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은 우리 강도령 두 돌이였습니다.
돌잔치 얘기를 적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네요!
7월 4일 저녁,
2년 전 그날이 떠올라 잠이 오지 않더군요.
돌 때는 돌잔치랑 이사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는데 두 돌이 되니깐
가슴도 설레고 제 생일도 아닌데 맘이 붕떠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그냥 눈물도 날 것 같고, 건강하고 밝게 자라 준 강도령한테 고맙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남편도 기분이 너무 좋아서 헬렐레~~
요즘 떼쓰기가 늘어서 제가 매일 소리지르고 혼내는데
생일만큼은 절대 안 혼내리라 마음도 먹었습니다.과연 그럴 수 있을 것인지..두둥~~~

원래 남편과 함께 준비하려 했던 건데 회식한다고 12시 종이 울리자 나타났습니다.
마침 풍선 펌핑기도 고장이고 10개 풍선 부느라 복어볼이 되고 말았죠.
비록 '가내수공업 엄마표 생일 장식'이였지만 강도령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너무 좋아하네요.

친정엄마께서 떡 세가지 배달시켜주셔서 상에 같이 놓고,
전날 시어머니께서 방파제까지 가셔서 사오신 광어로 직접 끓여주신 광어미역국도 올렸어요.
전 결혼하고 가자미,광어미역국 처음 먹어봤어요.
먹기 전엔 생각만 해도 좀 이상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국물도 시원하고 깔끔해요.
대한민국은 참 넓은 것 같아요.
충청도 출신 부모님을 둔 저는 생일에 꼭 하얀 쌀밥을 먹었는데,
경상도 출신인 시댁은 팥찰밥 안 먹으면 정말 큰일 나는 줄 압니다.
아침 생일상엔 쌀밥 주고, 저녁엔 찰밥을 했습니다.
생일 풍습도 참 가지가지예요.

차린 건 없지만 큰 상을 갖가지 과일로 무마해보고자 하는 엄마의 계락이 보입니다.움하핫~
생일축하 노래와 촛불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한 열번은 불렀을꺼예요.
백설기 옮기다가 너무 뜨거워 두 판을 찢어버리는 만행을 저지른 강도령 엄마.
저 멀리 찢어진 백설기가 보이네요.
드디어 저녁이 되었습니다.
양가부모님을 초대했는데 막상 초대해놓고 음식은 별로 준비한 게 없어서 부끄럽더라구요.

상 두개에 각 두접시씩 놓으니(디너 접시 필수!) 그나마 풍성해보이네요.
회,산낙지,개불도 함께 준비했기에 더욱 풍성해보이죠?
사실 회 믿고 가짓수를 줄였습니다.
1. 베이컨모듬꼬치 - 자주 해먹는 건데 베이컨에 꽈리꼬추 둘둘 말고,
표고버섯, 마늘, 브로컬리, 파프리카를 끼웁니다.
마늘이 너무 매워서 먹다가 당황하는 저같은 사람이 있는 관계로 마늘은 살짝 데쳐줍니다.
브로컬리도 살짝 데쳐 꽂으면 꽂기 쉽겠죠?
여기에 솔로 가쓰오장을 살짝 바르고 그릴모드로 10분 정도 굽고(전 광파오븐 씁니다)
뒤로 돌려 3-5분 정도 돌려줍니다.쇠꼬쟁이가 아주아주 뜨거우니 화상주의!
광파오븐의 그릴모드는 예열이 필요없어서 제가 애용하는 모드랍니다.
2. 무쌈 - 오미자 물들인 무쌈이라 때깔이 특이합니다.
그냥 이것저것 넣어도 되는데 전 파프리카,피망,크래*,팽이버섯 넣었어요.겨자소스와 곁들었구요.
3. 오븐새우구이 - 편마늘과 핫소스에 하루 꼬박 재웠는데 이번엔 생각보다 맛이 별로였어요.
백화점 생선코너 아저씨께서 자연산 새우라고 아주 강조하시길래 비싸게 주고 샀는데 실망.
원산지 사우디아라비아.-_-
새우야~멀리서 온다고 고생했다야.
4. 동파육 - 통삼겹살을 각종 향신채를 넣어 푹푹 삶아주고 썰어서 간장+맛술,각종 향신채에 조립니다.
맛술보다 청주를 넣고 하면 더욱 깔끔하겠는데 청주 준비하는 걸 까먹고
전 자꾸 맛술에 하게 되네요.맛술에 해도 되지만 단맛이 가미된 것이므로 설탕이나 물엿은 아예 안 넣거나
조금만 넣어야되요.전 그것도 매번 까먹고 물엿을 넣었더니 달짝지근한 맛이네요.
비계 부분은 잘라내고 싶었는데 친정아빠께서 고기킬러시라 걍 냅뒀습니다.
항상 고춧가루에 살짝 무친 파채랑 먹는데 이번에는 82쿡에서 본 것처럼 예뻐보이라고,
밑에는 파채 깔고 옆에는 데친 청경채를 둘렀어요.
진도 전통주라는 홍주팀(친정아빠,시아버지,남편)과 콩코드 와인 스윗트 레이디팀(친정엄마,시어머니,저)
이렇게 두 팀으로 나눠 일잔씩하면서(?) 강도령 두 돌 저녁은 무르익어갔습니다.
82쿡 생활 수년 만에 키톡엔 처음 글을 올려보네요.
수많은 고수분들 속에서 깨갱깽깽 할 것 생각하니 부끄럽네요.