고 격려까지 하는 지경이랍니다.
그러던 향아언니가 어느날 무려 다섯명이나 친구들이 남아 있는데도 식사를 마치고 일어난거예요.
우와~~~ 언냐 무슨일이야? 왜 일케 빨리 먹었어? 고마워~~~ 했더니 배시시 웃으시더라구요.
그 후로도 가끔 향아언니는 회심의 미소를 날리며 식판을 줍니다. 오늘도 꼴등 아니지? 하는듯이요.^^~
밥많이 먹기론 건석이를 따를 친구가 없지요.
뭐든지 고봉으로 쌓아서 많이 먹어요. 국물이 고봉을 이룰 수 없는게 한이라 국은 리필로 해결해요
건석이는 밥도 많이 먹지만 친구들도 제일 많이 챙기고 도와줘요.
불편해서 방에서 밥을 받아먹어야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 친구들은 늘 건석이가 밥을 가져다줘요
홈의 물당번도 늘 하구요.
건석이는 머리짧은 여자애 아닌가 할 정도로 여성성이 다분한데 그게 거부반응이 느껴지기는 커녕
허리 꼿꼿이 세우고 다리를 촤악~ 꼬고 앉는 모습이라던가 사뿐사뿐 통통 걷는모습, 입을 가리며 생긋 웃고
아이~ 하면서 살짝 내미는 손짓등을 따라 하면 나도 금방 요조숙녀가 될것같은 착각이 들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게 즐거워요
원래 한번 배식이 끝나면 더 먹고 싶어해도 추가배식을 해주지 않아요.
필요없는 욕심으로 많이 받아서 그대로 버려지기도 하고 자기절제를 못해 비만, 당뇨등의 상태가 되어버리니
건강에도 도움이 안되고 질서도 없어지고... 해서인듯해요.
근데 건석이는 제일 맘약한 저와 가끔 눈으로 얘기한답니다.
'엄마,,, 소세지 더 먹고 싶어요'
'엄마,,, 국 더 없어요?'
'엄마,,, 밥 조금만 더 먹으면 안돼요?'
떼쓰지 않고 미소띤 얼굴로 이렇게 물어오면 선배들 다른일 할때 얼른 오라고 하지요.
그래도 먹는게 다 어디로 가는지 쭉 뻗은 다리가 야속하다니까요.
막무가내 청이도 뭐든지 더달라하는 친구예요.
근데 이사람은 규칙도 없고 좋아하는 메뉴에 대한 기호도 없고 그냥 습관적으로 들이대는거예요.
언어장애가 있어서 손가락으로만 가리키며 고집을 부리는데
약은 딱 하나예요. 그냥 지그시 식판을 빼앗는 시늉을 합니다.
더 주지 왜 식판까지 뺏느냐... 싶지요?
이 친구는 혼자 걷고 혼자 먹기만 할뿐 나머지는 모두 곁에서 케어해야해요.
식사량도 조절해줘야하고 일상생활도 일거수일투족 일일이...
그래서 배식 한번 받을때 식판 서너번은 빼앗겨야 자기 자리로 가서 밥을 먹어요.
그래도 잘 먹었다고 감사인사는 칼같이 한답니다.
칼... 하니 마지막으로 한 친구만 더 얘기해드릴께요.
역시 나이 지긋한, 매서운 눈매가 한 카리스마 하는, 강아지귀 머리띠 하고다니는 쌍칼아저씨 말고,
검정색 양복 입으면 정말 쌍칼형님같은 날카로운 느낌의 영구는 그러나.....................................................
보다보다 처음보는 울보랍니다.
반전 대~~~~~~~~~~~~~~~~~~~~~~박! 제 첫느낌이었어요.ㅋㅋ
그래도 밥먹고나면 배 쓰다듬으며 불룩 라인을 그리고 엄지손가락 치켜들며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하는 순진남이죠.
늘 시끄럽고, 황당하거나 웃기는 일도 자주 생기고, 그럼에도 어김없이 날이 밝고 세끼를 먹고 해가 지는 재활원엔
착한 친구들이 오늘도 부대끼며 산답니다.
가끔 삶이 구차하다 싶을때 제가 소개하는 친구들을 떠올려보세요
가끔은 덕분에 행복해질수도, 또 가끔은 덕분에 마음을 추스를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