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일머리를 몰라 많이 힘들었는데
이젠 농사꾼이 좋다.
왜냐하면..
겨울에는 마음도 몸도 여유가 있게 쉴 수 있음이다.
바람 쌩쌩 불고 눈 내리는 날에 촌장이 회사 간다고
나가지않는것 또한 좋다.
이런 날에는 연탄화덕에서 구워내는 군고구마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며칠 전..
아들이 방학인데 혼자 집에서 공부나 컴퓨터에
메달리기만하여 아버님께 연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때부터 아버님은 연신 깎고 조이고 하시더니
얼레와 방패꼬리연을 만드셨다.


바람부는 날에 연을 날린다고 며칠 전 그 추위에 아버님, 아낙
울 아들은 논둑에서 연과 씨름을 하면서 연을 날렸다.
어찌나 바람이 센지 그만 연줄이 끊어졌다.

날씨가 추워 아버님을 보내기도 아들을 보내기도 뭣하여
산 너머 저 멀리 날아가버린 연을 찾으려 갔다.

바로 앞에 있을 줄 알고 찾으려 간 연은 산속의 재를 한 고개 넘어도
보이지 않는다.
자꾸만 나아가니 낭떠러지가 나온다.

어린시절 오빠들 따라 연 날리면서 연을 찾으려 다니던 때가 떠 올라
내 나이도 잊는다.

낭떠러지를 내려와 산속을 헤메다 가까스로 연을 찾아 내려오니
촌장은 쌀 도정하는것은 도와 주지않고 아들과 짝짝꿍이 맞다고
은근히 시샘을 부린다.
오늘은 바람이 잔잔히 불어오니 연 날리기가 딱이다.
아버님도 아들도 없는 사이 혼자서 맘껏 연을 날렸다.

얼레에 감긴 연줄을 모두 풀고보니 까마득히 멀리 날아간 방패꼬리연..
연줄을 잡아 당기니 팽팽함이 낚시줄에 걸린 대어 끌어 올릴때의 손 맛이다.
그렇게 한참을 연과 함께 옛날을 추억하며 노닐다가 출출한 오후의 허기를
창고에 비치해둔 자연의 군것질로 달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